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사실 골프장들은 과거에 비하면 친환경 문제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골프장’이라고 하면 환경 파괴, 귀족 스포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붙어 버리면 ‘일부 돈 많은 이들을 위한 환경 파괴’라는 문장이 되어 버리기도 일쑤다.
나 역시 귀족도 아니고, 돈이 많지도 않으며, 환경 파괴는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흔한 골린이 중 하나지만 골프장을 이용하다 보면 가끔씩 ‘왠지 모를 송구함’ 같은 게 올라올 때가 있다.
#피할 수 없는 환경 문제
국내 환경 특성상 골프장은 환경 파괴가 심각한 시설인 건 사실이다. 유독 국내 골프장 건설이 환경을 파괴하는 건 ‘골프장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 태생적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특성상 장마철인 6~9월 사이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되는데, 막상 잔디의 최적 생육 시기인 5~6월 초는 갈수기다.
잔디를 키워야 하는 골프장으로선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 시기에 18홀 골프장 1곳의 1일 물 사용량은 통상 1천여 톤에 달하고, 잔디의 생육을 위해서만 600~800여 톤이 쓰인다.
그런데 골프장의 흙은 원활한 배수를 위해 모래와 인공 흙으로 구성돼 강수를 저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데다 잔디 지형의 보수력은 삼림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골프장은 지하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인근 지역의 농업용수와 식수를 고갈시키는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로 지하수량이 적은 암반 지대에 여러 개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인근의 물 공급이 차질을 겪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골프장이 환경에 해를 끼치는 다양한 것 중 하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지난해 역대급 흑자로 골프장 업계는 눈총을 샀다. 많게는 2배 이상 오른 그린피에도 골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나 환경적 개선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기존에는 3부 티를 운영하지 않던 곳도 3부를 열었고 빡빡한 부킹 탓에 필드 이용률은 한계까지 차올랐다. 그럴수록 잔디 관리를 할 시간적 여유는 부족해졌다.
코로나19로 사우나를 폐쇄하거나, 샤워만 이용하도록 하면서도 일부 양심적인 곳을 제외하고는 할인도 외면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결과다. 골프장이 공공사업이 아닌 이상 아무리 야속해도 이윤 추구를 위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사업방식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골프붐이 벌어지기 전에는 골프장들이 적자에 허덕이던 시기도 꽤 길었다.
#홀당 100억 원
골프 인구 폭증과 코로나19로 해외원정길이 막혔고 불어난 골프 인구가 만들어 낸 호황기 때문일까.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2022년 골프장 매매 시세는 홀당 100억 원을 호가한다. 단순 계산이지만 18홀을 갖춘 골프장이라면 매매할 때 약 2천억 원이 오간다는 얘기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그린피는 평균 1.5~2배가량 올랐다. 주말 황금시간대라면 부르는 게 값이다.
30만 원을 넘나드는 곳도 여럿 있었다. 그렇게 2020~2021년 골프장들이 역대급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영업이익률 40%를 돌파했다는 기사도 기억에 남는다.
#작은 정원 하나 꾸며도 환경 파괴
다음은 한 블로거의 포스팅 내용이다.
골프장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정원’의 이미지에 가까운 정원을 만들어내려면 골프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오염을 각오해야 합니다.
우선 내가 원하는 화초, 그것도 외래종을 주로 골라 심는 자체가 자연과는 멀어지는 상황입니다. 나의 정원은 그저 초록으로 가득한 가짜 자연이죠.
그저 약을 뿌리지 않는 것만으로는 친환경적인 정원을 만들 수가 없더라구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스위스 마당쇤네의 정원일기’ 2021. 5. 11. 업로드 내용에서 발췌)> |
이 블로거의 말처럼 작은 정원도 아니고 골프장 정도 되는 규모의 면적을 조성하면서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다만 그가 발견한 것처럼 정원을 친환경적으로 꾸밀 때 공부가 필요하다는 건 기존의 ‘쉽고 빠른’ 방법을 대체할 다른 방법과 이를 시행할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모든 분야의 문제가 그렇다. 하다못해 다이어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될 일인데 ‘식단’을 챙기자니 공부도 해야 하고, 일반식보다 돈도 더 든다.
그렇다고 살 빼기를 외면하면 내 수명이 줄어든다.
수천억 원을 들여 골프장을 만들었거나, 인수한 오너들이 당초 그렸는 그림이 ‘환경 보호’는 아니었을 것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정원’이었다면 모를까.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골퍼들의 요구는 다른가? 좀 더 '기똥찬' 공간에서의 '돈 주고도 못 볼' 경험을 원한다. 그럴수록 더 환경 파괴적인 작업이 필요해진다.
인정하자. 골프장이 '완전한 친환경'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환경 파괴 이슈를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왕에 환경을 갉아 즐기는 것이고, 없앨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환경 자체를 지키면서 즐겨야 한다. 그러고 보니 마침 역대급 흑자전환을 하지 않았나.
영원한 흑자는 없다. 할 수 있을 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