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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용 화백 '결의 향연'X'정상림컬렉션' 새 예술지평 열어

세종미술관 기획전 ‘세종 컬렉터 스토리’ 세 번째 ‘어느 컬렉터와 화가의 그림이야기’

 

지이코노미 이승현 기자 |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의 3번째 전시인 ‘어느 컬렉터와 화가의 그림이야기(컬렉터 정상림-화가 박종용)’가 오는 9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세종 컬렉터 스토리는 세종문화회관이 미술계에서 컬렉터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작가 후원의 사회적 가치 공감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기획·추진해 온 시리즈 전시다.

 

이번 컬렉터는 법조인이자 내설악 백공미술관을 설립한 고(故) 백공 정상림(1940~2019)이며, 올해는 특별히 컬렉션뿐 아니라 그의 후원자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화가 박종용의 작품과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정상림은 풍부한 예술 식견과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오랫동안 많은 그림을 수집하고 작가를 후원해왔다. 그 중 화가 박종용은 그가 후원하는 작가이자 평생 예술적 동반자였다.

 

1970년대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년 넘게 작가와 컬렉터로서 예술적 동행을 하면서 2006년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2011년 8월 백공미술관을 개관했다. 개관 이후 정상림은 꾸준히 우수한 한국 근·현대미술을 수집해왔으며, 이들 작품을 바탕으로 수많은 전시회를 열면서 박 화백은 백공미술관 관장으로, 작가로 화업을 이어갔다.

 

이번 ‘세종 컬렉터 스토리’ 전시는 크게 ‘정상림컬렉션’과 박종용 화백 작품전으로 나뉜다. ‘정상림컬렉션’ 전시는 △인물을 그리다 △자연을 담다 △새로움을 시도하다 △다양함을 확장하다란 4개의 섹션으로 구분해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를 비롯해 한국 모던아트의 정착과 확산에 기여한 권옥연·김흥수·남관·최영림, 1970년대 모노크롬 열풍을 주도한 윤형근, 파격적으로 현대 동양화를 실험한 이응로·하인두, 국제적 조류에 걸맞는 미술을 추구하며 개성 있는 조형 세계를 구축해 나간 이우환·신성희·강익중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각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김두환, 김영덕, 김원, 김훈, 류경채, 문서진, 박상옥, 박영선, 박영하, 변종하, 오지호, 오치균, 윤중식, 이두식, 이득찬, 이림, 이배, 이수억, 이숙자, 임직순, 장이석, 전혁림, 천칠봉, 최병소, 최예태, 표승현 등 근·현대 대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중핵(中核)은 박종용 예술의 정수이자 총체적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박 화백의 각종 ‘만유(萬有) 결’ 작품으로, 박 화백의 ‘결의 예술’은 8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60년 화업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삶과 예술적 열정의 산물이다.

 

박 화백은 각종 회화(동·서양화, 불화, 민화 등), 조각, 도자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망라하며 당대 거장들로부터 필력을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혼이 담긴 작품들이 세월과 함께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2000년 초부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생명예술을 탐구했다.

 

그는 추상작업을 통해 미술의 본질에 다가갔으며, 2005년 무렵 자연의 이치이자 만물의 본질인 ‘결’에서 예술의 길을 찾았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자신만의 고유한 결과로, 박 화백은 이 같은 조형적 언어로 자연과 우주의 본질(진실)을 표현한다.

 

또 그는 흙, 돌, 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이용해 변화무쌍한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작품으로 구현한다. 흙을 곱게 걸러내 아교와 섞어 캔버스나 마대 위에 점을 찍어 화면을 채워나가, 그의 추상회화는 ‘점’으로 시작되고 우주의 환원처럼 점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만유(萬有) 결’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200호 대작의 ‘결’ 시리즈 10점이 출품됐다. 여기에 개막일 당일 및 일요일(14, 21, 27)마다 진행되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컬렉터와 화가의 잔잔한 이야기 및 결의 탄생 비화도 들을 수 있다.

 

박 화백의 평생 후원자 역을 자임하던 백공 정상림은 2019년 3월 박 화백의 춘천KBS방송총국의 ‘결의 교향곡’ 전시회 관람을 마지막으로 타계했다. 박 화백에 따르면 그는 박 관장에게 “세계적인 작가가 돼야 한다” “백공미술관을 잘 지켜 달라” 등의 유언을 남겼다.

 

박 화백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수많은 ‘결의 교향곡’을 창작했다”면서 “장소가 협소해 모든 대작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의미 있는 작품들은 모두 전시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박종용)의 주요 작품과 컬렉터(정상림)와의 그림이야기, 대표작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전시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예술문화의 지평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모던아트의 정착·확산에 공헌한 대표 작가, 한국현대미술을 개척하고 확장한 작가들의 수작들을 감상하고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평생 미술 애호가였던 정상림 이사장과 그의 예술적 동지 박종용 화백의 예술적 안목과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