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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챔피언십' 국내 최고 위상? 임성재에게도 그럴까?

'국내 최고' 위상의 제네시스 챔피언십
매해 바뀌는 주관사의 미숙함, 이대로 괜찮은가

지이코노미 김영식 기자 | 유독 뜨거웠던 지난 제네시스 챔피언십. 직관한 갤러리는 물론 중계를 본 골프 팬들도 “간만에 재밌는 경기였다”고 입을 모으며, 국내 최고라는 위상에 걸맞은 명승부를 보여줬다고 평가됐다.

 

명승부를 더 뜨겁게 만든 건 단독 선수로 챔피언 퍼트에 들어간 임성재가 퍼트를 놓쳐 연장 승부가 됐기 때문이다. 대회 ‘스토리’로만 보면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조성한 임성재를 불혹의 박상현이 꺾는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진수를 보였다.

 

그러나 이를 만든 바로 그 임성재의 챔피언 퍼트 실패에는 선수 본인이 아닌 누군가의 ‘찝찝한 미숙함’이 끼어있었다.

 

 

◆치열한 명경기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은 첫날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지킨 임성재의 ‘운명의 날’이기도 했다. 개인 통산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과 이 대회 최초 2승을 올릴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3라운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성재도 “선두에서 지켜내는 것이 더 편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실제로 3라운드까지 임성재의 우승이 예상됐지만 4라운드의 시작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임성재가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자 낙승을 예견했던 이들도 ‘알 수 없다’로 돌아섰다.

 

치열한 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18번 홀(파5)에 도달했을 때 임성재는 여전히 배용준과 박상현에 1타를 앞서고 있었고, 배용준과 박상현이 버디를 기록했지만, 임성재 역시 무난한 버디 찬스를 맞았다. 우승 퍼트이자, 개인은 물론 대회의 각종 기록을 새로 쓸 기회이기도 했다.

 

그 기록의 순간을 직관하게 됐다는 기대로 수많은 갤러리가 그린을 둘러싸고 있었다. 임성재는 마지막 챔피언 퍼트인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신중하게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갤러리도 아닌 스탭이 소음을 낸다고?

지켜보던 갤러리들도 숨을 죽였다. 그 많은 이들이 모여있는 18번 홀 그린이 고요해졌다. 개인 통산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이 대회 첫 2승이 달성되기 몇 초 전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셔터 소리인 듯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셔터음은 일반적인 DSLR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는 작지만, 장내가 고요하다 못해 긴장감으로 적막한 순간이라 그 존재감이 평소보다 더 드러나고 있었다.

 

해당 셔터음은 임성재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중요한 퍼트를 앞둔, 가장 예민한 상태의 골프 선수에게 거슬리려면 충분히 거슬릴 수 있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심지어 갤러리 쪽이 아니라 임성재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후에 영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대회 공식 사진기자가 소음이 나는 쪽을 홱 돌아보는 장면이 잡힌 것으로 보아 이를 감지했던 것 같지만, 이미 임성재가 연습 스윙까지 끝내고 마지막 어드레스에 들어가던 시점이었던지라 구두로 제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자 역시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임성재가 어드레스를 풀어주기를 바라는 기자의 카메라를 잡은 손에 땀이 났다. 그러나 임성재는 어드레스를 풀지 않았다. 최대한 집중해서 도전하는 쪽을 택하려는 듯했다.

 

 

◆열었던 물병 닫은 장유빈

난감함이 밀려오는 순간 임성재의 마지막 퍼트가 이루어졌다. 내리막 퍼트였지만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비슷한 거리를 남긴 박상현이 먼저 홀 아웃을 하며 배려해준 그 퍼트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임성재의 세리머니를 숨죽여 기다리던 갤러리의 탄성이 터졌다. 그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겨나간 것이다.

