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이용주 | 혼을 담은 손으로 수놓은 ‘혼자수’ 이용주 작가가 원작가가 표현 못 한, 숨겨지고 변화하는 빛을 담아 원작과 같은 규격의 혼자수로 작업한 세계명화의 이야기를 전한다.
모네는 누구인가
클로드 모네는 1840년 프랑스 파리 근교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86세 1926년 노르망디 근교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에서 죽었다.
아버지는 상인이었다. 모네가 유년기부터 자연을 접하고 그리면서 화가를 꿈꿨는데, 아버지는 모네가 사업가가 되길 바랐기에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적극적 지지를 바탕으로 부댕에게서 정식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세에 파리로 가서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등과 사귀었고, 마네의 밝은 화풍에 관심을 가지고 야외에서의 빛 표현에 몰두했고, 그들과 신예술창조에 전력했다. 보불 전쟁 중 런던으로 건너가 터너 등의 작품의 영향으로 밝은 색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1874년 파리로 돌아와 동료화가들과 함께 제1회 전람회를 개최하고 작품을 출품했다. 출품 작품이 본래의 색을 무시한 채 경쾌한 밝은 색채로만 그려진 데에 대해 신랄한 공격과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인상, 해돋이〉 작품이 가장 심한 비난을 받았는데 '인상파'라는 말은 이때 모네의 작품을 야유한 데서 나온 말이다.
모네는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고, 일생에 걸쳐 살아있는 빛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빛 변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같은 장면을 시간을 달리해’ 여러 번 그렸다. 대표적으로 건초 더미, 루앙 대성당, 수련 시리즈가 그렇다.
이로 인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됐고, 오늘날 ‘인상파 작품’으로 손꼽히는 대부분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파라솔을 든 여인, 카미유
모네는 25세 때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모델로 왔던 18세의 카미유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바로 동거를 시작했고, 아들 장을 임신했음에도 모네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다가 전쟁으로 모네가 징집 위기에 처하게 된다. 비로소 모네 집안은 모네의 징집을 피하게 하려고 카미유와 결혼시키고 두 사람을 영국으로 보냈다.
4년간 영국에서 창작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모네는 1875년 카미유와의 결혼생활에 깊은 만족과 행복감으로 작품에 몰두했고, 이때 〈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인〉을 그렸다. 이 그림이 완성된 4년 후 카미유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자궁암으로 사망한다.
함께한 14년 동안 56점의 화폭에 그녀를 담았다. 이후 모네는 재혼하고 〈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인〉 두 점을 더 그렸지만,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그렸다. 죽은 카미유가 아른거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네, 빛에 따라 변하는 아내를 담다
이 작품 〈파라솔을 든 여인〉은 청명한 날 모네가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을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바람 부는 언덕에 초록색 파라솔을 들고 청명한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카미유가 뒤돌아보는 순간의 역광을 빠른 붓 놀림으로 표현했다.
새의 솜털 같은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한 아내 카미유는 신비롭게 보인다. 귀여운 모자를 쓴 아들 장은 두 뺨에 홍조를 띄우고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모네는 이 작품을 그리면서 빛에 따라 변하는 아내 카미유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했다. 화창한 날씨에 바람에 나부끼는 카미유의 머리카락과 베일은 양산의 빛을 받은 초록색으로, 날리는 드레스는 하늘의 빛을 받아 하늘색과 본연의 흰색으로 표현해 늘 표현하는 원물의 색과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모네는 이 작품 속에 빛과 대기의 움직임으로 인해 변하는 빛과 색이 있는 카미유의 얼굴과 베일, 모습, 아들 장과 주변을 그렸다. 하늘과 대기, 구름과 들판의 풀들도 부는 바람으로 흔들리는 느낌까지 담고자 노력했다.
혼자수, 살아있는 빛을 담다
필자의 혼자수 작품들은 모네가 그리려고 했던 ‘살아있어 변하는 빛’들을 담아서 작업한다.아래 사진들은 혼자수 〈파라솔을 든 여인〉을 마주 본 상태에서 작품의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이동하며 찍은 것들이다. 작품 윗부분의 카미유와 대기 속 파라솔, 작품 아랫부분의 아들 장과 언덕의 풀을 주목해보자.
이는 모네가 그리려고 했던 해의 위치와 보는 각도, 주변에 따라 변하는 빛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빛이 변하면서 카미유의 얼굴과 파라솔, 베일, 드레스의 색들이 변하는 것을 그려냈다.
언덕의 풀들이 햇빛을 받으며 변하는 색들을 춤추며 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네가 진정으로 갈구한 ‘작품 속에 살아있는 빛’들을 혼자수로 제작해 살아있는 빛과 대기, 구름, 색들과 함께 작품 속에서 춤추게 했다.
이처럼 혼자수는 순간의 빛을 담은 작품이 아니라 ‘변하는 빛을 담은 작품’이다. 미술의 개념을 바꾼 자랑할만한 한국의 미술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