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이드=박기훈 기자] 우리나라 해외여행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조용하고 낭만적인 휴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상낙원에서의 달콤한 휴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곳이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 동남쪽의 좁은 골짜기에 위치한 아말피가 바로 그곳이다. 하늘과 바다의 색이 구분되지 않는 아름다운 경관에 레몬향으로 가득한 골짜기, 그리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동화 속에서나 봤음직한 집들은 아말피를 지상낙원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아말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한 바 있는 곳으로,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파란색 지붕과 대조적으로 하얀색 지붕이 특색인 이곳은 온난한 기후 속에 고급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매년 여름이면 세계 부자들과 저명인사, 유명 연예인들의 비밀스런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3대 미항(美港)이 있는 나폴리에서 동남쪽으로 70km정도 떨어져 있어 기차를 타고 소렌토를 거쳐야지만 아말피에 닿을 수 있다.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까지 이어지는 해안을 아말피 해안이라고 하는데, 중세시대에 노르만과 스페인 등의 지배를 받은 탓에 노르만 양식의 건물 등 중세시대 모습도 군데군데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아말피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리몬텔로(레몬주)는 아말피 해안을 상큼한 레몬향으로 수놓는다.
해상왕국의 잔재, 성 안드레아 대성당
기후가 온화하고 물빛이 맑은 아말피 해변은 여유롭게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방파제 위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낚시를 즐긴다. 지금은 그림처럼 예쁜 언덕 위의 마을이지만, 9세기부터 12세기까지는 지중해를 호령하던 해상왕국이었다.
아말피 해상법이 16세기까지 지중해에서 두루 통용되었을 만큼 바다를 통한 대외무역이 번성했던 곳이었다. 이탈리아에 최초로 종이를 들여온 곳도 아말피다. 마을 안쪽으로는 당시의 활발한 대외무역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러 양식이 혼합된 웅장한 건축물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9세기에 지어진 성 안드레아 대성당이다.
까마득하게 높은 계단 위에 우뚝 서서 아래를 굽어보는 위풍당당한 모습에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질 것이다. 아말피의 두오모(duomo, 주교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 성당이지만 여느 이탈리아 두오모와는 달리 화려한 문양, 아치형 창문, 무어리시 스타일의 기둥을 자랑한다. 상단은 이슬람 양식으로, 하단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망루처럼 높은 계단 위에 앉아 리모네 젤라또(레몬맛 아이스크림)를 먹으며 천 년 전 아말피 공화국의 부귀영화를 되짚어보는 일은 이제 이 마을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기도하듯 계단을 오르며 화려한 종교품들로 가득한 대성당 내부와 이웃한 수도원 건물까지 알찬 구경을 마쳤다면 골목마다 자리한 알록달록한 가게 순례는 필수코스다. 아말피 특산물인 레몬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레몬주 가게부터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집, 명품 가게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레몬주도 꼭 한 잔은 마셔보기를 권한다. 40도가 넘는 독한 술임에도 아말피 사람들은 저녁식사 후 소화제 대용으로 차갑게 마신다.
음악이 넘치는 ‘세상 최고의 파노라마’
그리고 아말피 인근의 라벨로는 동절기를 제외한 1년 내내 음악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음악의 도시다. 이는 독일 음악가인 바그너를 기리는 것인데, 여행 중이던 그가 라벨로의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이곳에 집을 짓고 여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음악축제는 이탈리아 10대 음악축제로 꼽힐 만큼 출연진도 레퍼토리도 수준급이다.
걸어서 1~2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앙증맞은 돌길을 따라 한가롭게 펼쳐진 예쁜 가게들, 오페라 아리아와 이태리 민요를 흥얼거리며 언제나 밝게 웃어주는 사람들, 여기에 어디에서 내려다봐도 아름다운 해변 풍경은 진정한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의 답이 될 것이다.
특히 마을 꼭대기에 위치해 있고 아름다운 영국식 장미 정원이 있는 호텔 ‘빌라 침브로네’에서는 아말피 해안 풍경을 꼭 내려다봐야 한다. 작가 고어 비달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노라마”라고 극찬했을 만큼 절경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 부호들의 피한지로 명성을 날렸던 아말피는 이제 아말피 해변의 아름다움과 웅장한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몰려든 로맨틱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마을 초입 광장 분수대에서 사랑의 키스를 나누는 많은 커플들과 노천카페에 앉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유러피안들을 보면 아말피의 공기 속에는 사랑의 묘약 같은 게 들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여행 시 주의사항 -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치안 상태가 불안한 나라다. 특히 소매치기와 집시 아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집시들은 주요 관광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내에서도 떠들면서 접근해 주머니나 지갑을 뒤진다.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을 겉옷 주머니에 넣어두지 않는 것이 좋으며, 바지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닐 때에는 옷핀 등으로 바지 주머니를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권과 고액권은 복대 등을 이용해 겉옷 안쪽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다. - 유럽 어느 지역이나 야간열차는 도둑들의 표적이 되지만, 특히 이탈리아 구간은 심하다. 큰 가방들은 체인으로 선반에 묶는 것이 좋다. 만약 피해를 당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열차 안을 찾아본다. 운이 좋으면 현금 이외에 다른 것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셋에(Couchette)서는 열차 승무원이 있기 때문에 범죄가 그리 많지 않지만 콤파트먼트(Compartment)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