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통틀어 ‘남성의 크기’를 가늠하는 공통적인 부위가 있으니 바로 코다. 사실일까?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근거가 좀 부족하다.
WRITER 윤종선
필자도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남자의 음경 크기를 유추할만한 신체적 특징에 매우 관심이 많았었다. 그래서 ‘대학생의 신장과 체중에 따른 음경 크기’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결론은 ‘음경 크기는 신장과 체중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논문에서 음경 크기와 유의미한 신체특징 중 하나가 ‘신장’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동서양 막론한 코에 대한 관심
‘남자의 그곳의 크기. 직접 보지 않고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시작된 것이 신장, 체중, 코, 손가락, 발가락, 귀 등 다른 부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동서양을 통틀어 ‘남성의 크기’를 가늠하는 공통적인 부위가 있으니 바로 코다. 옆에서 보면 돌출된 신체장기가 코와 음경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코가 큰 남자는 음경도 크다는 믿음이 생겼고, 알게 모르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로마의 역사가인 람프리디우스의 역사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남자의 코가 크면 음경도 크고 정력도 세다.’
성욕이 강했던 나폴리의 여왕 요한나 1세(1326~1382)는 이 글을 접하고 나서 여러 명의
신랑 후보군에서 헝가리 왕자인 앙드레이를 택하게 된다. 1343년의 일이다.
그의 코는 커도 너무 컸다. 무려 ‘코끼리 만큼이나 컸다’고 전해진다. 요한나 여왕이 엄
청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첫날밤을 치르고 난 여왕은 ‘코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속이다니’ 하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심지어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의 목을
졸랐다.
그런가 하면 ‘심청가’에는 뺑덕어멈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쌀 주고 술 받아다 냅다 혼자 받아먹고, 시원한 정자 아래 웃옷 풀고 낮잠 자고, 여자 보
면 정색하고 남자 보면 싱긋 웃고, 코 큰 총각 유혹하여 밤낮 거시기 허고…’
그러니까 그 옛날 조선 시대에도 코가 크면 음경도 크고 정력도 좋을 거라고 굳게 믿었
나 보다.
그뿐인가. 고대 이집트에서는 코의 크기 중에서 특히 ‘코의 길이’로 남성의 음경 크기를
유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 고분의 벽화를 보면 굵고 긴 코와 가늘고 긴 코를 자주
보게 되는 것도 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는 무한 관심의 대상이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는 코와 음경 크기 사이에는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찾은 경우는 없다. 반면에 ‘코가 크면 코딱지가 크다’는 우스갯소리는 있다.
‘누구인가? 누가 크기 소리를 내었어?’
이러한 것들이 궁예의 ‘관심법’ 같은 맥락으로 다가오는 것은 필자의 과도한 넘겨짚기일까.
불교에서는 ‘혼란의 시기에 대중을 구원할 미륵불이 온다’고 했다.
후고구려 시대에 궁예는 자신을 ‘미륵불’이라고 칭하고, ‘관심법’이라는 신통방통한 능력이 있다고 자랑했다. 드라마에서처럼 궁예는 ‘관심법으로 보니 한 신하가 나를 배신할 계획’이라며 살생을 하기도 했다. 참 무서우면서도 전혀 객관적이지 못 한 능력이다.
이런 주관적인 관심법 대신에 실제로 남자의 음경 크기가 예측되는 객관적인 신체적 특징을 찾는다면 인류 역사상 대단한 발견일 것은 확실하다. 내 패를 다 보여주고 치는 카드게임처럼, 남성에게는 곤혹스럽겠지만, 여성에게는 남의 패를 다 들여다본 듯할 테니 얼마나 좋겠는가.
실제로 미국에서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 음경 크기를 알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브루클린파크대학교 프랭클린 골 박사와 조교들은 얼굴과 음경 크기 사이의 유효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두개골 계측 및 인상학’ 저널에 발표된 내용으로, 미국 북동부 7개 병원의 남성 환자 4,116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왼쪽 눈의 중앙에서부터 코끝 사이의 거리는 발기된 남성의 음경 크기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눈이 코와 멀리 떨어질수록, 코가 길면 길수록 음경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이집트의 속담과 맞닿는 지점이 있어 보인다.
검지보다 약지가 길면 ‘그곳’도 길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손가락 길이가 남성의 음경 길이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김태범 교수팀은 ‘손가락 길이 비율: 성인 음경 길이의 예측 인자’에서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남자의 음경이 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뇨기과적인 문제로 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20세 이상 남성 144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 비율과 잡아당긴 음경 길이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를 각각 측정한 후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누어서 통계처리를 했는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잡아당긴 음경의 길이 = -9.201 × (검지 길이 ÷ 약지 길이) + 20.577’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음경이 더 길다는, 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시아 남성과학회지’에 게재됐다. 이는 영국 리버풀대 존 매닝 교수팀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의 검지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약지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와도 맞닿는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가 큰 남자들이 음경도 크다고 하는데 이는 아직까지 근거가 약해 보인다. 코의 길이가 길수록,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음경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에는 믿음이 가지만, 역시 더 많은 표본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향후 다른 방식의 새로운 연구도 진행되기를 나름 기대해본다. 남성의 신장이나 덩치로 크기를 예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장신에 미꾸라지 급’ 그리고 ‘단신에 민물장어 급’을 자주 봐 왔던 터라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고 믿는다. 오해와 선입견을 갖지는 말자.
‘Exceptions do ex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