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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로고의 ‘주인공’, 그는 누구인가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뛰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제리 웨스트가 지난 6월 12일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 잠깐, 골프가이드는 ‘골프’를 다루는 매체인데, 왜 NBA 선수의 죽음을 추모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제리 웨스트의 죽음을 보면서 문득 에디터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사족을 좀 달고 시작하자. 제리 웨스트는 비공식적인 NBA 로고 실루엣의 ‘공식’ 주인공이다.

물론, 어른들의 사정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NBA 로고 하면 누구나 제리 웨스트를 떠올렸고, 제리 웨스트 하면 NBA 로고를 떠올렸다. 그래서 일부 국내 농구 커뮤니티에서는 제리 웨스트를 ‘로고옹’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 ‘로고옹’ 제리 웨스트의 부고 기사를 보면서, PGA 투어의 로고 또한 분명 모델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찾아봤다. 과연, PGA 로고의 주인공이 누군지 말이다.

 

EDITOR 방제일

 

아이언 스윙 동작을 하는 PGA 로고는 골프에 좀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름다운 피니시 동작을 형상화한 이 PGA 로고 1980년 당시 PGA 투어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이 제안해 만들었다. 일명 ‘스윙맨’으로 불리는 이 PGA 로고를 두고 과연 어떤 골퍼의 스윙 모습을 따라 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비단 그뿐인가? 특정 선수의 스윙 동작으로 로고를 바꾸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로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스윙맨’은 과연 누구인가?

먼저 1980년에 만들어진 만큼, 1980년 이전에 활약했던 선수를 분명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이것은 확실한 팩트다. 그래서 당시 언론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잭 니클라우스, 제리 페이트, 조니 밀러, 톰 와이스코프, 벤 호건, 아놀드 파머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다 최근 이 로고를 제안한 비먼 전 커미셔너는 당시 월트디즈니사에 제작을 의뢰하면서 몇 가지 모델 유형을 제시하며 호건을 샘플로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호건은 아니다”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그 이후 PGA 투어 마케팅 이사였던 아트 웨스트는 제리 웨스트를 모델로 만든 NBA 로고와 PGA가 투어 프로 골퍼를 내세워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 또한 로고 실루엣에 등장한 골퍼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벤 호건이 1950년 US오픈 메리온 코스에서 우승할 때 1번 아이언을 때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냥 이름 없는 골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PGA 로고의 주인공은 특정 누구의 모습이 아닌 ‘아무개’ 골퍼의 실루엣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믿어야만 할까? 그렇다면 여기서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자.

먼저 PGA 로고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여기에 팔은 쭉 뻗어 있고, 바지는 조금은 통이 큰 나팔바지 형태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그 사진을 찾아서 직접 비교해보자. 에디터 또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내가 생각한 인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상상과 실제는 역시 달랐다.

 

시니어 투어 로고의 주인공은 ‘짐 페리’

PGA 로고의 주인공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지만, 50세 이상 시니어들의 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의 로고는 확실히 짐 페리다. 지난해 사망한 짐 페리는 1931년생으로 1955년 프로에 데뷔해 1958년 PGA 투어 밴쿠버 오픈에서 우승했고, 1981년 PGA 투어 챔피언스에 합류해 두 차례 우승컵을 들었다. 페리가 PGA 시니어 투어에 데뷔하자 당시 PGA 투어와 시니어 투어 로고를 구상하던 딘 비먼 커미셔너는 그를 시니어 투어 로고 모델로 삼았다.

긴 니커 양말에 플랫 캡을 착용한 멋진 모습으로 스윙하는 그의 실루엣이 담긴 시니어 투어 로고는 PGA 투어가 최근 로고를 통일할 때까지 활용됐다. 페리는 은퇴하기까지 407개 공식 대회에 출전했고 12차례 준우승도 남겼다. 그는 1993년에는 전립선암을 극복하고 투어에 복귀해 재기상을 받기도 했다.

