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장흥. 남도의 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이곳에 모였다. 겉으로 보기엔 익숙한 회의,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민선 8기 3차년도 제3차 공동회장단회의를 통해 발표한 건의문에는, 자치와 책임을 넘어 이제는 생존을 걸고 있는 지방의 호소가 실려 있었다.
현장을 덮은 화두는 명확했다. 국가적 전환의 시기, 지방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중심에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재정 분권’, ‘복지 분권’이 있었다. 들여다보면, 이는 단지 행정 구조의 개선이 아니라 지방이 더는 눈치만 보며 살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선언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잇따른 산불 피해는 그 절실함에 불을 지폈다. 울산, 경북, 경남을 중심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 수백 헥타르가 불타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 협의회는 산불 피해지역 8곳에 위로금을 전달하며 직접 현장을 찾았고, 「재난재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이 법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방정부가 재난 대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자는 의미다. 문제는 의지다. 이 같은 건의가 실질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대답은 여전히 중앙에 달려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회의장에서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뻔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 이 말은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외침에 가깝다. 한때 지방은 국가를 받치는 기반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방은 중앙을 향해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대답은 분명하다. 헌법 개정과 재정 개편, 그리고 복지체계의 재설계. 이제는 중앙이 대답할 차례다. 대통령 선거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표를 넘는 약속, 정권을 넘어설 구조의 혁신, 그 시작이 ‘지방’이라는 한 단어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