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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화성능행도》 (1) 1·2·3폭 〈화성성묘전배도〉·〈낙남헌방방도〉·〈봉수당진찬도〉

혼자수로 만나는 세계명화

WRITER 이용주 | 혼을 담은 손으로 수놓는 혼자수 이용주 작가가 원작과 같은 사이즈로 작업한 세계명화 작품 이야기를 전한다.

 

‘이용주 특별전’에서 만나는 《화성능행도》

세계명화로 인정받을만한 우리의 보물 《화성능행도》를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나누어 소개한다. 이 작품은 여덟 폭의 병풍 속에 7,349명의 인물과 1,400여 필의 말이 등장해 인물 4,800여 명이 등장하는 중국의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우측부터 〈화성성묘전배도〉, 〈낙남헌방방도〉, 〈봉수당진찬도〉, 〈낙남헌양로도〉, 〈서장대야조도〉, 〈득중정어사도〉, 〈환어행렬도〉, 〈한강주교환어도〉로 구성된다.

혼자수로 작업한 《화성능행도》 작품은 현재 ‘교과서에 나오는 명화’를 주제로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5월 4일까지 진행되는 이용주 특별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정조 화성능행도 팔첩병(보물 제1430호)은 65×150㎝ 내외 크기의 작품 8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순번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매겨진다.


김득신, 최득현, 이인문, 김홍도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이 참여하고, 정조가 화원들을 대거 동원해 그린 이 작품은 진한 채색으로 완성된 화려하고 장엄한 병풍 그림이다. 웅장한 기와지붕이 건물의 위엄을 과시하고, 대부분 궁중복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중요한 행사를 기록하여 소홀함 없이 사물을 완벽히 묘사했다.

 

고귀한 기록화로 ‘궁중행사도’의 백미라 인정되며, 특히 ‘환어행렬도’는 한 폭 속에만 ‘눈이 표현되면서 전신이 등장하는’ 인물만 신하와 장졸 1,279명, 구경꾼 583명을 포함해 총 1,862명과 말 310여 필이 표현됐다. 세계적인 세밀도 중에서도 가장 정밀한 작품으로 추정한다. 8폭의 병풍 전체로 보면 7,349명의 인물과 1,400여 필의 말이 그려져 있다.


작품 속에서 구경 나온 백성들은 풍요롭고 행복하게 묘사됐고, 병사들도 백성을 위해 반상을 들고 심부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백성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과거시험과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 활쏘기와 불꽃놀이로 백성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하고, 이런 행사 중에서도 혹시 모를 외침에 대비해 야간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 한양으로 환궁하는 장대한 모습이 소개됐다.

 

정약용이 설계한 36척의 배로 만든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당시 동원된 배 주인에게 사례를 잊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당대 최고의 화가와 화원이 그린 세계적 명화
작품은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가 화성으로 행차한 장면을 그렸기에 ‘화성능행도’ 또는 ‘화성행행도’라 불린다. 1795년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화성에 있는 아버지(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 어머니(혜경궁 홍씨)와 함께 행차했을 때 치러진 주요 행사를 그렸다.


특히 ‘진찬도병’은 김홍도가 총감독했다고 전해지며, 그 후 여러 차례 전체적으로 유사하나 세부에서 차이가 있는 같은 주제의 병풍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에 각 1건, 동국대학교박물관, 일본 교토대학 문학부 박물관, 도쿄예술대학 등에 낱폭으로 소장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화성능행도 병풍》 제3폭 〈봉수당진찬도〉는 다른 소장본들과 달리 화면의 좌우가 바뀌어 있는데, 이는 후대에 모사하는 과정에서 화본(畵本)이 뒤집힌 것으로 생각한다.

 

 

 

수천 년 남을 ‘혼자수 화성능행도’
‘혼자수 화성능행도’는 보물 제1430호로 지정된 리움미술관의 작품을 원본으로 하고, 훼손된 부분은 복원해가면서 작업했다. 《화성능행도》는 1795년 완성된 작품으로 2024년인 올해로 229년 됐다. 작품 속 등장하는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했으나 일부분 찢어지거나 물감이 부서져 내리는 등 훼손된 부분도 있다.

 

이 작품은 비단에 그려진 먹과 물감으로 그려진 채색화다. 먹은 그을음과 아교를, 채색 물감은 돌과 흙가루를 아교에 섞어 만들었으나 아교 즉, 비단이나 한지에 달라붙게 하는 접착제가 경화되면서 부서져 내려 훼손된다.


국보 317호 전주 경기전의 ‘태조어진’은 경주 집경전의 어진을 모사한 지 463년 만에 훼손되어 다시 그린 후 150여 년 된 것이 조선조의 양식을 담았다는 이유로 ‘국보’의 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화성능행도》는 왕실에서 보관되어있어 보존 상태가 좋았음에도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혼자수 작업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쳐가면서 작업했다. 비단 실은 ‘단백질 실’을 염색해서 사용하기에 물감보다 수명이 월등히 길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순천 선암사 대각국사 의천의 가사에 수놓인 비단 자수는 960여 년 되었으나 색상과 모습이 온전하다. 한편 중국 ‘마황태황묘’에는 2,100여 년 된 비단 자수가 현존하고, 최근 중국 허난성에서 5,500년 된 비단이 발견된 바도 있다.


