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럼 직접적이고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척추는 3단계로 망가진다. 척추가 변형되는 과정은 고관절 변형, 추간공 협착, 뼈의 뒤틀림 과정을 거친다. 척추병은 척추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병이 생긴 곳은 척추지만 병이 시작되는 곳은 척추를 받쳐주는 골반, 그리고 골반의 아래 축을 담당하는 고관절이다.

골반은 두 다리 위에 놓여 있다. 골반과 다리를 잇는 관절이 바로 고관절이다. 다리뼈 끝에 있는 망치 모양의 대퇴골두가 골반의 비구 안에 들어 있는 형태다. 다른 관절과 같이 대퇴골두와 골반의 비구 안쪽 또한 연골로 싸여 있다. 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대퇴골두와 비구 안에는 원형인대라고 불리는 인대가 있어서 다리뼈가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두 다리가 체중 부하를 똑같이 나누어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어느 부위든 좌우의 균형이 딱 맞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한쪽 다리에 체중이 조금 더 쏠리게 된다. 체중이 어느 다리에 얼마만큼 실리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사람은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자신만의 행동방식을 갖게 된다. 어느 쪽 손을 많이 사용하는지,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어떤 다리를 축으로 삼는지, 걸을 때는 발바닥의 어느 부위부터 땅에 대는지, 각자 다른 행동방식으로 인해 발의 무게 중심축부터 척추의 무게 중심축까지 개개인의 특성이 생긴다. 걸음걸이와 발소리가 저마다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멀리서 걷는 모습을 보거나 발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맞힐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저마다의 개성이지만, 척추 건강 면에서 보자면 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면으로부터 두 다리가 일직선으로 올라오고 그 위에 골반이 지면과 수평으로 위치해야 하는데, 고관절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골반 또한 수평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고관절이 눌려서 좁아진 쪽은 무게를 많이 받으니 점점 더 눌리고 좁아진다. 그에 따라 골반이 기울어지면서 반대쪽은 골반과 고관절 사이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골반과 대퇴골이 이루는 각도는 130도 내외인데 이 각도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것을 고관절의 ‘아탈구(Subluxation)’라 한다. 간혹 아탈구라고 하면 뼈가 빠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탈구는 불완전한 탈구를 이르는 말로, 관절이 연결은 되어 있으나 완전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즉 정상적이고 올바른 위치를 벗어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고관절이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면 당연히 두 다리 위에 놓인 골반의 위치가 달라진다. 양 다리의 중심이 달라지면서 골반의 무게 중심도 바뀐다. 골반 위에 서 있는 척추의 무게 중심도 바뀌게 된다.

아탈구가 일어난 고관절은 벌어지고 반대쪽 고관절은 좁아진 상황에서 무게가 점차 한쪽으로 쏠리니 다리나 무릎이 아프고 저리기도 한다. 이때, 통증은 고관절이 좁아진 쪽에서 나타난다. 뼈와 뼈 사이가 좁아진 만큼 신경과 혈액의 흐름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관절 아탈구가 일어난 쪽의 다리는 움직임이 더 크고 넓어진다.

한쪽 무릎만 아프다거나 한쪽 다리만 시리다면 아탈구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때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무릎만 치료하면 소용이 없다. 병의 원인은 무릎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탈구가 아주 심해지면 심지어 양쪽 엉덩이 크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오랜 시간 동안 한쪽 관절의 움직임은 점차 줄어들고 다른 쪽 다리의 움직임만 커지니 근육의 형태와 탄력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유홍석

경희대학교 한의대학, 동대학원 졸

본케어한의원 원장

구조의학연구회 회장

‘기적의 골타 요법’ 저서 출간

‘나는 몸신이다’, ‘엄지의 제왕’, ‘살림 9단 만물상’ 등 TV 방송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