 

박성현, 배용준과 연장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뚜껑이 열린 물병을 들고 나란히 서서 지난 아시안게임에 함께 한 임성재를 축하하려던 조우영과 장유빈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물론 아무리 가까운 퍼트라도 이만큼 긴장감 있게 펼쳐진 대회, 그것도 KPGA에서 손꼽히는 대형 이벤트인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도 되면 어떤 선수든 실패하거나 실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스포츠의 존재가치와 다름없는 ‘명승부’가 퇴색되는 느낌이라 찝찝한 게 사실이다.

 

파 퍼트를 마치고 연장전에 앞서 임성재 측은 운영 측에 주의를 촉구한 모양이었다. 셔터 소음을 냈던 이는 일반 갤러리도 아닌, 대회 운영 측에서 섭외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사였고 경고가 주어졌다.

 

클레임을 받고 달려온 경기 운영 측에서는 상황을 설명하며, 셔터 소음 등에 대해 조금 더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임성재의 퍼트에 방해가 됐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뜨거웠던 경기가 연장전을 맞았으니 대회를 관전하는 팬과 갤러리로서 이 명승부가 조금 더 이어진다는 반가움도 있었겠지만 아쉬움도 컸다. 결국 연장 끝에 대회는 박상현의 우승, 임성재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무지는 죄가 아니다

기자 역시 이 상황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이는 실수였을 것이다. 아마도 해당 사진사가 골프대회를 촬영한 경험이 없거나, 사전에 주의사항을 상세히 전달받지 못한 탓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 골프대회 촬영 가이드는 여타의 종목보다 월등히 까다롭다. 이는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정밀한 종목인 데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집중력이 깨지는 것으로 수천만 원의 상금이 오가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골프에는 일발 역전이 없지만, 1타 경쟁에서의 0.1초가 수천만 원의 향방을 가르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종목이 아닌가. 그렇기에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요구되는 가이드가 타이트하다.

 

명문 클럽으로 손꼽히는 잭니클라우스에서 펼쳐지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단연 국내 최고의 대회다. 큰 상금과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가 걸려있기도 하지만, PGA나 DP월드투어와 같은 해외 투어에 도전할 수 있는 출전권이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회를 주관하는 대행사의 역량은 어쩌면 대회의 명성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라고 불린다. 본지는 지난 10월 ‘에디터스 픽’ 꼭지를 통해 이 대회를 소개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과 수준 높은 대회 운영은 물론, 참가 선수와 갤러리 모두가 골프를 통한 최상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대회’라고 썼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대회를 주관한 대행사 소속으로 촬영을 하던 사진사가 하필 가장 중요한 챔피언 퍼트를 방해한 것으로, ‘수준 높은 대회 운영’은커녕 매해 바뀌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주관사의 미숙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통상 대형 대회가 매해 같은 대행사에게 주관을 맡기게 되면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원숙해지는 반면, 정작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운영은 작년만 못하고, 재작년만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 같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매번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무지는 죄가 아니다. 해당 사진사의 실수를 타박하고 싶지는 않다. 탓을 한다면 자기들이 섭외한 사진사에게 사전 교육을 미흡하게 한 대행사에게 하고 싶다. 물론 매년 대행사를 바꾸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주최 측의 기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그 사건이 임성재의 퍼트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임성재는 해당 사건 이후 항의는 했지만, 정작 해당 사건에 대해 크게 문제 삼는 대신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 일정인 PGA 조조챔피언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그저 지나갈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임성재 본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장면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런 경우 선수들은 “결국 내가 더 집중하지 못한 탓”이라며 자기 탓을 하고 무마되곤 한다.

 

그러나 최고의 찬사를 받는 대회, 매해 바뀌는 운영사의 미숙함이 거듭되는 대회. 공존해선 안 될 2가지 요소를 가진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이러한 사례를 당면과제로 여기고 개선에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무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과장된 경각심일지라도 ‘2023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를 이어가며 PGA에서의 호조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선수의 흐름을 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