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은 희소한 반면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기 때문에 경쟁과 선택이 불가피하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행동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이에 따라 경제는 더욱 발전한다. 여기에서 ‘행동’이란 경제활동을 의미하며,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한 생산, 분배, 소비활동이 모두 해당된다.
정치는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수단이며, 여기에서 도출된 규범과 제도는 경제활동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된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시장에서 가격변화라는 형태로 자원 투입과 배분을 정하자는 사회적인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활동이 정치적 합의에서 도출된 제도에 규율되기에, 정치 불확실성의 확대는 향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도 연결되기 마련이다. 불확실성 완화는 심리개선으로, 확대는 심리 악화로 귀결된다.
한국은 12월 들어 언론기사에 반영된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월평균으로 계산한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10~11월까지 100~102 범위에 있던 한국은행의 뉴스심리지수는 12월 2~9일 89.8까지 하락했다. 언론기사에 반영된 심리는 실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반영하는 경제심리지수(ESI)에 1개월 가량 선행하며, 경제심리지수는 국내수요 사이클의 기준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1개 분기 정도 선행하는 특성을 지녀왔다.
이는 소비와 투자심리 부진으로부터 비롯된 ‘내수 활동의 위축’이 1분기 전후까지 심화되고,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경기하강의 골이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에 비해 깊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슈에서 비롯한 심리 악화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겠다. 내년 한국 GDP 성장률 전망 1.8%의 상방 위험보다는 하방 위험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 제조업의 완만한 회복이 한국의 비(非)반도체 수출 개선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국내수요의 악화이다.
한국은행이 11월 금통위를 통해 공식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최우선 과제로 부각시킨 시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중장기적으로 의미가 있다. 특히 금번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재정 지출 논의가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확장 재정 기대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한은의 경기 부양책무가 무거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장기 불황 우려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도 여타 국가 대비 재정 및 통화 정책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여기에다 정치적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내수는 둔화되는 가운데, 일부 혁신 부품에 의존한 수출 구조, 트럼프 정부 출범 우려 등도 여전히 한국 경제에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한국의 출산율 저하, 고령화, 경직적인 노동 구조 등에 따른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이 당장에 개선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미 둔화되고 있는 수출 증가율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도 예정되어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25년 상반기 한국은 내수 부양책 및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대될 것이다. 의료 분쟁 갈등 조정, 추가예산 편성 등 민생안정, R&D 예산 증액 등 경제 및 내수 활성화, 정상화에 대한 정책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다. 추가로 급격한 정치적 변동성에도 대내 유동성의 공급과 관리 외환을 비롯한 자본 시장의 안정화와 보다 빠른 정치적 불활실성 해소 노력에 대한 재평가가 나타날 것이다.
중장기적인 환율의 방향성에는 여전히 미국 경기와 연동된 달러 지수가 가장 중요하다. 트럼프는 취임을 앞두고 Fed 금리인하 기대 후퇴 및 미국 우위(강달러) 전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부근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미 연준은 12월 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4.25~4.50%로 25bp 인하했다. 미 연준은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되었고, 실업률은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연준의 목표 수준 2%를 향해 진전을 이뤘으나,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가와 고용시장을 고려해 12월 정책금리를 25bp 인하했으나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매파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미 연준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3.4%가 아닌 3.9%로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 4회가 아닌 2회로 축소 전망했다. 이와 같은 정책금리 전망치 변화에는 물가 전망 변화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국내를 포함하여 미국 이외 지역의 어려운 사정들이 미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볼 때에 미 정책금리는 100bp 인하 전망을 유지해 본다. 일본은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물가 때문에 12월 금리인상 단행기대가 높은데, 엔화절상으로 일본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불신임 이슈로 유럽의 정치적 혼란도 커지는 형국이다. 유럽의 경기모멘텀까지 더해져 ECB의 금리인하 압력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