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지난번 내 준 과제는 다 하셨나요? 뭘 버리셨나요?”
나의 말에 수강생들이 웃으며 대답한다.
“남편이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바로 나 자신이다. 정리정돈을 통해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되고 쾌적한 환경이 되어야 운도 살고 나도 산다고 할 수 있다.
단 한 번도 누구를 집에 오게 한 적이 없다는 지인의 집에 어느 날 우연히 생각지도 않게 내가 방문하게 됐다. 극구 밖으로 나가자는 것을 우기고 집에 들어섰는데 이게 웬일? 32평이라는 그 집은 입구부터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안방 침대 위는 물론 베란다까지 작은 산이 하나 있는 듯 그야말로 방송에 가끔 나오던 그런 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50평으로 이사 간다고 한들 달라질 수 있을까?
집이 좁아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그 집은 다시 물건으로 채워질 것이다. 집의 평수가 넓어져도 생활은 전혀 달라지지 않으며, 습관이 변화하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언제까지 좁은 공간 타령만 할 것인지?
생각이 많고 하는 일마다 꼬이면 ‘집안정리’를 하라고 말한다. 집 안 곳곳이 깔끔히 정리가 되어 있으면 생각이 잘 정리되고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은 3보 1폐이다. 보존‧, 보관‧, 보류+폐기다. 뻔한 얘기일 순 있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보존은 현재 필요한 것들을 말하며, 항상 나와 밀착되어 있는 물건과 자료를 말한다. 보관은 선반이든, 공간이든 컴퓨터의 폴더이든 어디든 넣어두고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과 자료들이다. 보류는 언젠가 쓸 것 같은 사물들인데 집에 비유하자면, 물건, 의류인데 그 언제인지 예측이 어렵다. 폐기는 살면서 추억앨범과 같은 과거의 흔적들, 자녀들의 물품, 영광스러운 순간의 기념패, 상장 따위로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에 묶여 있는 것들은 사진을 찍어두고 없애는 것을 말한다.
집안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편리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용이 편리하도록 수납도구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랍 안은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처음 정돈해 둔 상태가 아니라 뒤섞여 찾아 쓰기에도 어렵고, 찾지 못해 또 구매해야 하는 불필요한 소비패턴을 버리지 못한다. 가지런히 질서 있게 분류를 통해서 숨어 있던 공간까지 찾아내어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서적인 쾌적함을 누릴 수 있어 좋다.
나누고 배출하고 공간을 비우려 노력한다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집안의 공간은 쾌적하고 넓게 활용할 수 있다. 70%는 채우되 30%는 비우자. 집안을 둘러보라. 내가 있는 공간이 물건으로 가득 차 넘치지는 않는지.
정리정돈의 개념은 10여 년 전에 도입됐다. 펜데믹 시대엔 가족 중심의 문화로 구조적으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시기를 보냈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만 한다. 즉시 공부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무엇이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설계를 갖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자녀들은 그대로 어깨너머로 어른들을 따라 학습한다.
이재덕 선생은 “될성력”이라 표현했다. 자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좋은 환경에 사랑과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될성부른’ 새싹이 자란다. 깨달음이 있는 기성세대의 뒷모습을 통해 사고의 틀이 확장된다. 지금이라도 창의적이고 유연한 자녀들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당장 정리정돈을 시작하자.
정미경
공간창조 정리수납연구소 원장
중앙아이피 교육강사
한국인성교육협회 교육이사
(사)정리수납 2급 교육강사
부모교육상담지도사
시니어생애설계 교육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