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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산업 선도자] 40년 외길 골프클럽 장인 김길선 하나산업사 대표

“브라마는 파크골프 용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브라마파크골프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김길선 하나산업사 대표는 우리나라 골프클럽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95년 하나산업을 창업해 쉼 없는 연구개발로 제작한 명품 골프클럽을 국내외에 공급하며 진정한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파크골프클럽은 2018년 연구개발에 들어가 2019년부터 생산 공급에 나서 일본제품이 판치던 국내 시장을 단숨에 국산 중심으로 바꿨다. 국내 파크골프 용구 산업의 기술 혁신을 이끈 글로벌 품질경쟁력 제고의 일등공신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길선 대표의 인터뷰 첫마디는 ‘과학’이었다. 파크골프 클럽은 물론 공, 가방, 파우치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크골프 용품의 제조에 과학의 원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클럽의 헤드와 샤프트, 카본 스페이스는 물론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보내야 하는 공의 제조에도 물리학이 기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술 앞에 과학이 붙는 ‘기술과학’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과학이 바탕이 돼야 비로소 기술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과학적인 연구개발 과정은 기술 고도화로 이어진다. 브라마파크골프 용품의 연구개발과 기술의 뿌리는 방위산업이다. 김 대표는 초정밀 과학기술을 지향하는 방산업체에 근무하며 갈고닦은 기술을 골프클럽 헤드에 적용해 창업을 일구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읽는 혜안을 갖춘 김 대표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직접 발로 뛰어 눈을 확인하는 시장 조사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2017년께 파크골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고령화시대에 맞춤한 시니어 스포츠이니 사업 아이템으로 그만인 데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당시 국산 클럽, 공 등의 품질은 지금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였으니 내가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두어 달에 걸쳐 국내 시장 조사를 마치고,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파크골프의 발상지인 일본은 당시 클럽 등 모든 용품의 품질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던 게 사실이니까요.”

 

김 대표는 일본 파크골프의 일번지 북해도에서 파크골프 시장 전반과 산업생태계, 용품의 품질과 제조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기록했다. 특히 눈여겨 본 건 클럽과 공의 제조과정에 쓰이는 측정장비와 품질 테스트 시스템이었다. 귀국해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물리적인 이론과 각종 측정장비부터 챙겼다. 처음 설계부터 3D 모델링에 의한 헤드 디자인, 관성모멘트, 무게중심, 샤프트 프로파일 및 토크, 클럽 스윙 밸런스를 찾았다. 그렇게 2019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라마파크골프클럽’이 탄생했다.

 

브라마 브랜드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에도 연구개발은 지속됐다. 2006년 11월 골프클럽 샤프트 특허등록(특허 제10-0648626호)에 성공했고, 그해 12월엔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체육용구생산업체로 지정됐다. 2012년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로 선정됐고, 벤처인의 날 ‘신기술 혁신상’을 수상하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 성과를 정부에 인정받았다.

 

연구개발 성과는 브라마 제품의 품질경쟁력은 물론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클럽의 무게 공차도 일본과 한국업계 통틀어 가장 정밀한 ±2g으로 설계, 제작했다. 현재 브라마는 주문제작에 ±2g 제품을 적용하고, 기성제품은 ±3g으로 제작하고 있다. 소비자가격도 40만 원에서 200만 원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보급형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브라마는 국내에서 유일한 제조공정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로도 주목받는다. R&D 연구실과 CAD&CAM 정밀가공 시스템에 연마 피팅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제작 스팩을 구성하고 헤드를 설계한다. 샤프트에 이어 금형을 설계하고, 밀링 작업 후 헤드를 조립한다. 연마와 도장, 클럽 조립으로 제품이 완성되면 테스트에 들어간다. 로봇데스트에 더해 전문가가 필드에서 직접 테스트를 거쳐 문제가 드러나면 수정 보완해 다시 테스트를 반복한다. 이렇게 조금의 오차와 하자도 허용하지 않는 깐깐한 테스트를 거친 완제품에만 브라마 브랜드를 붙인다.

“브라마는 모든 제품을 목적 설계하여 제작 전 헤드 무게와 무게중심에 따른 샤프트 강도, 킥포인트 토크를 설계하고, 그립의 중량 굵기 등을 고려하여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때 완성 제품의 전체 무게, 스윙 웨이트 등을 설계하며, 모든 골퍼의 스윙 스타일이 다르므로 모델별로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주어서 제작합니다.”

