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김주신 |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지난 10월 1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금통위 자체가 시중금리나 환율 동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하지만, 미국발 시중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상승 변동성을 분출하는 형태로 지속될 여지가 커 보인다.
기준금리 동결, 그러나…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지난 10월 1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의 경제 및 물가 전망은 이전과 달리 상당 부분 바뀌었다.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추가됐고, 이전보다 더 둔화 가능성이 커졌음을 밝혔다. 국내 경제는 지정학적 우려에 더해, 국내 소비도 ‘주춤’에서 ‘더딤’ 점이 추가됐다. 수출 개선세가 확인되더라도 국내 내수의 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전망 역시 지정학적 우려와 그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함에 따라 상향 조정할 것을 암시했다.
美 시장금리와의 관계성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총재는 늘 보였던 스탠스를 재차 보여주었다. 당시 상황들에 따라 통화정책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 가계부채.부동산 문제는 미시적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미국과의 금리차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등이다.
주목할 것은 미국 시장금리와의 관계에 대해서다. 최근 미국 장기물 금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크게 보면 미국의 견고한 경기 및 재정적자 이슈이며 이 자체로서는 우리나라 이슈와는 연관성이 낮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기물 금리는 신흥국 프리미엄이 붙었을 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버슈팅된 것으로 보이고,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 한 하락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본다. 다만 이스라엘 .하마스 불확실성이 심화한다면 원자재 수입국인 국내특성을 반영해서 한국은행의 긴축 부담이 원자재 수출국인 미국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통화정책 방향엔 ‘이견’
만장일치 ‘동결’이었음에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했다. 5명의 금통위원은 ‘향후 3개월 동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어야 함’을 주장했으나, 1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분쟁에 의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지금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하라’는 의견은 의미가 깊다고 판단한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대내적 이유로는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부채 수준 악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라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주범인 주택담보대출이 4월 이후 가파른 상승 중이며 예금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도 올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고물가 상황 속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 이에 금리 인하 시나리오의 열쇠는 대내적 상황보다 대외적 요인일 개연성이 높다. 견고해 보이는 미국 경기에서 균열이 발견되고 하마스 전쟁 여파가 점차 거세어질 경우 국내 금리 인하 압력은 한순간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한은이 추가인상을 고려한다면, 이는 ‘물가 대응 차원’이라기 보다는, 추후 성장 둔화 국면에서 경기부양 효과를 키우기 위한 선제적 인상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상승했고, 한은의 추가인상이 금융권의 마진 축소,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경색 등 불필요한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인상 같은 액션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연말까지 동결 유지를 예상해 본다.
향후 경제·금융 ‘면밀히 검토해야’
끝으로 10월 금통위는 헤드라인 상으로 매파적인 견해가 강조된 가운데 향후 경제 및 금융여건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통화 당국의 입장이 확인된 정책 이벤트였다는 생각이다. 금통위 자체가 시중금리나 환율 동향에 미치는 영향력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국내 통화정책 이벤트가 가격 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반면, 미국발 시중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상승 변동성을 분출하는 형태로 지속될 여지가 커 보인다.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경계 심리가 다시 고조됐고, 수급 불안으로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 따른 불안감이 동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금융여건들이 긴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연준 인사들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의 연설, FOMC 등 정책 이벤트를 전후로 급격한 금리 상승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