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프로’는 기존에 티칭프로.투어프로로만 나뉘던 골프 전문가 그룹에 새로 생긴 직업군이다. 미디어프로는 요컨대 골프를 전문적으로 익힌 엔터테이너들이다. 투어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레슨부터 기업 행사나 방송 활동,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광고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골프는 열심히만 한다고 잘 되질 않는다. 그건 프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야속하지만, 그 와중에 골프를 놓지만 않는다면 딱 한 번의 손맛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 맛에 골프를 계속한다.
김수현 프로에게도 골프가 모든 일상의 기준이 되어버려 예민해진 시절이 있었다. ‘골프를 그만두겠다’며 아예 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실 골프 말고는 ‘대충’ 사는 편인 김수현 프로지만, 골프만큼은 진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레스너이자 미디어프로를 목표로 달리는 김수현 프로에게 ‘GDR 홍보모델’ 활동은 큰 전환점이 됐다. 골프 외적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고민은 ‘좋은 영향력’을 만들고 전하는 일이 됐다. 그 방식이 티칭 프로든, 모델이든, 그건 그저 방식일 뿐이다. 더 많은 사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즐겁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김수현 프로를 만났다.
Q 웃는 모습이 이미 예쁜데 웃는 모습이 예뻐지고 싶다는 인스타 게시물을 봤다. 기만 아닌가! 해명해달라.
Q.미디어 프로로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아직 힘든 점은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활동을 할 때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Q.MBTI?
Q.최근 고민거리가 있다면?
Q 엄마와 언니를 입문시키기 위한 큰 그림?
Q 골프 말고 취미?
Q 선수 시절 에피소드?
Q 골프와 좌절, 극복? Q 나만의 징크스?
Q 요새 골프 붐이 사그라들었다는 얘기가 많다.
Q 레슨하면서 기억에 남는 회원?
두 분이 워낙 잘 해주신 것도 있지만, 레스너로서 정말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서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3홀 연속으로 온 그린을 할 거야’ 아니면 ‘퍼트에서 안 들어가더라도 절대 짧게는 치지 않을 거야’처럼 단순하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목표를 잡아서 하나씩 클리어하시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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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치게 하는 사람이 아닌 잘 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에요. 그 방법을 이용해서 연습을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
김수현 프로에게 ‘티칭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을 몇 가지 꼽아달라고 했더니 나온 코멘트다. 당연한 소리라고? 글쎄, 생각보다 자주 간과되는 말이기도 하다.
골프라는 놈에게 좀 비벼보기라도 하려면 레슨‘만’ 받아서는 부족하고, 개인의 연습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빠른 진도’에 집착하는 아마추어들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우리의 입버릇인 ‘프로 될 것도 아닌데’라는 논리도 합리적이니 그 사이 어딘가쯤으로 균형을 맞추는 덕목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김수현 프로는 어린 나이지만, 티칭의 핵심을 잘 짚고 있는 프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입문 계기는 ‘손맛’
김수현 프로는 2000년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파트 단지 안에 골프 연습장이 생겨서 구경했던 게 입문 계기다. 우연히 골프를 접했다가 몇 번의 연습 과정에서 ‘손맛’을 느껴버렸다.
“아빠한테 ‘아빠 저게 뭐야?’ 했는데 아빠가 ‘해볼래?’하셨는데, 연습하다 보니 임팩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골프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고, 가끔 느끼는 손맛은 잊을 수 없었다. 그러나 7년 차가 되고 삶이 골프로 점철될 무렵, 정타 내는 것 자체를 즐기던 아이는 어느새 모든 것에 예민한 프로골퍼가 되어있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골프 내려놨던 그때로’
딱 그 무렵이다. 김수현 프로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고2 때”라는 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입문해 7년이 지난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던 때였다.
“골프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정말로 3개월 정도 아예 채를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솔직히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칭찬도 많이 하면서 다시 골프를 즐겁게 할 수 있었죠.”
김수현 프로는 자신을 ‘꼼꼼한 프로’라고 했다. ‘평소에는 진짜 대충’ 사는 편인데, 골프에 대해서만은 꼼꼼하고 신중하다. 자기 일에서만큼은 치밀하다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지만, 자칫 완벽주의로 빠져 번 아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세계적인 투어 프로조차도 호언장담하지 못하는 골프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건 여유와 ‘잘 하고 있다’는 다독임이고, 김수현 프로는 그걸 잘 찾아낸 모양이다.
처음과 마지막,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김수현 프로의 기억에 가장 깊은 인상이 남은 경기는 2개다. 테스트 본선 첫째 날과 투어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 시합이다.
“테스트 본선 첫날은 가장 좋았던 기억이에요. 늘 걱정하던 티샷이 어느 때보다도 잘 맞았고, 퍼트까지 제가 상상한 라인대로 굴러갔거든요. 반대로 투어 프로로서의 마지막 시합은 아픈 기억이에요.”
누구나 은퇴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는 만감이 교차할 법하다. 당시 그는 컨디션마저 좋지 않았다. 몸이 아팠다. 그러니 평소보다 거리가 줄고, 강점이 다 사라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래서 사실 기대도 하지 않은 시합임에도 슬퍼하지도 못할 정도로 퍼포먼스가 저조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아직 젊은 프로로서 투어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아직 전향한 지 오래된 게 아니니 혹시나 상처로 남지는 않았을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답이 돌아왔다. 골프 선수로서 외의 자신의 면모를 여럿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투어에서 뛰는) 친구들을 보면서 미련이 남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없어요 (웃음). GDR 홍보모델로 활동하면서 골프 자체만이 아니라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그걸로 기분 좋아하는 저 자신을 보게 됐거든요. 모델로도 일해보고 싶고, 아직 도전은 못 했지만 ‘미인대회’를 준비해서 나가보는 게 꿈이 됐어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근본은 골프
“실행하기 전에 많이 생각하는 게 강점이자 약점이에요. 그런 성향 때문에 놓치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선지 ‘골프 외적인 경험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하는 것’이 매년 목표이자 위시리스트가 됐어요. 일단은 지금 하는 인스타그램 레슨 콘텐츠를 좀 더 다양한 주제로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인스타그램 레슨을 통해 자신의 레슨 스타일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찾아오는 회원들이라면 티칭할 포인트를 짚어내기도 쉽다고.
롤모델? 미래의 나!
롤모델이 있는지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 ‘성장한 나’라고 답했다. 그러기 위해 좀 더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게 일상이 됐다.
“선수든 아마추어든 골프를 좋아하는 모든 분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연습하고, 즐겁게 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골프라는 스포츠가 좀 더 존중받고, 다가가기 좋은 운동이 될 거라고 믿어요. 저는 계속 발전해서 올바른 스윙 방법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모델, 미인대회 출전. 여러 가지 꿈과 목표를 밝히면서도 김수현 프로의 ‘근본’은 골프에 있었다. GDR 홍보모델 활동이 김수현 프로에게 정확히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키워드가 있다면 ‘영향력’이다.
그냥 예쁘다
한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다른 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매혹적이지만, 한편으론 부담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게 때로는 짐이 될 때도 있다. 김수현 프로가 경험한 ‘좋은 영향력’은 ‘기분 좋은 것’이었지만, 그게 언제 짐이 되어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이 젊은 프로가 그 영향력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거듭하며 성장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저 예쁘다. 다른 미사여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앞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갈 김수현 프로를 그냥 응원하며 지켜보는 자체로 즐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