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은 2월 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25bp 인상을 단행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션’의 시작을 인정했다.
주택 등 서비스 부문 물가상승률의 하방 경직성을 언급한 가운데, 여전히 정책 스탠스에 대해서는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 적 입장을 취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WRITER 김주신
54년 만의 최저 실업률
지난 2월 3일 공개된 미국의 2가지 경제지표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고용 지표’의 슈퍼 서프라이즈와 ISM ‘비제조업 지수’의 단단함이었다.
실업률 3.4%는 54년 만의 최저치다. 빅테크에선 감원한다고 난리지만 전체 일자리는 오히려 늘었다. 이직률이 높다는 건 마찰적 실업 기간(1)이 길지 않은 선에서 또다른 구인-구직 매칭에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1월 양적 슈퍼 서프라이즈였던 일자리 중에 대부분이 소매업, 운송/창고, 음식/숙박/레저 등의 저임금 비중이 높았다는 점은 전체 임금 상승률을 둔화시켜 연준에서도 지적했던 임금-인플레이션 악순환을 감속시키는 방향이었다.
※(1) 마찰적 실업 기간 : 노동자가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으로, 경기침체로 발생하는 경기적 실업이나 산업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과 달리 자발적 실업에 해당하며 ‘탐색적 실업’이라고도 한다
고용이 변곡점 만들 정도? 글쎄…
이번 고용이 통화정책과 금리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기 어려울 것이고, 금리 하락은 잠시 쉬어가겠으나 추세적 하락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준의 결정이 데이터 디펜던트 적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의 고용 지표 서프라이즈를 이유로 2월 FOMC에서도 확인된 연준의 태도가 쉽게 변할 것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물가 안정됐지만, 금리는 “아직…”
다만 성명서 문구에서 물가 판단에 대한 변화는 확인됐다. 그간 물가 불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최근 물가가 다소 안정(has eased somewhat)’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방 위험 언급도 빠졌다.
단, 물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에도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된 성명서 문구는 지난번과 동일했다. 오히려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 인상을 기대한다는 문구가 유지돼 추가 금리인상의 여지를 남겨둔 모양새다.
연준 최종금리 5.00% 전망
최근 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것은 실업률과 고용 지표 그 자체보다는 임금상승률이나 경기 체감지수 등 또 다른 소비 여력 지표들의 둔화세에 기인한다.
파월 의장도 디스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이 뚜렷한 둔화세가 보이지 않은 점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고용 지표는 계속해서 중요하겠지만, 소비 여력을 둔화시킬 충분한 데이터들이 쌓인다면 연준의 긴축 스탠스는 멈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긴축 정책이 당분간 지속적(on going)일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연준의 최종금리(Termianl rate(2))를 5.00%로 전망해 본다.
※(2) Terminal rate(최종금리) : 특정금리 상승 주기에서 마지막이 되는 최종금리
1~2월의 통화정책 이벤트를 거치는 동안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금리’다. 전 세계 국가 대부분에서 시장 금리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보다 ‘곧 금리 인상을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비중 있게 반영된 결과다. |
비둘기 성향의 파월 의장?
2월 7일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이 주최한 행사에서 대담자로 참석한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이 계속 강하다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은 FOMC 기자회견에서와같이 ‘인플레이션 감속이 시작됐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면서 급반등했다. 시장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파월 의장이 ‘비둘기 성향’을 보여줬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며칠 사이에 하락 폭이 컸던 나스닥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발언으로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순탄하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통화 긴축 기조를 꽤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포'와 '탐욕'이 곧 시장의 속성
시장의 속성은 공포와 탐욕이다. 2022년도는 40년 만에 닥친 최대 인플레이션으로 유발된 급격한 긴축의 공포가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수익률을 마이너스로 이끌 정도로 공포가 지배한 한 해였다.
2023년 1월은 어땠을까. 출발만 보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의 압박 수위만 낮춘 수준에서도 금리가 하락하고 ‘위험 선호’가 큰 폭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살펴보면 나스닥의 선전을 들 수 있다.
연초부터 ‘챗 GPT’ 이슈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주가들이 급등했다고 하나, 금리 민감도가 높은 나스닥의 강세는 ‘금리 덕’을 봤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유동성 민감자산, 강세 보일까
2023년이 시작되자 물가정점, 연준 긴축의 속도조정, 금리 변동성 축소, 위험 선호 개선의 흐름이 연출됐다.
연초 non-US 지역의 선전 이후, 1월 미국의 양호한 고용과 서비스업 기반으로 실물경제를 둘러싼 침체 우려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물가의 하향 안정도 중요하겠으나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이 최근 상향되는 등 올해 연착륙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완화를 기대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그 기반에 성장주 중심의 위험 선호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서간 이야기일 수 있다.
1월에 유동성 민감자산들의 반응은 하반기까지 추가금리 하향안정 기대에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