혼자수는 물감 대신 염색된 비단 실을 바탕천에 바늘로 찔러 수를 놓아 물리적으로 결합하기에 비단과 같은 오랜 수명을 누릴 것으로 확신한다.


이 작품들은 필자가 5년 동안 기획하고 연인원 약 4,300명을 동원해 2017년 12월 완성한 뒤, 2018년 5월 21일 인사동에서 완성된 병풍을 찾았다. 평균 한 폭당 18개월 걸린 작품으로 바쁠 땐 2·3교대로 작업하기도 했는데 여러 후원자의 도움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1. 화성성묘전배도(華城聖廟展拜圖)

윤2월 11일 아침, 정조가 화성에서 벌인 첫 번째 행사로 공자의 위패를 모신 화성향교 대성전(大成殿)에 참배하는 장면이다. 당시의 권력자와 양반들은 유교를 맹신했고,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며 이익을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유향소를 통해 세력을 넓혀 나갔기에 유교 이념에 따라 생활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 이념에 따라 작품 속 남녀가 각각 대여섯 명씩 무리 지어 따로 앉아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례를 올리는 왕의 모습은 그려져 있지 않다. 왕의 모습은 어진 외에는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왕의 용안에 흠을 내는 일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라 알고 있다. 단지 작품 속 ‘일월오악도’는 왕의 존재를 대신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2. 낙남헌방방도(洛南軒放榜圖)
윤2월 11일, 수원과 화성 일대 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무과 시험 후 낙남헌에서 합격증을 내려주는 ‘방방(放榜)’을 시행하는 장면이다. 문관 5인, 무관 56인에게 합격증을 내렸고, 이때 하사받은 어사화를 관에 꽂고 도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열한 군졸의 간격과 자태를 볼 때 군기가 엄정했음이 나타난다.

 


화성 행궁의 봉수당(장남현)의 북쪽에는 정조의 활터와 ‘득중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1794년 행궁을 중축할 때 그 정자를 서쪽으로 옮기고 넓은 터를 잡아 ‘낙남헌’이라 이름 지었다. (※중축: 건물이나 시설물이 허물어진 곳에 다시 그와 같은 형식으로 지음, 편집자 주)

 

낙남헌은 중국 후한 낙양성 ‘남궁’에서 따온 이름으로, 정조가 신하들을 만나고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뒤편에는 행사 중에 잠시 쉴 수 있는 온돌방인 노래당(老來堂)을 두었다. 서쪽으로 이어진 행랑을 통해 득중정과 연결된다.

 

 

북향으로 지어진 낙남헌은 넓은 마당을 뒀고, 건물 앞 담장을 홍살판으로 만들어 행사가 있을 때는 이를 치우고 마당을 넓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정조 19년(1795) 을묘년에는 특히 이곳에서 많은 행사를 했다.

 

3.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
1795년의 현륭원 원행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 화성 도착 3일째 되는 윤2월 13일에 화성행궁의 내당인 ‘봉수당’에서 베풀어진 진찬례를 그렸다.

 


봉수당 뜰에 설치된 덧마루 위에 신하들이 잔치에 참석하고, 악공들이 자리해 있으며, 백목 휘장이 3면에 둘러쳐 있다. 봉수당 앞 기둥에는 주렴이 내려져 있다. 백목 휘장을 따라 한양에서부터 어가를 수행한 신하들이 각기 독상을 앞에 두고 좌우로 앉아있다.


덧마루에는 공연자들이 향발, 아박, 쌍무고 등의 춤을 추고 있다. 임금의 음식상, 복식, 무구와 의장기들이 잘 묘사되어있다.

 

ⓒ골프가이드 4월호


혼자수 이용주
비단 실로 수놓아 ‘살아있는 빛을 표현’하는 혼자수 작가. 회화는 순간의 빛을 화폭에 담는다. 이용주는 변하고 숨겨진 빛을 회화에 담아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전통자수를 현대와 접목해 가장 한국적이고 자긍심 생기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살아있는 인물화, 실물 속 걷는 듯한 풍경화. 그가 표현한 명화는 원작가가 작품에 표현하지 못한, 순간순간 변하는 빛을 한 화폭 속에 표현했다. 14명의 전·현직대통령과 세계적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했고, 찾아왔고, 초대전을 열어주었다. 오랜 기간 작가인 아내 최시우와 같이 작업한 많은 작품을 담을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다. 천장과 벽을 혼자수 작품으로 채우고 움직이는 조명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빛들을 감상할 세계 최초의 뮤지엄 카페도 미술관에 조성할 계획이다. 2022년 12월 UAE 정부로부터 예술 분야 골든 비자를 받았다. 2023년 10월 영국 사치갤러리가 최초로 개설하는 해외지부를 한국에 개설키로 하고 결정하러 온 에드워드 스티븐 대표에게 단독 소개되어 극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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