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프로의 욕설로 국내 프로 무대는 다시 뒤숭숭하다.
욕설한 건 잘못이고, 포어 캐디의 실수는 개인의 문제였는지 사전 교육 문제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쌍방과실이고, 입장 차도 공감이간다. 다만 ‘돈 받고 일하는데 그 따위냐’는 표현이 목구멍에 탁 걸렸다. 아니, 그럼 무급 포어캐디였다면 달랐을 거라는 건가?
그럼 팬들이 성적을 못 낸 프로선수에게 면전에서 욕설을 해도 상금을 조금이라도 받아가는 프로라면 감수하겠다는 걸까.
포어캐디 모집 공고
〈남자 골프대회 포어캐디 진행요원 모집(일급 12만 원)〉
국내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잡 알리오’의 2022년 9월 25일자 게시물 제목이다. 마침 이 일이 벌어졌던 그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근무할 포어캐디를 구인하는 공고다.
게시물에 따르면 일당은 12만 원. 행사종료 후 14일 전 입금되며, 3.3% 세금이 공제된다. 근무시간은 목·금요일은 10시간 내외, 토·일요일은 6시간 내외다. ‘실근무’라고 병기됐다.
모집 업무는 문제의 포어캐디다.
각 배정된 홀에 상주하면서 선수들이 볼을 치면 깃발로 신호를 해주는 역할이라고 적혀있다. 지원 조건은 성별·나이·학력 무관하며, 간단한 골프의 기본상식만 있어도 가능하며(우대조건), 업무 투입 전 담당 팀장의 교육이 있다고 하며, 책임감이 있는 자는 우대한다.
‘꿀보직’ 같은데?
실수를 한 포어캐디가 이 공고를 보고 채용된 인사였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포어캐디라는, 따지고 보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경기진행요원을 이렇게 뽑는다.
포어캐디가 하는 역할이 실제로도 그렇게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아니다. 다만 여기 어디에 타당 몇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경기이므로 실수하면 선수에게 욕설을 들을 지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리스크’가 존재하는가.
이 정도면 요샛말로 ‘꿀보직’이라는 느낌가 아닌가? 솔직히 골프 팬이라면 ‘구경할 겸 휴가 내고 여기 지원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지.
골프를 아예 모르고 접해본 적도 없는 대상자라도 충원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포어 캐디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 남은 건 이들에 대한 교육의 질이다.
분노도 욕설도 공감한다
이 사건에서 김한별이 분노한 건 합당하다. 욕설도 나올 수는 있다. 내기도 아닌 명랑 골프 나갔다가도 캐디가 성의 없이 ‘나갔어요’랬는데 살아있거나, ‘살았어요’랬는데 죽어서 특설 티로 향하다 보면 욕설이 나오지 않던가?
다만 그 욕설이 향한 곳이 이런 공고를 통해 뽑혀온 아르바이트 생이어서는 안됐다. 대회장에 가보면 포어캐디의 태만함이 만연하다는 팬들의 의견도 많다. 그 의견도 맞다. 다만 그 태만함을 포어캐디 개인에게 지적하기 전에 이들에게 경기진행요원의 옷을 입혔어야 할 ‘그곳’에 지적해야 할 일이다.
옹호가 아니라 질문이다
‘그래서 얼마 줬는데’로 돌아가 보자.
이 포어캐디에 지원하면 ‘실’근무 기간은 9월 29일부터지만 9월 28일 수요일 19시, 신사역 또는 우송대학교에서 셔틀 탑승 후 숙소로 이동해야 했다. 대회가 종료되는 10월 2일, 다시 셔틀에 탑승해서 집합장소로 돌아온 시간이 19시라 치자.
9월 28일 수요일부터 10월 2일 일요일까지 이들은 꼬박 4일간 합숙을 했다. ‘실근무’ 시간이 지켜졌다면 32시간에 48만 원을 받는 셈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욕먹은 포어캐디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많든 적든 급여를 받으면서 하는 일에는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게 맞다.
자꾸 반복되는 이런 허술함이 허술한 공고와 아마도 허술했을 직무교육을 받고 나온 알바생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던지자는 거다.
책임은 책임으로만 묻자. 돈을 운운하면 천박해진다. 심지어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