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조상인 단군왕검을 탄생시킨 이가 바로 쑥을 먹고 사람이 된 웅녀였으니 우리 몸 어딘가에는 쑥의 성분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WRITER 양향자
쑥은 마늘과 더불어 단군신화에 나올 만큼 역사가 오래된 약초이자 인체에 매우 이로운 식품이다. 그런 만큼 우리 역사 곳곳에서 쑥의 쓰임을 찾아볼 수 있다. 단오에는 남녀가 모두 실로 엮은 쑥을 머리에 꽂는 풍습이 있었는데 재난이 스스로 피해가도록 하고 나쁜 기운을 쫓기 위함이다.
단옷날이 되면 궁중에서는 쑥으로 호랑이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는 쑥의 신령스러운 힘으로 잡귀를 물리치려는 뜻이었다. 한편 민간에서는 이삿짐을 들여 넣기 전에, 말린 쑥을 집의 네 귀퉁이에 태웠는데 이 역시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이었다.
단오 5일 전과 5일 후의 쑥은 약
단옷날이 되면 쑥이 제철일 뿐 아니라 조상 대대로 쑥을 많이 사용해서 쑥은 ‘5월 艾’ 즉, 5월의 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단옷날(음력 5월 5일), 한 부부가 길을 가던 도중, 부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코피를 쏟았다. 남편은 얼른 아내를 길가에 앉혔다. 황망한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는데 길 양옆으로 쑥이 많이 나 있었다. 남편이 얼른 쑥을 뜯어 땅바닥에 갈아 쑥으로 코를 막으니 코피가 금세 멈춰버렸다. 이후로 단오의 앞뒤 5일간 채취하는 쑥은 약용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처럼 쑥은 우리 조상 대대로 사랑받던 들초다. 여름밤에 들끓는 모기나 해충을 쑥으로 피운 연기로 쫓기도 하고, 먹을 것이 늘 부족하던 시절 쑥으로 보리개떡을 해 먹거나, 멀건 죽도 끓여 먹었다.
쑥도 종류가 있다
쑥은 일반적으로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다년초로서 30여 종이 있는데, 각각 모양과 향기, 성분 등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어린 쑥은 ‘애쑥’ 또는 ‘참쑥’이라고 부르고, 말려서 약으로 쓰거나 쑥뜸에 쓰는 것은 ‘약쑥’이라고 부른다. 약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닷가나 섬 지방에서 나는 ‘묵은 쑥’이 효과가 좋다고 하며, 특히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강화도 산이 최고의 쑥뜸 재료가 된다고 한다.
본초강목에서는 ‘쑥은 곳곳에서 자라는데 길가에 자라는 것이 좋다. 음력 3월 초와 5월 초에 잎을 뜯어 햇빛에 말리는데, 오래 묵은 것이라야 약으로 쓸 수 있다. 성질은 날 것은 차고, 말린 것은 열하다’고 기록돼있다.
Q.쑥을 약으로 쓰려면? |
쑥의 놀라운 생명력이 곧 약효
쑥은 무엇보다도 약효가 뛰어난 식물인데, 그건 쑥의 놀라운 생명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쑥은 오래된 여러 가지 병과 부인의 하혈을 낫게 하여 안태를 시키며, 복통을 멎게 하며, 적리와 백리를 낫게 한다. 오장 치루로 피를 쏟는 것과 하부의 의창을 낫게 하며 살을 살아나게 하고 풍한을 헤치며 임신하게 된다’고 되어 있다.
하루 80g이면 비타민A 권장량 충분
실제로 쑥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이 많은데, 특히 비타민 A가 많아 약 80g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 비타민 A가 부족하게 되면 각종 세균 등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비타민 함량이 높아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해주는 것은 물론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한 미네랄인 칼륨도 넉넉히 들어있다.
현대적 약리 실험에서도 쑥은 항균, 혈액 응고, 자궁 수축, 기관지 확장, 해열 작용 등이 있다고 하며, 최근에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