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특집] (1)메타버스(Metaverse) 시대가 다가온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메타버스가 화두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와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강연회가 비대면으로 열리고 있다. 언론에서도 메타버스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주도했던 메타버스가 이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은 메타버스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 업무를 위한 장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메타버스가 사회 전 분야로 확산돼 가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산업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글 김대진 편집국장
메타버스란 초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연동된 3차원의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양방향으로 연동하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테픈슨(Neal Stephenson)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다음은 작품 속 메타버스에 대한 묘사를 인용한 것이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 줌으로써, 삼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삼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삼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이처럼 작품 속에선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이후 등장한 ‘싸이월드’의 미니미, 3D 아바타로 활동하는 ‘세컨드라이프’, 현실세계에 스마트폰을 비추면 포켓몬이 등장하는 ‘포켓몬고’,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등도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에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합한 MZ세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타버스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올 초 한국정보통신협회 신년사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국가 간 이동과 여행 중단, 사교가 제한된 일상이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속도를 10년은 앞당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메타버스의 네 가지 유형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를 ‘증강과 시뮬레이션’,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즉,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기존의 가상현실은 가상의 공간과 사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증강현실은 완전한 가상세계를 전제로 하는 가상현실과는 달리 현실세계의 환경위에 가상의 대상을 결합시켜 현실의 효과를 더욱 증가시키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물리적 공간에 컴퓨팅 파워를 가진 정보화된 인공물(information artefacts)이 가득 채워지게 되면 물리적 공간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단순히 게임과 같은 분야에만 한정된 적용이 가능한 기존 가상현실과 달리 다양한 현실 환경에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라이프로깅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묘사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텍스트, 영상, 사운드 등으로 캡처하고 그 내용을 서버에 저장해 이를 정리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센서가 부착된 스포츠 웨어를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한 MP3 플레이어와 연동해 사용함으로써 달린 거리, 소비 칼로리, 선곡 음악 등의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등의 행위가 라이프로깅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거울세계(Mirror Worlds)
미러월드는 실제 세계를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반영하되 ‘정보적으로 확장된’ 가상세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들 수 있다. 구글 어스는 세계 전역의 위성사진을 모조리 수집하여 일정 주기로 사진을 업데이트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계속될수록 미러월드는 점점 현실세계에 근접해갈 것이다. 이는 향후 가상현실의 커다란 몰입적 요소가 된다. 이같은 미러월드의 사용자는 가상세계를 열람함으로써 현실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가상세계(Virtual Worlds) 혹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가상세계는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들은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의 경제적, 사회적인 활동과 유사한 활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상세계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메타버스로서,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에서부터 린든 랩에서 개발된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생활형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3차원 컴퓨터그래픽환경에서 구현되는 커뮤니티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같은 신기술은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을 돕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Pricewaterhouse Coopers)에 따르면, AR·VR 시장은 2019년 464억 달러(약 52조 원)에서 2025년 4764억 달러(약 540조 원), 2030년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한 기업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한 기업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업체인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메타버스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 저장 장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실세계의 도로·전기·수도·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것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와 페이스북(Facebook) 등은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 중이다. MS의 홀로렌즈(HoloLens :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Oculus)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작년 9월 AR과 VR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오큘러스 퀘스트2(Oculus Quest 2)를 공개했다. 친구와 게임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하는 것을 넘어 가상세계에 구축된 사무실 ‘인피니트 오피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올 2월부터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국내 판매하고 있는 SK텔레콤은 VR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프VR’ 플랫폼을 이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은 MZ 세대에게 가장 인기다. ‘샌드박스(SANDBOX)’ 게임에선 사용자가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성 요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사용자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에서 여러 블록을 활용해 건축물·공간·물건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로블록스(Roblox)에선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즐길 수 있다. 제페토(ZEPETO)에서는 나와 닮은 아바타를 만든 뒤 다양한 가상 장소에서 다른 사용자를 만나 소통할 수 있다.
가상세계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인그레스(Ingress), 어스2(earth2),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더 샌드박스(The Sandbox), 크립토복셀(Cryptovoxels) 등 다양하다. 가격이 오르고 화폐로 교환할 수도 있어 투자 자산으로도 기능한다. 가상세계에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등장이 이를 보여준다.
메타버스는 새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내고 있다. 도면만 있으면 3D 집을 만들고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 스타트업 ‘어반베이스(Urbanbase)’, VR로 아파트 내부를 볼 수 있는 ‘큐픽스(Cupix)’와 사용자의 치매를 진단해주는 ‘룩시드랩스(LooxidLabs)’, 재활 훈련 프로그램 ‘테크빌리지(Techvillage)’ 등이 등장했다.
국가 주요 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가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북미, 인도, 유럽 직원들과 만나 신차 품평회를 한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AR을 활용해 항공기 정보, 매뉴얼을 빠르게 확인하며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전문 기업 엔디비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GPU기술콘퍼런스에서 AI가 통합된 메타버스 솔루션 ‘옴니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BMW가 옴니버스를 통해 팀을 연결하고 가상으로 미래 공장을 설계·계획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작년 말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내년까지 화학·자동차·조선해양 등 국내 3개 제조업 현장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사람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만들고, 전 공정에 XR을 연동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융합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제 가상공간이 놀이나 게임 영역에서 산업 현장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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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