 

로고 속 주인공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NBA는 제리 웨스트를 모델로 로고를 만들었으면서도 끝까지 웨스트가 로고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인정하지 않을 것일까? 거기에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다. 먼저, 특정인을 모델로 로고를 만드는 것은 ‘우상’화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과 불멸의 기록을 남긴 선수라도 한 투어의 모델로 사용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선수에 대한 기억은 분명 희미해질 것이고, 그러면 ‘로고’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바로 ‘돈’이다. 프로스포츠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세계다. 특정인을 로고라 했다면 당연히 그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른바 저작권료다. 그래서 NBA 로고 제작자인 앨런 시겔이 웨스트가 모델임을 밝혔음에도 웨스트는 모델료는 물론이고 로열티를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NBA가 로고 사용으로 인해 매년 벌어들이는 비용이 30억 달러(한화 약 3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NBA가 웨스트가 로고 모델임을 인정했을 경우 그에게 지불했을 비용이 매년 수백만 달러에 달할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이유로 NBA도 PGA도 특정 누군가가 모델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힘든 것이다.

여기에 NBA와 PGA 로고를 달고 파는 판매용 상품뿐 아니라 대회장부터 경기용 소품과 모자 등 PGA와 관련한 모든 물품에는 로고가 박혀 있다. 만약 이 이미지를 갖고 분쟁이 생길 경우 최악의 경우 로고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만약 PGA 투어가 주최하는 대회나 경기 장면에서 PGA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는가? 여기에 모델로 선정된 선수는 대대손손 남을 영광이기에 로열이나 저작권료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가 사용료를 원하지 않더라도 사후에 가족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PGA를 비롯해 MLB, NBA 등 선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고는 분명 비공식적인 모델은 있을지언정 공식적인 모델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PGA 로고의 ‘스윙맨’은 결국 미래에도 ‘아무개’ 골퍼로만 남아야 한다.

 

MLB 로고의 타자는 왼손잡이일까, 오른손잡이일까?

미국 스포츠의 인물 로고는 모두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의 로고가 그 원형이다. 여기서 잠깐, 그러면 로고 속 타자는 왼손잡이일까, 오른손잡이일까? 이 대답은 정답은 스위치 타자(좌타석, 우타석에 모두 서는 타자)다. 지난 1968년 탄생한 MLB 로고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좌타자, 우타자로 각기 다르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람들은 로고 속 선수의 등이 앞쪽을 향하고 있다고 상상해 그를 우타자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은 선수가 정면을 향해 서 있다고 상상해 그를 좌타자로 생각한다. 로고 속 선수의 모습을 그림으로 채우는 대신 여백으로 남겨둔 덕분에, 그는 좌투수도 우투수도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로고를 만든 이는 디자이너 제리 디올(Jerry Dior)이다. 그는 사람들이 특정 선수나 타자의 방향, 선수의 인종 등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로고 속 선수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디자인했다. 일각선 MLB 로고 속 선수의 실루엣이 1950년대 후반부터 1971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우타자 하먼 킬브루를 모델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당연히 제리 디올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2008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로고 속 인물은 다양한 야구 선수들의 경기 사진을 참고해 그렸다”며 “특정 선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제리 디올은 당시 MLB 100주년(1969년 시즌)을 기념해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제작했으며, 반나절 만에 완성했다.

 

이후 MLB는 현재까지 제리 디올의 로고를 공식 로고로 사용해오고 있다. 제리 디올이 디자인한 MLB 로고는 NBA와 PGA 등 다양한 스포츠 리그의 로고 디자인에 큰 영감을 줬다. 한편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리그인 MLB, NBA, NFL 그리고 PGA 로고는 미국 성조기 속 색깔과 동일한 빨간색, 파란색, 흰색을 사용해 애국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이 로고들 모두 스포츠 의류와 각종 운동용품 등에 폭넓게 사용되며 미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