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경기도 군포시 안양 컨트리클럽, 1935년생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4번 홀(파3) 티박스에 섰다. 그의 손에는 5번 유틸리티(하이브리드) 클럽이 들려 있었다. 그린 왼쪽에는 벙커가 있었고, 우측에는 연못이 있는 홀이다. 김 명예회장은 잠시 깃대를 바라본 이후 공을 쳤다. 뒤에서 ‘굿 샷’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김 명예회장이 친 공은 155m 떨어진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김 명예회장의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이었다.
EDITOR 방제일
‘골린이’가 처음 골프에 입문할 때, 상상하는 모습이 있다. 시작은 멋진 드라이버 샷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단 한 번의 퍼트나 칩 샷으로 홀컵에 집어넣는 장면이다. 상상은 점점 더 커지고, 이글이나 홀인원 등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지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모두 저마다의 골프 버킷 리스트를 가슴에 품고 필드에 나간다. 그러다 구력이 오래되고 나이가 들면, 새로운 목표가 하나씩 추가된다.
이 중에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18홀 스코어가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타수를 기록한 골퍼)’를 평생의 꿈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단지 골프 실력 때문이 아니다. 에이지 슈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 무엇보다 18홀을 모두 돌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골프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동반자까지.
그야말로 ‘성공한 자’ 가운데 선택받은 이만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이 에이지 슈터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인 에이지 슈터가 김 명예회장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소문난 골프 마니아로 꼽히는 김 명예회장이 에이지 슈터를 기록한 건 75세 때다. 2010년경 그는 3오버파 75타를 치며 첫 에이지 슈터를 기록했다. 이후 타수는 그대로이지만, 김 명예회장이 나이가 들면서 에이지 슈터를 기록하는 일이 잦아졌다. 동원그룹 관계자에 전언에 따르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골프를 즐기는 김 명예회장의 이제 세 번의 라운드 가운데 한 번은 에이지 슈터를 기록한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남다른 건강 비결은 바로 '이것'
90세에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라운드를 즐기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건강 비결은 무엇일까? 젊었을 적 재계에서도 소문난 애주가였던 김 명예회장은 건강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그 좋아하던 술을 마시지 않는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자리라도, 소주 한 잔을 넘기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 과식을 자제하고 소식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그는 골프와 더불어 걷기 운동 예찬론자다. 이 걷기 운동은 골프장에서도 실천한다. 실제 김 명예회장은 골프를 치러 가서 18홀 가운데 9홀 정도는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며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금은 지난 2019년 아들인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평일에는 꼭 회사에 출근해 주요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여기에 신간 경영 서적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