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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수로 만나는 세계명화] 카라바조 〈바쿠스〉

혼을 담은 손으로 수놓은 ‘혼자수’ 이용주 작가가 원작가가 표현 못 한, 숨겨지고 변화하는 빛을 담아 원작과 같은 규격의 혼자수로 작업한 세계명화의 이야기를 전한다.


WRITER 이용주

 

 

카라바조는 누구인가
카라바조는 1573년 이탈리아 베르가모 근교의 카라바조 출생하여 1610년 37세의 나이로 치비타베키아 근교 폴트 엘코레에서 사망했다.


카라바조처럼 처절한 삶을 살았던 화가는 37세에 죽은 반고흐를 제외하고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으로 남의 손에서 자라면서 생겨난 ‘처세’가 예술로 표현되고, 그의 일생을 곱씹으면 다혈질로 괴팍하고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다.

 

칼을 차고 다니며 베는 일도 서슴지 않는 무뢰한이었지만, 붓을 잡은 순간만큼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예술가였다.

 

그는 ‘예수’를 성스럽고 부티나는 ‘이상화된 신’의 모습으로 표현하던 르네상스 화가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일반 서민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다뤘다. 종교화에서 성인을 일반인으로 표현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표현주의적 화풍으로 비난을 받았으며 종교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어쩌면 이상주의적 종교화가 아닌 ‘사람’에게 다가서는 성화를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신념을 따르는 화단의 이단아
그는 주문자의 요구보다 자신의 신념에 그림을 그린 ‘화단의 이단아’였고, 성서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혁명가였다.

 

사고뭉치에 주정뱅이였던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로마를 떠나 나폴리, 몰타 등을 전전하며 도망자로 살았다. 도피 중에도 워낙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자신을 사면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홀로 로마로 가다 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 일탈적 사건·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임에도 지금은 그의 작품이 없는 미술관은 ‘생애 반드시 가야 할 미술관’ 리스트에 오르지 못하는 위상을 발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흔히 보는 이웃의 모습으로 신을 그리다
이 작품 〈바쿠스〉는 카라바조의 초기작으로 그가 21세 때 그의 후원자였던 프란체스코 델 몬테 추기경이 친구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주문한 작품이다.

 

실제 주변 인물을 모델로 삼아 이상적인 신의 모습과는 달리 ‘이웃 같은 신’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의상과 배경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모습인데, 마치 로마 황제 같은 모습으로 그렸다.
 

손톱에 때가 낀 술의 신
왼쪽 어깨에 드레이퍼리를 걸치고 포도와 잎사귀로 엮은 왕관을 쓴 ‘바쿠스’는 청순한 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는 고대에 격식을 차린 만찬에서 비스듬히 누워 식사하는 긴 의자에 앉은 채로, 포도주잔을 내밀 듯 들고 있다.

 

 

그림의 전경에 놓인 포도주병과 포도와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는 ‘술의 신 바쿠스’를 다룬 작품에는 자주 등장하는 전통적인 장치다.

 

그가 든 술잔 속에는 거품이 보여 막 술을 따른 듯한데, 자세히 보면 손톱에 때가 끼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늘 품위 있게 묘사되던 ‘신’을 주변의 일반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기 위해 이렇게 그려 넣은 것이다.

 

 

빛과 어둠의 대비로 내면세계까지 표현하다

그의 작품은 마치 어두운 연극무대 위에 조명을 넣은 것처럼 화면에 극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뚜렷한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로 인물의 내면세계까지 표현하는 이 기법은 후에 렘브란트에 의해 계승, 발전되며 후대에도 이어진다.

 


혼자수 이용주
비단 실로 수놓아 작품을 표현하는 작가. 1974년 처음 자수를 배웠다. 회화는 순간의 빛을 화폭에 담는다. 반면 이용주 작가는 변하고 움직이는 빛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정통자수를 현대와 접목해 가장 한국적인, 자긍심 넘치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히 세계명화는 원작가가 표현하지 못한, 순간순간 변하는 빛을 모아 한 화폭에 표현한 독창적 작품이다. 14명의 전·현직대통령과 세계적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했고, 초대전을 열어주고 있다. 근 30년 동안 작업한 많은 혼자수 작품들을 담을 ‘그릇’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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