 

브라마는 파크골프의 가격대도 다양하지만, 파크골퍼의 체형과 스윙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모델과 디자인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에는 솔리움(Solium) 01, 02 여성 전용모델을 출시해 여성 파크골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품질 대비 최상의 가성비라 자부한다는 김 대표에게 브라마의 최고 인기 제품과 다른 제품과의 비교우위를 물었다. 파크골프대회 시즌이라 전국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시상품을 지원하느라 몸살 기운이 있다는 김 대표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가장 인기 좋은 CL-01 모델은 흑단(비중 1.2 이상으로 물에 가라앉는 나무)의 무게와 고운 무늬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줍니다. 무거운 나무를 토우, 휠에 부착해 헤드의 관성 및 스위트스팟이 넓어졌고, 사이드 솔에 부착한 흑단을 삼각형의 구조로 설계해 안정된 방향과 비거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DM-02 모델은 나무표면에 0,2mm 3k 카본을 씌워 헤드보호 및 내구성을 좋게 한 게 특징입니다. 스윙 웨이트를 조절할 수 있도록 양 끝에 5g, 10g, 15g의 무게추로 밸런스를 맞추도록 설계되어 스윙 스타일에 따른 클럽의 난이도를 대폭 줄였다고 호평을 받습니다. 이는 우리만의 기술로 특허 출원 중이며, 파크골프에는 처음 적용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이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안 팔리면 쓸모가 없다. 브라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는 물론 대회 시상품 지원 등의 프로모션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예비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한 뒤 구매하고, 이들이 구전 홍보할 수 있도록 전국 대리점을 통해 효율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의 모든 브라마 대리점은 방문객에 레슨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방문객의 체격 조건이나 스윙 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제품을 추천한다. 이른바 맞춤 토털 서비스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과학을 바탕으로 초정밀 제조기술을 적용하고, 첨단 측정장비로 품질을 반복 테스트한 끝에 완제품을 내놓는 브라마의 A/S 시스템은 어떤지 궁금했다.

 

 

“브라마는 한 번 판 제품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A/S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브라마 제품은 워낙 내구성이 뛰어나 쉬 손상되거나 파손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크골프 클럽이 워낙 다양한 부품을 결합한 제품이고 작은 결함에도 라운드에 영향을 미치는지라 A/S에도 제조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가 유일할 겁니다. 브라마는 전국 순회 A/S 차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브라마 A/S 차량에서는 헤드, 샤프트, 그립을 교체할 수 있고, 페이스 복원도 가능합니다.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A/S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브라마의 재구매율과 고객 추천 판매가 많은 건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거지요”

 

파크골프클럽을 중심으로 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 이름 건 파크골프단도 속속 창단되고 있다. 브라마도 파크골프 저변 확대와 선수지원을 위해 올 1월 브라마파크골프단을 창단했다. 박중식 단장이 17명의 전국 파크골프 고수들을 이끌고 있는데, 기량과 함께 인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다져가고 있다. 박중식 단장은 전국대회 우승경력을 자랑하는 시니어부 최상위 선수이다.

 

국내 파크골프는 202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면서 관련 용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짧은 기간 압축 성장하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용품업체와 동호인, 용품업체와 협회, 선발 용품업체와 후발 용품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엉켜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용품업체의 유통, 파크골프협회의 제품 인증 등의 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파크골프 산업계의 맏형격인 김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무엇보다 용품업체의 단체결성이 급선무입니다. 무분별한 유통과 낮은 품질 문제 등 자정도 필요하고,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는데 이를 개선할 구심이 없으니 답답합니다. 중앙협회의 인증 문제도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중앙협회도 용품업체와의 간담회에서 단체결성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업계의 원로로서 뒷짐은 무책임하다 싶어 영향력 있는 몇몇 업체 대표와 만나 협의하고 있습니다. 업계 상황이 다르니 의견의 차이가 있는데 좁히고 있습니다. 일단은 국내에서 제조하는 원가비중이 51% 이상인 업체가 모여서 KPMC(Korea Park Manufacturin Cooperant)라는 협회 결성에 뜻을 모았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KPMC 마크는 일종의 국산 제품의 품질인증이자 협회의 책임인증이다. 싸구려 재질과 엉터리 규격의 불량품, 국산으로 둔갑하는 중국산이 유통되는 시장을 자정하자는 취지이다. 주요 부품을 싸게 구매해 조립만 한 제품이 일본산으로 고가에 팔리는 것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중앙협회는 제품 2개만 인증을 하고 이후엔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후에 불량제품을 양산해 팔아도 확인되지 않는다. 인증 문제도 협회와 용품업체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용품업체가 너무 많다 보니 과당경쟁에 불합리한 가격과 마진구조, 부실한 A/S, 원산지 출처 불명, 과대광고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인터뷰는 두 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됐다. 김 대표의 몸살기가 심해져 더 이상 고견을 청하는 건 결례였다. 김길선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우리나라 파크골프 저변확대와 산업 발전을 바라는 진심과 충정이 각인되었다. 파크골프 산업 발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KPMC 추진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