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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죽음까지 부르는 야생 ‘살인진드기’ 매개 감염병 주의보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이해인 ‘단풍나무 아래서’ 중).

벌써 강원도 설악산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남쪽으로 확산 중이다. ‘가을 단풍 예측지도(산림청)’를 보면 단풍의 절정 시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이다. 골퍼들은 골프장 어디에서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맘때는 가을 단풍에만 취할 게 아니라 동면을 준비하는 뱀과 곤충(벌과 진드기)을 조심해야 한다. 숲과 잔디, 러프(Rough), 해저드로 우거진 환경은 골퍼들이 뱀에게 물리거나 곤충, 진드기 등에 노출되기 쉽다.

 

제주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이 의심되는 60대 여성이 응급치료를 위해 상급병원 이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다. 2주 전 친구들과 제주지역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야생 진드기에게 물린 것이 원인이었다.

올들어 9월 15일까지 일명 ‘살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 환자 수는 97명으로 이 중 13명이 사망하였다. 치명률은 13.4%에 이른다. 올해 발생한 환자의 20.3%가 제초 작업, 골프, 낚시, 등산, 산책 등 야외 활동을 하다 감염되는 경우였다.

 

매개 감염병이란 가을철 발열성 질환으로 진드기와 설치류를 통해 감염된다. 발열성 질환 감염 대상으로 등줄기 쥐에 의한 ‘신증후군 출혈열’, 진드 기에 의한 ‘쓰쓰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된 쥐에 의한 ‘렙토스피라증’ 등이 있다. 특히 전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 유충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을철에는 야외 활동, 특히 풀이 많은 환경에서 즐기는 골프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가 일으키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라운드 전 골퍼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쓰쓰가무시증 환자 올해만 940명 발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조심해야

 

쓰쓰가무시증은 쓰쓰가무시병균을 가진 털 진드기의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발열성 질환이다. 2023년 5,6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털 진드기 유충은 초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가장 많이 늘어나면서 11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지속된 폭염으로 8월 평균기온이 27.9도를 기록하면서 발생한 ‘쓰쓰가무시증’ 환자가 이미 940여 명으로 지난 5년 평균치(658.4명)보다 40% 이상 증가하였다. 여름철에 산란한 알이 초가을에 유충으로 깨어나 활발히 숙주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폭염 일수가 길어지면서 더욱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 따라서 가을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들이 반드시 주의하여야 한다. 진드기는 무더위로 인해 산란을 많이 하였고 그 알들이 깨어나는 가을철에 털 진드기 유충이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야외 활동의 증가로 인해 많이 감염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전에는 농촌 지역에서 주로 생기는 질병이었지만 최근엔 등산, 캠핑, 골프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골프장 또는 도시 지역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쓰쓰가무시증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와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가피’라고 불리는 검은 딱지, 즉 전신에 붉은 반점들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진드기에게 물린 곳에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으로 물린 자리가 처음에는 빨갛게 물집이 생기면서 나중에는 딱지가 붙으면서 까맣게 변하고 주변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5~20mm 정도의 가피(검은 딱지)가 있는데 발진이 생기고 열이 나면 쓰쓰가무시증으로 진단한다.

쓰쓰가무시증은 혈관과 림프구를 통하여 균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면서 상당히 심한 혈관염이 생긴다.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제대로 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패혈증을 일으킨다.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에 다발성 장기부전이 나타나면서 일부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쓰쓰가무시증에 걸려도 평소 건강하고 이상 질환이 없을 경우라면,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평소 심장이나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면 폐렴이나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다.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 골퍼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매개충인 진드기는 풀이 많은 장소뿐 아니라 야생 동물이 사는 모든 환경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가을철 야외 활동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긴소매가 있는 옷과 모자, 골프 양말, 골프 장갑 등을 반드시 착용하고 필요시 진드기 기피제도 휴대하면서 지속 시간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뿌려주도록 한다. 라운드 후 반드시 샤워를 하고 골프복은 귀가 후 즉시 세탁한다. 2주 이내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받도록 한다.

 

참진드기 매개 SFTS의 경우 치명률이 높고 백신 치료제가 없다. 쓰쓰가무시증의 경우 0.2~0.3%의 치명률이지만 SFTS의 경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전문가는 최고의 예방법은 안 물리는 것이라 할 정도로 위험한 감염병 질환이다. 진드기는 흡혈 곤충으로도 악명이 높다. 특히 참진드기는 SFTS의 매개체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에게 물리면 2주 내 고열과 두통, 설사, 구토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혈뇨와 혈변,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SFTS에 걸린 환자 10명 중 2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18.7%에 달하지만,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 첫 SFTS 환자가 보고된 2013년 이후 2023년까지 총 1,89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355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18.7%에 달한다.

 

참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SFTS의 예방 수칙은 비교적 간단하다. 라운드 중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복장(긴팔, 긴 바지, 모자, 장갑 등)으로 페어웨이 잔디에 앉지 않도록 한다.

진드기에게 물린 것을 확인했을 때는 진드기 제거법에 따라 진드기를 제거하고, 해당 부위를 소독해야 한다. 이후 15일 동안 발열·구토·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 직접 제거하는 것이 어렵거나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전문의의 치료를 받도록 한다. 현재 백신이 없어 대중적인 치료만 가능한 만큼 라운드 도중 참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지만 실제로는 겨울 빼고 일년내내 발생한다. 따라서 가을 라운드뿐 아니라 평시 라운드에서도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특히 페어웨이 잔디나 골프장 풀숲에도 맨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 라임병 매개 진드기가 이미 국내에 토착화하여 국내 환자 발생이 증가

 

제3급 감염병인 라임병을 일으키는 라임병 매개 진드기가 이미 국내에 토착화하여 국내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감염 라임병은 2019년 12명, 2020년 14명, 2021년 6명, 2022년 16명, 2023년 36명(질병관리청)이었으며 월별로는 11월에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의 월별 신고 건수를 종합하면 11월에 16%로 가장 많은 라임병 환자가 발생하였다.

10월에 참진드기 개체 수가 급감하는데도 11월에 환자 발생이 증가한 원인은 라임병의 잠복기(3~30일)가 다른 매개체 감염병보다 길기 때문이다. 초기 증상이 경미하고 다양한 열성질환 환자들의 조기 판별 진단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진드기에 노출된 후 잠복기를 거쳐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소요 되는 기간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매개체 증가로 국내 환자 발생과 발생 지역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야외 활동 후 유주성 홍반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조기 치료 받도록 한다.

라임병은 참진드기나 피 참진드기에게 물려 감염되며 3~3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피로감, 두통,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 항생제로 치료하면 보통 완치된다. 그러나 진단이 늦어지거나 항생제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경계(뇌수막염, 뇌염 등), 심장(부정맥) 및 근골격계(관절염)에 침범하고 특히 면역저하자들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