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매주 화요일, 해남군 화산면 화산면사무소 앞 땅끝희망이 자원순환가게 앞마당은 면내 43개 마을에서 출동한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수집한 페트병, 캔,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활용품을 가져와 분류작업을 한다. 이 활동은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한여름의 땡볕 아래에서도 계속되어 왔으며, 이제는 1년 반을 넘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남형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이 화산면의 구석구석에 확산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날 자원순환의 중심에는 화산면 꽃메협동조합의 ‘그린반장’들이 있었다. 그린반장은 전라남도 탄소중립 실천 선도마을 공모사업을 통해 선발된 각 마을의 ESG 실천 리더들로, 주민들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돕고 있다. 이들은 매주 재활용품을 수거해 군의 자원순환사업에 참여하며, 지난해에는 모은 재활용품 판매로 적립한 207만 5,000원을 해남군 장학사업기금에 기탁하기도 했다.

화산면 주민들은 자원순환뿐만 아니라 ESG 실천을 통해 마을 환경 개선과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우리 동네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하며, 자녀들에게도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반장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산면 초입에 위치한 연정리 고인돌 유적지에 이끼공원을 조성해 지역 명소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끼는 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아 탄소중립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끼공원은 할머니들의 정성 어린 관리로 사계절 푸른 공간으로 변모했으며, 현재는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원하는 주민참여형 탄소중립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꽃메협동조합은 또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의 결속을 다져왔다. 화산면 학생들의 아침밥 캠페인, 어르신 천원밥상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68~89세 어르신들로 구성된 꽃메청춘합창단 운영, 사랑의 황토고구마 나눔 등은 지역 내 큰 화제를 모은 특수시책들이다.

이 외에도 세대를 초월한 ESG 확산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꼬부랑 할머니표 새활용 제품 판매, 주민자치회, 화산초‧중학생, 문해학교 수강생들이 함께하는 쓰담달리기 등 다양한 세대 간 협력을 통한 ESG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김병승 꽃메협동조합 이사장은 "화산의 ESG 실천은 공동체를 복원하고 마을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물려주기 위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실천을 통해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남군은 민선 8기에서 ESG 윤리경영을 군정의 주요 방침으로 삼고, 기후변화 대응, 생활안전망 구축, 공정과 투명 등을 실천하는 5대 정책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군민 참여형 자원순환 사업, 탄소중립마을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ESG 실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ESG 생활실천 빙고 캠페인을 통해 군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실천과제를 완료한 참가자에게는 커피 선물권도 제공한다.

해남군의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공동체와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