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유튜브 영상을 찍는 연습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못하겠다는 아이들이 있었다. 초등 2학년인데 자신이 실수할까 봐 시도조차 안 하려는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연습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면 언제 실수할 거야? “실전이요” 아이들의 대답이 놀라웠다.
▲인홀썸(교육, 심리상담, 건강서비스) 정선미 대표
“연습 과정에서는 실수해도 괜찮아~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보완할지 알고 그 부분을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지~ 그러면 실전에서 본인이 하려고 한 걸 모두 완수할 수 있거든~”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둘 실행하기 시작했다.
실수를 두려워하던 아이는 매 순간 완벽한 자기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다. 실수를 허용하자 한 번 연습하더니 본 영상 촬영에서 하라는 것을 정확히 실행했다. ‘연습 과정에서 못하겠다고 울던 그 아이가 맞나?’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의 두려움이 사라지자 친구들과 장난치고 웃으면서 참여하게 되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피드백 중에 “이것도 못 해?”라는 말은 아이들이 이것에서 무엇을 못 하는지 궁금해서 하는 말일까? 못 한다고 혼내는 말일까? 어른들 기준에서는 이것도 못 한다는 것이 이해하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할 수 있다면 왜 배워야 하는가? 못하기 때문에 배우려는 것이 아닌가?
이 경우에 그 사람이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할 수 있게 하는 빠진 정보를 제공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어르신들 대상으로 초기 SNS 활용 교육을 하던 도시의 젊은 강사들에 대한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낯선 어르신들이 시작점에서 헤매고 있는데 강사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아직 2G 속도인데 강사들은 5G 속도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강사들은 당연히 그 정도는 알 줄 알았다며 황당해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2G 어르신들을 위해 유튜브 교육 콘텐츠를 짜면서 편집 프로그램 활용법 PPT를 만들었는데 편집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던 기획자가 보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는 화면을 터치하면 다음 화면은 어디로 가고 거기서 무엇을 터치해야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세부사항을 자세히 사진으로 펼쳐보니 아주 많은 스텝을 건너뛰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세부사항을 파악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게 기본 스텝부터 교육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진 시대이다. 왜냐하면 디지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보의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의 격차는 교육과 제도와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JTBC 해방타운이라는 방송에서 농구 대통령 허재의 에피소드는 이런 정보의 격차를 아주 잘 보여준다. 농구만 알던 허재가 처음으로 집을 나와 밥을 하려고 전기밥솥을 샀다. 설명서를 읽고 밥솥을 만지작거리는데 밥솥 뚜껑을 한 시간째 열지 못하는 허재를 보며 패널들은 너무 기본이라 설명서에도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누군가에게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설명이 필요 없을지 몰라도 뚜껑을 열지 못하면 이 밥솥은 제 기능을 시작하지 못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시작할 수 있게 밥솥 손잡이에 온·오프 방향을 표시해 주거나 설명서에 뚜껑을 여닫는 것이 1번에 있었다면 허재가 한 시간을 헤맬 필요가 있었을까?
이 방송에서 허재처럼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 잘 기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작점에서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당연히 알 거라고 넘어가는 우리 교육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식은 상품 설명서를 만든 기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심지어 물건은 파는 기업에서도 이런 정보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농구만 알던 바보라는 자막과 함께 허재는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 허재의 행동을 자세히 분석한다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허재처럼 전기밥솥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도 이 제품을 사용하게 하려면 제품의 설명서에 무엇을 어떻게 표시해야 할지 사업의 중요한 포인트를 인식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 몰라서 하는 행동을 실수나 웃음거리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런 행동의 세부사항을 분석하여 그 사람이 보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 DnA분석법은 그 사람이 하고 있는 행동의 시작 단계에서 무슨 정보와 도움을 제공해서 그 사람의 실행력을 높이게 도울지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서 부끄러움, 수치심, 두려움, 비난 등에 대한 저항과 심리적 갈등이 사라지면 실행하는 힘은 더 커진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뭘 중점적으로 보완할지 뭘 더 키울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그러면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를 들여서 더 많은 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른다.
다음 편에서는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들과 실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들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