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70%를 차지하는 15억 ㎦의 물 중, 생명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불과 0.39% 정도에 불과한 6백만 ㎦. 지하수나 호수 등의 담수를 모두 합해도 전체의 1%가 채 못 된다. 겨우 1천만 ㎦ 남짓의 물에 75억 명 인류와 수많은 동·식물의 생존이 걸려있다는 얘기다.
WRITER 이승엽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인류의 시작과 끝이며, 문명과 문화 발전의 시작이고, 숱한 신화의 원천이기도 하다.
지구의 물 중 2.5%만이 담수
지구 표면의 70% 이상은 물이다. 전문가들의 추정으로는약 15억 ㎦의 엄청난 부피다.
다만 이 중 가장 큰 비중은 바닷물을 포함한 염수(소금물)다. 물 전체의 97.5%에 달한다. 생명에 필수로 쓸 수 있는 담수는 나머지 2.5%에 불과하다.
이 담수 중에도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만년설이나 빙하, 지하수 등이 있다. 이를 제외하면 모든 생물(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불과 0.39% 정도인 6백만 ㎦ 정도다.
지하수나 호수 등에 존재하는 모든 담수를 다 합쳐도 그 양은 전체 물의 1%가 되지 않는다. 즉, 75억 명의 사람은 물론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겨우 1천만 ㎦ 남짓 정도밖에 안 되는 물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초당 1명 사망, 오염된 식수 마시는 인류
국제연합환경계획의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전 세계 75억 명의 전체 인류 중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은 무려 11억 명에 달하고,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식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약 20초마다 한 명씩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만일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25년에는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25억 명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3-3-3 법칙 공기가 없으면 3분, 물이 없으면 3일, 음식을 3주간 먹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기 다음으로 인간에게 소중한 건 바로 물이다. |
19c 영토 전쟁-20c 석유 전쟁-21c 물 전쟁?
현재 물 부족으로 인해 3천 종 이상의 담수 종 물고기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역시도 그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200㎜로 세계 평균 수치보다는 1.3배 정도 높지만, 여름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1인당 강수량으로 보면 고작 세계평균의 12% 정도다.
‘19세기는 영토 전쟁, 20세기는 석유 전쟁, 21세기는 물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제3차 세계 대전에서는 물 부족 문제가 전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물은 ‘푸른 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물을 둘러싼 나라와 나라 간의 분쟁은 실제로 존재한다.
강은 여러 나라를 걸쳐 흐르기에 이러한 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나라들 사이에는 서로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강 상류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다 가져가 버리면 하류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나일강 유역 물 분쟁
실제로 하나의 강을 가지고 여러 나라가 물 분쟁을 벌이는 경우는 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일강 유역의 물 분쟁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알려진 나일강은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을 걸쳐 흐른다.
이중 한 나라라도 상류에서 물을 차지하게 된다면 나일강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1950년대 이집트의 아스완 댐 건설을 둘러싸고 주변 국가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댐을 건설해 하류 지역에 있는 국가가 사용할 물의 양을 ‘제한’하면서다. 물을 둘러싼 나일강 유역의 갈등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부산·인천공항이 물에 잠긴다
그린피스에서 공개한 ‘2030 대홍수 시뮬레이션’에서 부산 일부 지역과 인천공항 전부가 물에 잠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클라이메이트 센트럴’이라는 과학단체에서 자료를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이었다.
시뮬레이션 상 2030년에 이 지역들이 무조건 잠긴다는 건 아니었다. 만조와 태풍이 겹쳤을 때, 약 10% 정도의 확률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래픽으로 보여 준 것이다.
실제로 2018년도에 일본 간사이 공항이 태풍 제비로 물에 잠긴 적이 있었다. 결국, 1년 뒤에 활주로를 1m 더 높이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미루어봐도 보통 이미 일어난 일을 보고 공사 계획을 하지 미래에 올라갈 해수면과 미래에 더 심해질 폭우를 계산해서 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침수 위협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된 부산이나 인천 지역이 잠길 수 있다고 나오는 것이긴 하다.
