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홀 중간 지점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 전경. 큰 연못과 중앙의 야자수 나무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 쿠니시카시=글ㆍ사진 김대진 기자 | 퍼시픽 블루 컨트리클럽은 일본 큐수 오이타현 쿠니사키시 바닷가 63만 평 부지에 들어선 환상적인 골프장이다.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자리한 이 골프장은 스페인의 골프 천재 세베 바예스테로스(1957~2011)가 설계했다.
1991년 개장한 첫 해,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와 골프 매거진에 세계 100대, 일본 3대 골프장에 선정됐다. 코스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풍광이 뛰어나다. 코스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들어서 있고 코스 내에도 여러 수종의 크고 아름다운 수목들이 서 있어 골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키 큰 야자나무는 일품이다. 대부분의 홀들이 곧게 뻗어 있고, 경사가 완만해 편안하지만 언듈레이션이 있어 묘미가 있다.
클럽하우스도 명품이다. ‘일자(-)’형 클럽하우스는 그 길이가 140m가 넘어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천장이 높고 앞면이 유리로 확 트여 있어 전망이 좋다. 이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식사 메뉴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
◇ 위치와 기후, 교통
퍼시픽 블루 C.C.는 제주도와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다. 후쿠오카시보다는 약간 남쪽이다. 평소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약하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7월 10~12일은 서울보다 8도 안팎 낮았다. 서울은 한낮 기온이 섭씨 36~38도였으나 이곳은 30도에 못미쳤다.
인천공항에서 오이타공항까지 비행기로 2시간 안팎 걸린다. 제주항공 직항편이 매주 화, 목, 토에 있다. 오이타 공항에서 골프장까지는 자동차로 20분 정도면 된다. 골프장 셔틀 버스와 승합차가 골프장 손님을 위해 늘 대기한다.
◇ 골프 코스
골프 코스는 넓고 길다. 63만 평의 광활한 부지에 18홀 코스가 조성돼 있어 무엇보다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전장이 7,085야드로 파5 홀은 모두 500야드가 넘는다. 18번 홀은 전장이 555야드로 이 골프장에서 가장 긴 홀이다. 이 홀 백티 티잉구역에서 뒤로 돌아보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앞으로는 길게 홀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 멋진 클럽하우스가 마치 병품처럼 버티고 있다. 홀 오른편엔 큰 연못이 있고 연못 주위에 멋진 야자 나무들이 연못을 호위하듯 늘어서 있다.
18번 홀(파5) 백티 뒷편으로 바라본 바다 모습
시그니처 홀인 17번 파3 홀. 그린 뒤편에서 티잉구역 쪽으로 바라본 모습
파3 홀도 3개는 200야드 안팎이고 17번 홀만 157야드다. 이 17번 홀은 티잉구역이 높은 둑 위에 있고 그린은 연못 바닥에 있는 형상이다. 그린 주변을 ‘S’자 물길이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 ‘S’자는 코스를 설계한 세베의 알파벳 이름 첫 자를 따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홀이 이 골프장의 시그지처 홀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그린 왼쪽 끝과 오른 쪽 입구에 2그루씩 야자나무가 흡사 그린을 지키는 보초병처럼 멋있게 서 있다.
말끔하게 관리된 그린 1
말끔하게 관리된 그린 2
10번 홀과 18번 홀 사이에 있는 큰 연못
파4 도그레그 홀 전경
파4 홀 10개 중 7개가 전장 400야드가 넘는다. 그만큼 각 홀이 긴 편이다. 대부분의 홀들이 티잉구역에 서면 그린이 잘 보인다. 티잉구역에서 그린까지 고저차가 적지만 언듈레이션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린 주변에는 벙커들이 잘 배치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골프장은 페어웨이 주변 러프지역에도 잡풀이 없이 깨끗한 잔디가 잘 깎여져 있어 공을 잃어버릴 염려가 거의 없다. 언덕 위에 있는 공도 하얗게 눈에 잘 띈다.
잔디가 빈틈 없이 빽빽히 들어선 페어웨이와 러프. 러프에도 잡초가 없이 잔디만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각 홀 티잉구역 입구에 설치돼 있는 홀 안내판. 홀 지도와 공략법이 일본어와 한글로 잘 나와 있다
홀 넘버와 거리를 표시한 표지판
코스 곳곳에 심어져 있는 멋진 나무들
코스를 설계한 세베는 디 오픈 3승, 마스터스 2승 등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프로 통산 90승을 거둔 전설의 골퍼다. 1999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나 2011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골프 코스 설계로 이름나 있다.
