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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의 지식의 맛] 알뜰신잡(10) 풍성한 가을, 무엇을 수확할까?

가을은 언제나 ‘결실’의 계절로 불린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을의 결실은 비단 곡식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도 수확의 계절이 있고, 그 수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열매일지 모른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구나 나름의 땅을 일구어 왔다. 어떤 이는 가정이라는 밭을, 어떤 이는 일터라는 밭을, 또 어떤 이는 관계라는 밭을 갈아 왔지만, 그 과정은 늘 순탄치 않았다. 때로는 가뭄처럼 메마른 시간도 있었고, 폭풍우처럼 흔들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견디고 버틴 끝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

 

추석은 가을이라 그런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의 밭’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혹시 아직도 풀지 못한 아픔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오래된 상처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가족 사이의 오해, 친구와의 서운함, 혹은 지나간 날의 실패와 후회가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면, 마치 농부가 잡초를 뽑아내듯이 용기를 가지고 정리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에는 크고 작은 아픔의 이야기들이 있다. 일찍 떠나보낸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저리거나, 형제자매 사이의 앙금이 풀리지 않아 명절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오는 분도 있을 것이다. 살아오며 겪은 실패와 좌절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가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와도 계절은 돌고 돌아 반드시 결실을 맺는 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 역시 그런 아픔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숙한 삶을 살아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공자께서는 평생에 걸쳐 수많은 가르침을 남기셨지만, 제자 자공이 “한마디 말로 평생을 실천할 도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주저 없이 “그것은 바로 서(恕)다”라고 말씀하셨다. ‘서’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을 헤아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근본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도, 상대방의 자리에 서 보려는 ‘서’에서 비롯된다. 화해 역시 나만의 옳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능해진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자비도 ‘서’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지난날의 실수와 아픔을 그대로 품고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다. 그 열매를 거두어들일 때, 비로소 우리의 삶도 넉넉해진다. 마치 가을 들녘이 여러 곡식으로 풍성해지듯, 마음에 ‘서’의 씨앗을 심고 가꾸면 우리의 인생 또한 한층 따뜻하고 너그러워진다.

 

올해 추석에도 달이 뜬다면? 밤하늘의 둥근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위로를 준다. 아무리 흠이 많은 삶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둥글게 다듬어진다는 뜻처럼 보인다. 우리 마음의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달빛처럼 은은히 빛을 내며 삶의 일부로 녹아들기도 하고 때로는 굳어지며 둔해지기도 한다.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다독이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이요, 인생의 수확이다.

 

풍성한 가을이라고 한다. 우리는 단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마음의 열매를 수확해야 한다. 그것은 용서일 수도 있고, 화해일 수도 있으며, 혹은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자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공자가 강조한 ‘서’의 마음이 있다. ‘서’로서 열매를 거둘 때,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지게 된다.

 

곧 추석이다. 우리의 ‘마음밭’이 풍요롭게 익어가고, 아픔은 거두어 내고,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최고의 선물인 “서”를 나누며 정(情)을 수확하는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