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남 고흥군 도화면 봉동마을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특별한 만남이 열렸다.
85년 세월을 함께 살아온 두 노인이 자식들의 정성 어린 주선으로 다시 마주 앉았고,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정’과 ‘효’의 의미를 다시 일깨운 하루였다.
이날 상봉의 주인공은 봉동마을에 사는 서점수(85) 씨와 강준웅(85) 씨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한마을에서 함께 자라며 평생 우정을 이어온 친구 사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몸이 불편해졌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마음처럼 왕래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은 자식 세대에서도 이어졌다. 서점수 씨의 아들 서영호(58·경기 고양시) 씨와 강준웅 씨의 딸 강은주(58·경기 안산시) 씨 역시 어린 시절 같은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였다. 중학교 졸업 후 학업과 생업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 객지로 흩어졌지만, 부모 세대의 우정을 잊지 않았던 두 사람은 결국 뜻을 모아 특별한 상봉 자리를 직접 마련했다.
행사가 열린 이날 봉동마을에는 가족과 마을 주민, 지인들이 함께 모여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서점수 씨의 아들과 사위, 강준웅 씨의 아들과 딸 등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참석자들은 두 어르신의 재회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특히 이날 음식에는 가족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족들은 직접 나로도까지 찾아가 자연산 생선회를 준비하며 두 친구의 귀한 만남을 위한 작은 잔치를 열었다. 시골마을 특유의 푸근한 인심과 사람 냄새가 행사장 곳곳에 배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 뭉클한 순간은 두 친구가 다시 서로를 마주한 장면이었다.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듯 두 어르신은 서로를 힘껏 끌어안았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굽은 어깨와 주름진 손끝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만큼은 어린 시절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족들과 주민들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그 순간을 담았고, 또 누군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노인의 우정을 바라봤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서영호 씨는 “효도가 꼭 거창한 데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몸이 불편해 서로 보고 싶어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오랜 친구와 다시 만나게 해드릴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은주 씨 역시 “부모님 세대의 우정은 지금과는 또 다른 깊이가 있는 것 같다”며 “두 분이 서로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오늘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요즘처럼 빠르고 각박한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너무도 따뜻한 이야기”라며 “부모 세대의 우정을 기억하고 소중한 만남을 마련한 자녀들의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공동체의 힘은 결국 사람 사이의 정과 배려에서 나온다”며 “이번 봉서마을의 상봉이 우리 사회에 오래 남는 따뜻한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날 봉동마을에서 열린 작은 상봉은 삭막해진 현대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빠른 속도와 경쟁에 익숙해진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관계를 잃어가고, 가족과 친구조차 ‘시간 나면 보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날 두 노인이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돈이나 조건이 아니라 ‘사람’과 ‘정’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임을 다시 일깨워줬다.
특히 부모 세대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고 직접 상봉 자리를 만든 자식들의 모습은 효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값비싼 선물이나 형식적인 이벤트보다 부모 마음속 깊은 그리움을 헤아려주는 일이야말로 진짜 효도라는 것이다.
봉동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마을 전체가 따뜻해지는 하루였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열린 이날의 만남은 잠시 멈춰 서서 사람의 온기를 돌아보라는 조용하지만 깊은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