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4년 한국 증시는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였다. 12월 30일 폐장을 앞두고, ‘밸류업’ 프로젝트로 시작한 올해는 결국 코스피가 2400~2500의 박스권에 머무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행동주의 펀드와 연기금의 움직임 등 다양한 이슈가 얽힌 한국 증시의 흐름을 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정리한다.
◇ 대통령의 약속과 현실의 간극
2024년의 투자 달력은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그는 1월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많은 기업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저평가되어 있다”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의 증시 개장식 참석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며, 이는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는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금융시장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약세를 보였고, 1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5.96% 하락했다. 이는 지독한 박스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월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은 오히려 변동성이 커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수를 이어갔고, 2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순매수액은 7조 8086억 원에 달해 199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이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 상승과 하락의 롤러코스터
3월에 들어서면서 코스피는 2700선을 돌파하며 반등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4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코스피는 1분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되는 불운을 겪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8만전자’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하락세로 돌아서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반면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 두 기업 간의 대조적인 성과는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외환시장도 큰 변화를 겪었다.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400원에 육박하며, 한·미·일 재무장관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한 논의를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을 고려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동성이 극심했던 시기는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안겼고,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 정치적 리스크와 시장 신뢰의 붕괴
2024년은 정치적 리스크가 증시에 미친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 한 해였다.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한국 증시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이 사건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은 대거 이탈하며, 한국 증시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자,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비판했다. 12월 10일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법이 통과되었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며, 시장의 신뢰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자본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정치적 사건의 전개와 글로벌 경제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 2025년 증시 전망, 불확실성 속 기회
2025년 증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폴리코노미’의 영향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2024년 한국 증시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정치적 혼란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맞물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의 분산 투자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K-증시의 미래는 이런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시장을 바라보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