물 부족으로 비상, 캘리포니아
역대급 가뭄이 미국 서부 전역에 몰아치고 있다. 물이 부족하다. 비영리기관 어스아일랜드가 발행하는 저널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수십만 에이커의 농지는 수년 안에 폐기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비가 내려 일시적으로 가뭄이 완화됐지만 주 대부분 지역이 여전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샤스타 호를 포함한 큰 저수지들의 수위는 위협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가뭄은 캘리포니아의 농업 중심지인 산 호아킨 밸리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은 연 350억 달러 규모의 농업의 본거지다. 그러나 끊임없는 가뭄과 지구 온난화로 미래는 불투명하다. 수십 년 동안 지하수를 과도하게 끌어 써 센트럴 밸리 지하수층을 고갈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속가능 지하수 관리법’ 제정
캘리포니아는 2014년 지속 가능한 지하수 관리법(SGMA)을 제정했다. 지하수 복원을 위해 펌프, 시추, 우물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에 이미 주 전역의 약 75만 2,000에이커의 농지가 말랐다.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는 2040년까지 지하수를 복원하려면 추가로 50만 에이커 이상의 농지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조한 들판은 먼지 바람을 일으키고, 잡초와 해충이 농장에 광범위한 해악을 끼친다. 이같은 환경적 위험은 토양과 대기의 질을 떨어뜨려 공중 보건과 야생 생물 서식지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유휴 농지는 지형을 변화시키며, 최대 8만 5,000개의 일자리와 연간 70억 달러의 농업 수입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작물 선택은 더욱 어려워진다. 토마토는 계절마다 최소 600㎜의, 견과류와 알팔파는 1,000㎜ 이상의 강수량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휴면도 도움이 된다. 휴경은 환경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와 야생동물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하며, 토양 건강을 유지하고 물 침투를 개선한다.
‘저수분 농업’ 대안으로 떠올라
1900년대 초 광범위한 관개가 등장할 때까지, 센트럴 밸리에서 밀, 곡물, 사료용 풀 등의 토지 경작은 하늘에서 내리는 자연 강수량만으로 유지했다. 지금은 관개농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견과류, 과일, 그리고 채소들이 재배된다.
PPIC 연구원들은 토지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대안으로 저수분 농업, 즉 건조한 상태에서의 토지 경작을 꼽는다.
‘건조한 토지 경작’은 호주, 칠레, 지중해 등 건조 지역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다. 곡물과 콩류의 재배가 성행한다. 미국의 경우 서북부 워싱턴주의 절반 이상에서 밀, 보리, 카놀라, 콩과 식물 재배가 행해지고 있다.
워싱턴주의 남동쪽은 연평균 230㎜의 강우량에 불과하지만, 밀이나 콩류를 재배하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이곳에도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기후로 인해 수확량이 약 45% 감소했다.
극한 기후와의 싸움은 전 세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가 가장 치열하다. 캘리포니아에서의 농업이 인류의 식량 안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가 기후 및 농업학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사실 물 전쟁은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전 세계 강 중에 2개 이상의 국가에 걸쳐 흐르는 강은 300개가 넘는다. 이 300여 개 강 유역에 사는 사람은 거의 30억 명에 달한다.
만일 유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 결국 지구촌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시한폭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물로 인한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는데 다행히 아주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았고, 국제적인 중재 노력으로 원만히 해결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언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 부족, 언제까지 환경·기후 탓만 할 것인가
물 부족의 원인은 환경과 기후의 탓이기만 할까.
원인 제공 주체에 따라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사막화 현상, 비정상적인 기후가 ‘자연적인 원인’이라면, 물 소비의 증가와 인구의 도시 밀집 현상은 ‘인위적인 원인’일 것이다.
