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국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하 사진: KPGA 제공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박성국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골프존오픈(총상금 10억 원)에서 우승했다.
박성국은 21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1·7,10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하며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의 성적을 낸 박성국은 2위 이동환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2억 원을 받은 박성국은 2018년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이후 7년 만에 투어 2승 기쁨을 누렸다.
1988년생 박성국은 올해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종전에는 5월 SK텔레콤 오픈 정상에 오른 1990년생 엄재웅이 올해 최고령 챔피언이었다.
박성국은 2007년 K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 대상 포인트 84위, 상금 86위(5,710만 원)에 그쳤으며 퀄리파잉 토너먼트 공동 53위로 올해 시드 대기자 신분이 돼 KPGA 정규 투어와 2부 투어를 병행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성국은 제네시스 포인트 34위, 상금 순위 13위(2억1,767만 원)가 됐다.
우승한 박성국이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은 뒤 두 팔을 활짝 펴고 웃고 있다
3라운드까지 이준석, 김찬우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린 박성국은 전반 9개 홀에서 3타를 줄이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김찬우는 전반 9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이준석은 전반에만 6타를 잃으며 우승 경쟁 대열에서 탈락했다.
3타 차로 앞서가던 박성국은 17번 홀(파3) 버디로 2위 이동환과 격차를 4타로 벌려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박성국은 "사실 술을 좋아했는데, 최근 술을 안 마시고 몸 관리를 했다"며 "작년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오래 해왔던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라 차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키 171㎝로 평균 비거리 270야드로 짧은 편인 그는 "퍼트가 강점"이라며 "상반기 정규투어에 나갈 대회가 아예 없어서 2부 투어를 병행했는데,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2007년 투어 데뷔 후 11년 만에 첫 승을 하고, 이번에는 7년이 더 걸려 2승 고지에 오른 박성국은 "올해 목표가 정규 투어 복귀였는데 이미 이뤘다"며 "이번 우승으로 다른 대회들에도 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동환이 12언더파 272타, 단독 2위에 올랐고 김찬우는 11언더파 273타를 치고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배상문이 6언더파 278타, 공동 15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함정우는 3언더파 281타로 공동 34위다.
다음은 박성국의 기자회견 내용
- KPGA 투어 2승을 달성했다. 우승 소감은?
첫 우승을 하고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각보다 우승의 기회가 좀 있었는데 계속 편안하게 치려고 만했다. 이대한 선수와 정말 친한 사이인데 작년 ‘KPGA 투어챔피언십’에서 이대한 선수가 우승했을 때 최종 라운드에 꼭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서는 것을 봤다.
이대한 선수가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축하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자극을 받았다. 사실 우승을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상태였다. 그 이후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안 하려고 하기도 했고 힘든 것을 조금 더 많이 하려고 하다 보니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어떤 것을 줄이고 어떤 것을 많이 했는지?
사실 술을 정말 좋아했다. 아내와 저녁에 술 한잔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최근에 술을 안 마시고 러닝도 하면서 몸 관리를 했다. 지금도 물론 힘들지만 좋아하는 것을 계속했다면 오늘 경기 후반에 이렇게 제대로 된 스윙은 못 했을 것 같다.
- 지난해 골프를 그만둘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뭐가 힘들었는지?
다 안 됐다. 2007년도부터 작년까지 꾸준하게 투어 생활을 했는데 작년에 제네시스 포인트 84위를 하면서 처음으로 시드를 잃었다. QT를 정말 오랜만에 응시했는데 너무 긴장이 됐다. QT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게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골프 말고는 할 것도 없고 너무 아쉽기도 해서 다시 열심히 하게 됐다.
박성국이 우승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6년 넘게 우승이 없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는지? 점차 식어갔던 것인지?
조금 식었던 것 같다. 기회 오면 당연히 우승은 하고 싶은데 ‘내가 되겠어?’ 이렇게까지 간 것 같다. 그동안 기회가 있었는데도 잡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오히려 작년에 잘 안 됐던 게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 힘든 상황 덕분에 다시 열심히 하게 되고 마음도 다 잡을 수 있었다.
- 많은 선수들이 코스 세팅이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독보적인 경기력으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퍼트를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안 되다가 올해는 퍼터도 교체하고 올해 초부터 퍼트 감이 좋았다. 아이언샷은 페어웨이에서만 치면 다 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 본인 골프만의 장점이 있다면?
퍼트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잘 안되긴 했지만 최근에 감을 다시 잡은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도 파 세이브가 힘들었던 퍼트들도 모두 다 들어갔던 것 같다.
박성국이 그린에서 브레이크를 살피고 있다
- 시드 대기자 신분으로 올해 초 시즌 계획을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상반기에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예 없었다. ‘KPGA 클래식’을 시드 순위로 출전했고 다른 대회는 예선전을 통과해서 출전했다. 상반기에는 KPGA 챌린지투어도 병행했는데 당연히 코스 세팅은 다르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 첫 우승은 11년이 걸렸고 이번에는 7년 가까이 걸렸다. 그때와 지금 차이가 있다면?
처음 우승은 얼떨결에 한 느낌이 있었다. 연장전에 갔던 것도 경기가 끝나고 보니 선두였던 선수들이 타수를 잃어 연장전에 갔었다. 이번에서야 제대로 우승을 한 것 같다.
- 올해 남은 시즌 목표는?
이미 이룬 것 같다. (웃음) 사실 올해 목표는 KPGA 투어 복귀였다. 내년 시드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승하고 나니까 다른 대회들도 출전할 수 있어 기쁘다.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