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이드 김백상 기자] 미국프로골프협회(PGA)는 지난 9일(미국시간)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골프 경기 중 룰을 어긴 열한개의 괴짜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된 사례 중 1위를 차지한 사건은 작년 ANA인스피레이션 대회 중 렉시 톰슨(미국)의 오소 플레이로 4벌타를 받은 사건이다.

작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3라운드 17번 홀 그린에서 톰슨은 마크하고 집어 올린 볼을 원래 자리와 다른 곳에 내려놓았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몰랐지만 한 TV 시청자의 제보로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분석 끝에 다음날 톰슨이 오소 플레이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위원회는 4라운드 경기 도중 톰슨을 찾아가 오소 플레이 2벌타에 잘못된 스코어카드 제출에 2벌타 등 모두 4벌타를 부과했다고 통보했다.
선두를 달리다 한꺼번에 4타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톰슨은 결국 연장전 끝에 유소연(28)에 졌다.
이 사건으로 미국골프협회(USGA)와 R&A는 즉각 규칙 개정에 나서면서 또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뀐 새 규정은 시청자 제보로 선수의 규정 위반을 적발할 수 없고, 벌타가 주어진 사실을 본인이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냈을 때는 스코어카드 오기에 따른 벌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바뀐 룰은 '렉시룰'이라고도 불린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이 사건을 최악의 벌타 사건으로 꼽았다.
2위는 얼마전 끝난 US오픈에서 3라운드에서 필 미켈슨이 13번 홀 그린 위에서 퍼팅한 볼이 움직이는데 반대편으로 달려가 다시 쳐 방향을 바꿔 2벌타를 받은 사건이다.

사건 이후 미켈슨은 "룰 위반을 알면서도 그랬다"고 밝혀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SNS를 통해 사과를 했지만 그 동안 '필드위의 신사'로 불리던 좋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3위는 데이비스 윅스가 경기 도중 실수로 물에 빠트린 볼을 못 찾아 벌타를 받은 사건이다. 2017년 미국 대학 골프 배턴 루지 지역 대회에 출전한 잭슨빌 대학교 4학년 윅스는 13번 홀 그린에서 집어 든 볼을 실수로 떨어트렸다. 신발 끝에 맞은 볼은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그린 옆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골프 규칙은 반드시 티샷한 볼로 홀아웃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분실한 볼을 찾지 못하면 2벌타를 받아야 한다.
윅스는 속옷 차림으로 연못에 뛰어들었다. 20개가 넘는 볼을 건졌지만 정작 자신의 볼은 없었다. 볼 수색에 허용된 5분이 지나자 2벌타를 받고 경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이언 폴터(잉글랜드)도 그린에서 볼을 집다 놓쳐 연못에 빠트렸지만, 트레이너가 물속에서 볼을 찾아내 벌타는 면했다.
4위와 5위는 2010년 PGA 챔피언십과 2016년 US 오픈에서 더스틴 존슨이 행한 실수로 벌타를 받은 사건이다.

더스틴 존슨은(미국) 2010년 PGA 챔피언십 마지말 날 한 타 차 선두로 18번 홀에 들어서며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눈 앞에 뒀다. 마지막 홀에서 그는 티샷한 볼이 우측으로 크게 밀리며 모래 지역으로 들어갔다. 존슨은 그곳이 벙커가 아닌 웨이스트 에어리어인 줄 알고 어드레시 할 때 클럽 헤드를 땅에 댔다. 하지만 그곳은 벙커였다. 결국 존슨은 2벌타를 받고 메이저 첫 우승은 눈 앞에서 날아가 버렸다.
또 존슨은 2016년 US오픈 최종 라운드 5번 홀 그린에서 막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볼이 움직였고 존슨은 경기위원을 불러서 볼이 움직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경기위원은 벌타 부과 여부를 즉각 알려주지 않았고 정밀 비디오 분석에 들어갔다.
이후 경기위원회는 존슨이 볼을 움직인 원인 제공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1벌타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벌타 부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존슨은 자신의 정확한 타수를 모를 채 경기를 했지만 나중에 벌타를 받고도 3타차 완승을 거뒀다.
이 이외에도 2010년 중국 선전에서 열린 미션 힐스 스타 트로피 1라운드에서 이마다 류지(일본)는 하루 13번 룰 위반해 벌타로만 26타를 잃었다. 2언더파를 쳤지만 벌타를 더해 제출한 스코어는 무려 24오버파였다.
당시 비 때문에 코스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1라운드는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내려놓고 치도록 했다.
보통 이런 로컬룰을 적용할 때는 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1클럽 이내에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 대회 때는 1클럽 이내 거리가 아니라 '스코어카드 1장' 거리 이내로 정했다. 말하자면 원래 있던 장소 한 뼘 이내 거리에 볼을 내려놔야 했다.
12번 홀에서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놓다가 동반 선수의 지적을 받은 이마다는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은 지금까지 몇차례나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놓았느냐고 물었고 이마다는 "13번쯤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경기위원은 룰 위반 한 번에 2벌타씩 모두 26벌타를 부여했다.
레이몬드 플로이드도 한 경기 중 두 번 2벌타를 받기도 했다. 198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1번 홀에서 레이먼드 플로이드(미국)의 캐디는 플로이드가 티샷하기 전에 볼이 떨어질 지점 부근으로 미리 이동해 페어웨이 옆 러프에 골프백을 내려놨다.
플로이드가 티샷한 볼은 정확하게 골프백을 맞췄다. 볼이 선수 자신의 몸이나 캐디, 기타 선수의 소유물에 맞으면 2벌타를 부과한다는 규칙 19조2항에 따라 플로이드는 2벌타를 받았다.
이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자 플로이드는 6번 홀 티박스에서 연습 삼아 볼을 숲을 향해 쳤다. 이는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 중 연습을 금지한 규칙 33조2항을 어긴 것이었다. 플로이드는 또 2벌타를 받았다.
제프 매거트(미국)는 2003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2타차 선두로 시작했지만 4번 홀에서 자신이 친 볼에 맞아 받은 2벌타 탓에 선두를 빼앗겼다.
360야드짜리 파 4홀인 4번 홀에서 매거트가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53도 웨지로 가볍게 쳐낸 볼은 벙커 턱을 맞고 튀어 매거트의 가슴을 때렸다.
2벌타를 받은 매거트는 4번 홀을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했고 마이크 위어(캐나다)에 1타 뒤진 2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매거트는 12번 홀(파3)에서 볼을 두 번이나 물에 빠트리며 퀸튜플보기를 적어내는 곡절 끝에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브라이언 데이비스(미국)는 2010년 PGA투어 헤리티지 연장전에서 해저드 구역에 떨어진 볼을 쳐 그린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경기위원을 불러 백스윙 도중 갈대를 건드렸다고 고백했다. 2벌타를 받은 그는 연장전에서 졌고 우승 트로피는 짐 퓨릭(미국)에게 돌아갔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