게다가 ‘자연적인 원인’으로 분류되는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현상 중 상당 부분은 인간 때문에 생긴 것으로 의심되는 점을 고려하면, 오로지 인간들의 노력만으로도 물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위생과 청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이에 따라 인간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증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육류소비증가로 인한 물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예를 들자면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은 1만 5천ℓ에 달하며, 햄버거 1개의 재료를 생산하는 데에는 2,400ℓ의 물이 소비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식생활 변화로 인한 물 소비증가추세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이 밖에도 치즈(5,000ℓ), 우유(1,000ℓ)와 같은 유제품 생산에도 채식의 경우보다 많은 물이 소요된다. 또한, 급속한 도시화 현상 역시 물 소비를 부추김과 동시에 지하수 사용을 늘려 지하수 고갈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OECD 유일의 물 부족 국가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평균 1,247㎜다. 세계 평균 강수량에 비해서는 약 300㎜ 정도가 많은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물 부족 걱정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한 물 부족 국가다. 우리나라 수자원 상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이라 비가 내리면 지하로 스며들 겨를도 없이 바다로 흘러간다. 연간 강수량 중 3분의 2가 여름에 집중되는 것도 물 부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나라의 빗물 사용률은 2011년 기준으로 27%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 밀도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1인당 활용 가능한 물의 양을 고려하면 강수량은 충분치 않다.
물 보유량도 부족하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뭄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 댐을 건설하고 물을 보관한다. 우리나라도 소양강댐을 비롯한 많은 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령 호주, 미국, 브라질 같은 경우에는 국민 1인당 저수량이 약 3,00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저수량은 불과 300㎥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 수입 4위,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스리랑카,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순수 물 수입국가라는 사실, 들어본 적 있는지.
여기서 ‘물 수입’이라는 건 생수와 같이 물 형태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에 포함된 수분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은 매우 낮은 수준인데, 만일 충분한 토지가 제공돼 국내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량을 생산한다면 약 225억㎥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까지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물 자급률은 56.8%(2009년 기준)로 떨어지게 된다. 1인당 물 공급량이 연간 1,000~2,000톤인 경우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대안과 과제는?
식용 소비를 당장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농작물의 경작이나 타 생산에 소모되는 물의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해야만 한다.
중수를 활용하는 시설을 늘리고, 염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술 같은 것 말이다. 더 나아가서는 공급단가를 조절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환율이 오르는 걸 계기로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물 부족으로 농업의 수확물이 줄어든다면 치솟아 오르는 물가는 더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물 부족에 대한 학자들의 결론이 ‘종말론’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면 우리가 지금 샤워하고 설거지하는 물은 언젠가는 식수로도 쓰기에도 부족한 자원이 될지도 모른다. 상상해보자.
마실 물이 없어서 개천의 물이라도 떠다마셔야 한다면 어떻겠는지. 아, 그 개천이 깨끗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고.
1. 갠지스강
갠지스강은 인도, 네팔, 중국, 방글라데시를 거쳐 흐른다.
인도는 캘커타 지역의 홍수 방지를 위해 대규모 ‘파라카 댐’을 건설하기로 했고, 댐의 유량관리를 위해 1972년에 하천협력위원회(JRC-Joint River Commission)를 설립한다.
파라카 댐 저수량의 80% 이상을 하류로 흘려보내도록 유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난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수십 번에 걸친 협의를 거치고도 지금껏 분쟁의 완전한 해결이 되지 못 하고 있다.
1972년 스웨덴에서 개최된 ‘UN 인간환경회의’ 및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UN 마르텔플라타 물 회의’ 이래 1992년 ‘리우환경개발회의’, 2002년 남아공에서 개최된 ‘지구정상회의’ 및 2006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물포럼 각료회의’에 이르기까지 물과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와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물 문제는 국제적인 규범 마련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 없이, 한 국가만의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 파라나강
파라나강은 브라질과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거쳐 흐르며 남아메리카에서는 아마존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건설한 ‘이타이푸 수력발전소’ 때문에 양국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1979년 10월에 이타이푸-코르푸스 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