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본질적인 덕목은 도덕성과 책임감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은 실무 행정의 관리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얼굴로서 공적 신뢰를 대표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가 자녀의 사법적 논란과 관련해 군민 앞에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일은, 보기 드문 결단이자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 군수는 지난 1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 직원 회의에서 읍·면민회장, 이장단협의회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 앞에서 “아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군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자녀가 대마 흡입과 음주운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밝히며,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이처럼 불리한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논란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태도를 취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김 군수의 이번 결단은 결코 쉽게 평가할 일이 아니다. 사적인 일을 공적인 책임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마주한 것은, 공직자로서의 도리를 넘어서 지역 행정 수장으로서의 무거운 자기 각성이라 할 수 있다.
김 군수의 이런 모습은 말로만 그치는 사과가 아닌, 신뢰 회복을 위한 실제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정치권 곳곳에서 불거지는 ‘책임 회피’와 ‘유체이탈식 대응’이 반복되는 가운데, 한 자치단체장이 “내 일처럼 책임지겠다”고 밝히는 태도는 흔치 않다. ‘소통하는 군정’, ‘책임지는 행정’을 일관되게 강조해 온 김 군수의 평소 신념이 이번 대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사안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 군수의 아들 A씨는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전력이 있었고, 이번에도 마약 혐의와 함께 음주 사고 후 미조치, 무면허 운전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요소가 적지 않았다. 주민들 입장에서 도덕적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군수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후의 태도다. 김 군수는 위기를 감추지 않았고, 군민 앞에 당당히 서서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는 사과에 그치지 않는, 무게 있는 태도로 읽힌다. 위기를 정면에서 마주하는 자세, 진심으로 군민에게 다가서는 태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이 보성군정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보성군은 김 군수의 리더십 아래, 관광 활성화, 스마트 농업, 직거래 유통 개선 등 다양한 군정 성과를 내고 있다. '작지만 강한 보성', '일 잘하는 지방정부'라는 평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위기 앞에서 보여준 군수의 태도는 그간의 정책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걸어온 행정 철학이 이번에도 흔들림 없이 드러난다면, 이 사안은 일시적 논란이 아닌 군정 신뢰를 더 단단히 만드는 계기로 남을 수 있다.
보성군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자식 문제로 얼굴을 들기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나와 군민 앞에 먼저 나선 그 용기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일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진정성은 위기에서 드러난다. 김철우 군수가 보여준 이번 대응은 공직자의 책임감, 리더로서의 도량, 그리고 군민을 향한 신념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제 남은 건 그 진정성이 군정 전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보성군정의 방향은 여전히 군민의 기대 위에 서 있다. 김 군수가 그 기대에 어떻게 응답할지, 지역사회는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