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한국의 문학과 정책 담론은 바다를 충분히 다룬 적이 없다.
삼면이 바다임에도, 우리는 바다를 하나의 문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는 ‘지이코노미’에 연재 중인 대하소설 ‘파시’를 통해 이 잊힌 해양문명의 원형을 복원하고 있다. 바다에서 형성된 민중의 지식, 생존의 기술, 교환과 이동의 질서를 하나의 거대한 문명 구조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파시’는 바다에서 태어난 한국형 원시 경제 시스템
파시(波市)는 단순히 “바다 위에서 열리던 시장‘이 아니다. 어민·상인·기술·정보·시장이 한곳에 응축된 원형적 경제·사회 시스템이었다. 특히 서해 위도·흑산도·연평도를 축으로 형성된 ‘조기 파시’는 조선 후기~근대기 한반도 생계를 떠받친 거대한 계절 산업이었다. 정확한 물때 판독, 조기 이동 경로, 바람·조류 해석, 소금 산업, 전국으로 이어진 유통망까지, 파시는 바다 위에서 형성된 경제 문명 단위였다.
‘파시’가 제시하는 현대적 해양 문명 개념
나는 위도 출신이다. 조기 파시의 삶과 기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득한 생활 구조였다. 그래서 대하소설 ‘파시’는 과거 재현이 아니라 민중의 바다 문명을 현대적 언어로 재창조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파시를 박물관적 용어가 아니라 해양문명·민중경제·사회생태가 통합된 현대적 개념으로 복원시켜 나가길 소망한다.
2003년, ‘부안파시축제’ 제안
나는 2003년 부안군에 ‘부안파시축제’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바다 문명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파시를 단순한 어업이 아닌 해양문화·경제·스토리텔링의 원형 콘텐츠로 보았다.
아무튼 ‘파시축제’라는 명칭은 언젠가는 한국 바다문명의 새로운 공식 언어가 될 것이며, 그 기원은 2003년 부안에서 내가 처음 제안한 그날에서 출발한다. 또한 나는 위도나 법성포에 ‘국립조기박물관’ 건립을 정치권에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다.

‘파시’, 한국 해양문명의 원형
과거 파시는 경제·교환·생존·공동체·지식·기술·문화·환경이 하나로 어우러진 바다의 문명 장치였다. 따라서 파시를 현대적 축제로 재탄생시킨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바다 기반 문명축제(Bay Civilization Festival)’를 갖게 되는 셈이다.

‘파시축제’는 K-Sea Culture의 미래다
한류는 이미 지구촌을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노래, 드라마, 음식, 패션, 게임 등은 지상의 중심 콘텐츠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며, 우리의 생존도 바다에서 시작됐다. 이제 한류는 K-Sea Culture, 즉 해양문명 기반 콘텐츠도 등에 업어야 된다. 그 중심축이 바로 파시축제다.
파시축제가 열리면 해양관광, 숙박, 운송, 식음료, 어업, 농업, 가공, 유통, 해양생태, 기후, 소금 산업, 소년 해양교육, 지역 브랜드 상승 등 수십 개 산업이 복합적으로 움직인다. 파시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미래 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플랫폼이다.
‘파시축제’에서 ‘OO파시국제해양박람회’로
한국의 파시축제는 인류의 해양기술, 조선업, 양식업, 해양에너지, 바다 생명, 기후과학, 그리고 소금 문명과도 연결되는 개념이다. 한국이 ‘OO파시국제해양박람회’를 열게 된다면, 세계 해양도시 연대, K-Sea Culture 국제화, 해양·기후 산업 중심지화, 국가 브랜드 상승 등이 모두 가능하다.
순천은 국제정원박람회로 세계적 정원도시가 되었고, 여수는 여수엑스포로 세계 해양도시로 자리 잡았다. 'OO파시국제해양박람회'는 ‘파시’라는 해양문명으로 세계와 만나려는 한국의 야심이 구체적 형태를 갖추는 순간이 될 것이다.

‘파시’로 우리 바다의 미래를 열었으면
나는 문학을 통해 나는 파시를 복원하는 중이고, 정책 언어로 확장해 왔으며, 20년 전부터 축제와 박물관 구상을 이어왔다. 파시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한국이 세계로 다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해양문명의 언어다. 그 중심에 파시축제가 있다. 그리고 그 축제 안에 K-Sea Culture의 미래 성장축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