라운드 중 코스에 나타난 노루들
◇ 클럽하우스
가까이서 본 클럽하우스 전경
유럽풍의 클럽하우스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18번 홀을 내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일자(-)’형으로 길게 좌우로 뻗어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고풍스런 맛을 더하고, 클럽하우스 복도 등 곳곳에 멋진 조각품과 피아노, 옛 일본 전통적인 가마 등이 진열돼 있다.
클럽하우스 1층 로비 천장에 설치돼 있는 멋진 샹들리에가 그 아래에 있는 큰 화병에 꽃힌 꽃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옛 전통적인 가마. 클럽하우스 1층에 전시돼 있다.
클럽하우스가 워낙 커 갖가지 식당과 휴게실, 프론트, 사무실, 편의점, 골프숍, 노래방, 당구장, 탁구장, 락커 룸 등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편의점에선 각종 주류와 음료, 먹거리. 간식거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골프숍에는 골프채, 골프의류, 골프신발, 골프공, 골프장갑 등 골퍼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갖추고 있다.
프론트 전경
클럽하우스 1층 편의점 옆에 자리한 골프숍 내부
클럽하우스 1층 중앙 현관 옆에 위치한 편의점 내부 모습
아침 식사용 식당 페닌슐라, 점식 식사용 식당 콘페룸이 별도로 있다. 또 일본식 다다미방인 ‘백랑’은 저녁 식사용 식당과 단체 모임 장소로 활용된다. 락커 룸도 아주 널찍하다.
◇ 골프장 운영, 캐디와 카트
이 골프장은 한국인이 운영한다. 쉽게 얘기하면 일본에 있는 한국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사 소통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말을 잘 하는 직원이 여럿 있고, 그 외 직원들도 조금씩은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앞마당에 일렬로 잘 늘어서 있는 카트들
캐디는 없다. 플레이를 하는 골퍼가 직접 카트를 몰고 다녀야 한다. 몇 군데를 제외하곤 홀 간 고저차가 적어 카트를 운전하기가 쉽다. 그러나 쉽다고 카트를 함부로 다뤄선 안된다.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카트는 전기충전용이 아니고 디젤이다. 전기 카트에 비해 소음은 커지만 힘은 좋다. 또 카트에는 코스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안내용 정보와 각 플레이어의 스코어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 숙박과 음식
로얄 빌리지 전경
로얄 빌리지 객실 내 잘 정돈된 침대 모습
숙박은 골프장 안에 있는 별장형 콘도에서 하면 된다. 로얄과 가든빌리지가 각각 따로 떨어져 있다. 빌리지는 콘도형에 객실과 거실, 세면실, 화장실, 부엌 등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모두 고급 목재로 마감돼 있고 천장이 높아 내부에서도 답답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가든빌리지는 클럽하우스 바로 뒤편에 있어 걸어서 가면 된다. 로얄빌리지는 클럽하우스에서 걸으면 5분이지만 승합차가 수시가 왕래하며 손님을 태워가고 온다.
대회 후 저녁 식사 메뉴로 나온 생선회(좌)와 돼지김치찌개, 튀김, 야채, 과일 등
골프장 식당에선 다양한 식사 메뉴가 있다. 아침은 주로 양식과 한식을 합한 뷔페, 점심은 선택 메뉴, 저녁은 일본식 생선회와 돼지 김치찌개 등이지만 때에 따라 다양하게 바꿔 나올 수 있다. 어떤 메뉴든 대개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아침 식사 후엔 커피와 차 등을 마실 수 있는 별도 룸이 마련돼 있다. 또 라운드 전 시원한 물과 얼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라운드 후 식사 때 곁들여 마시는 아사히 맥주는 특히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이 골프장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대부분 아주 친절하고 상냥해 인상적이었다.
◇ 주변 지역
쿠니사키시는 오이타현 동쪽에 동그랗게 튀어나온 반도인 쿠니사키 반도에 자리잡고 있다. 오이타 공항이 있어 오이타현의 관문 역할을 한다. 맛집이나 관광지가 많지는 않지만 오이타현의 문화를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골프장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벳푸와 유후인이 있다. 이 두 곳은 일본의 유명 관광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벳푸의 관광지는 스기노이 호텔의 온천을 비롯하여 아프리칸 사파리, 벳푸 로프웨이, 지옥온천 순례 등이 있다. 유후인은 온천, 긴린코호수, 노모리 고품격 관광열차 등이 있다.
쿠니사키시 (빨강 점선으로 둘러싸인 지역). 위쪽 바닷가에 퍼시픽 블루 C.C.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