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무렵인 지난달 초순,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인간의 뇌 속에 플라스틱 숟가락 한 개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여 있다는 외국 대학의 연구 결과였다.
미국의 뉴멕시코대 연구진이 수십 구의 시신을 해부해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오염 추이를 조사했다는데, 사람 뇌의 0.5%는 미세플라스틱이었다고 한다. 글쎄 우리의 머릿속에 플라스틱 숟가락 한 개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셈이라니….
연구진은 지난해 해부한 시신의 뇌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양은 2016년보다 50% 많았고, 신장과 간에서 측정된 미세플라스틱은 2016년보다 최대 3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시신의 뇌엔 생전에 치매를 앓지 않은 사망자보다 미세플라스틱이 3∼5배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세플라스틱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 등에서 떨어져 나온 아주 작은 입자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물병 등이 분해될 때도 발생한다. 바닷물에 섞여 해양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하늘로 올라가 비나 눈, 그리고 바람을 따라 땅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음식, 물, 호흡 등을 통해 우리네 몸속으로 들어간다. 이 중 일부는 체내에 남고, 일부는 배설된다.
썩거나 분해되지도 않는다. 크기가 작아 걸러내기도 힘든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부터 마리아나 해구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역에 퍼져 있다. 심지어 태아의 몸속에서도 발견된다.
기존 연구에서 동물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염증과 행동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사람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뉴멕시코대 연구진은 오랫동안의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망한 인간의 뇌에서 ‘거의 믿을 수 없는(almost unbelievable) 수준’의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접한 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 피하기,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기업 책임 요구 등을 권했다.
지구온난화가 미세플라스틱의 생성을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그 어떤 나라도 막지 못하는 통제 불능의 시대다. 기업의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심지어 정부조차 오불관언의 태도를 취한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제5차 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177개국에서 3천여 명의 정부 당국자와 환경 전문가가 참가했다. 이 회의에서 참가자 대부분은 ‘생산량 감축’을 주장했다.
기업은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라. 정부는 당장 기업의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강제하라.
서 주 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