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국민 기업 포스코' 자부심, 정작 회장은 "국민 기업 아냐" 포스코 최정우 회장 퇴진 촉구

힌남노 수해 복구 성공적이지만 갈 길 멀어
최정우 회장, 치적 쌓기 혈안...숫자만 보는 경영철학이 포스코 정체성 흔든다"
"포항시민 외면한 치적쌓기에만 몰두"

 

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대일 청구권으로 설립된 포스코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철의심장 다시뛴다'가 지난 18일 오후 4시 10분 KBS1을 통해 전파를 탔다.

 

한 출연자는 "피해가 생기자 모든 포스코의 기술진 선·후배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민·관·군 합동으로 시기를 놓치지 않아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선조들의 피'로 만들어진 포스코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긴박한 위기를 "우리가 여기서 일어나야 한다"는 투혼으로  협력해 일어선 사례라면서 "포스코는 국민기업이며 국민자산"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내면서도, "단 한 사람 최정우 회장만은 (포스코가) 국민기업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아쉬움을 성토했다. 

 

 

'회장직 보전 위해 정치권과 딜?'

그는 지난해 2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와 최정우 회장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오석근 포스코 전 부사장을 각각 대리인으로 내세워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 측은 '포스코 지주사를 포항으로 유치할 것'을, 최 회장은 '임기 가 끝날 때까지 직을 보존해 줄 것'을 서로 약속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포스코 '정상 복구'는 아직인데

최정우 회장은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포스코가 태풍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고 정상 가동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설비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실정이라는 현장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수해복구는 큰 불만 잡았고, 잔불을 정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6일에도 주요 생산 시설 중 하나인 제2 파이넥스 고로 노체나 장입 설비, 열풍로 등 조업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속설비가 고장 나 송풍을 일시 중지하는 '휴풍'에 들어가기도 했다.

 

 

기업 원로들 "포스코 정체성 흔들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립묘지 故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묘소를 찾은 원로들은 "최 회장이 '정치적으로' 회장에 올라 창업자의 흔적을 지우려 했고, 회사 고유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원로들은 또, 당초 최 회장이 연간 5,000억 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해놓고는 제철소 시설관리비 및 정비비 등에서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예산 지원을 중단한 '얄팍한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최 회장 취임 후부터 수많은 안전사고 등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원로들은 "안전관리비나 시설투자비, 정비비를 적시적소에 투자하지 않고, 숫자로만 경영하니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설비투자와 복지에 돈을 썼다면 그런 사고가 터졌겠나"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우 회장은 또,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포스텍(포항공대) 등의 학교들을 한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길러냈고, 국부의 원천인 과학기술발전과 우수 인재양성을 넘어 지역균형 발전 등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연구비 지원도 중단하고, 오히려 포스텍 기부 체납을 운운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는 최 회장의 아들이 포스코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는 특혜 의혹도 논란이 됐다.

 

 

세계 철강협회 컨퍼런스 방문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를 모시는 신사에 공물과 참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여유 시간에 도쿄 타워 인근 절에 방문했을 뿐"이라며 "신사가 아니라 절이며,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었다.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전 직원이 땀 흘리는 동안 정작 최 회장은 골프장에 갔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의원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바뀌고 최정우 위기론이 고개를 들자, 사외이사 모임에서 본인들 마음에 드는 인물을 회장으로 만들어 포스코를 관리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다시 공분을 샀다.

 

최 회장이 평소 현 정권과 가깝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들을 영입한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강욱(포스코 고문 변호사), 김영종(포스코 법무팀장), 문강배(포스코인터 고문 변호사) 등 현 정권과의 친분을 내세운 이들을 영입해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결자해지의 결단 촉구하는 포항시민의 목소리

포항 범대위('최정우 퇴진!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 대책위원회', 이하 범대위)는 "창업주 박태준 회장의 뜻을 거슬러 포스코가 국민기업임을 부정하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만들어 서울에 본사를 두든 한편, 포스코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수도권에 두는 등, '제철보국'을 일으키는 데 첨병 역할을 한 포항시민을 외면했다"며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범대위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스코를 가장 사랑하는 포항시민을 위해 (최 회장이) 아름대운 결자해지의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각종 논란이 이어진 탓인지, 과거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이사회도 파행을 거듭해 최 회장의 리더십이 레임덕에 빠졌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최정우 회장은 자금시장법 위반으로 반부패 3부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 소유 승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해 고발되기도 하는 등 '퇴진론'에 붙은 불이 쉽게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