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금융권 채용비리로 인용된 부정 채용자들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급심 재판이 진행중인 곳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18명으로 나타났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숫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재판 기록에 따르면, 시중 4개 은행의 경우 이미 대법원의 최종 유죄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죄에 인용된 부정 채용자 61명 중 41명이 그대로 근무 중이었다.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은행들의 부정 채용자 근무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29명이 유죄 취지에 인용되었고 그중 현재 19명이 근무 중이다. 대구은행은 24명 중 17명, 광주은행은 5명 전원이 근무 중이고 부산은행은 지난 8월까지 근무중이던 2명의 채용자가 자진퇴사하면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은 없는 상태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용된 부정 채용자 현황 [사진=배진교 정의당 의원실]](/data/photos/news/photo/202010/19325_34958_3647.png)
우리은행은 2015~2017년 이광구 전 행장 등이 신입 공개채용 서류전형, 1차 면접에서 불합격 권이던 지원자 37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신입행원 공채 과정에서 150명 중 약 10%인 16명이 국정원 직원 자녀, 금융감독원 간부 요청, 공무원 자녀 등의 채용 청탁이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광구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2심 재판부도 유죄를 인정했지만 최종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 이 전 행장은 형기를 채우고 지난해 9월 석방됐다.
신한은행은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3년 상반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고위급 인사 자녀를 상대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주고, 합격자 성비를 일부러 조정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외부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 임원 청탁자 11명 등 154명의 점수를 조작했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업무방해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2018년 11월 19일 첫 재판을 했다. 조 회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올 1월에 선고 받았다.
국민은행은 2015~2017년 진행된 신입사원·인턴 채용과정에서 'VIP리스트'라 불리는 청탁 메모를 주고 받으며 특정 지원자에게 명확한 기준 없이 가점을 주는 등 특혜를 줬고, 또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이려 성별에 따라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채용 비리 사건에 가담한 오 전 팀장과 이 전 부행장, 권 전 상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 전 팀장에게 청탁 메모를 전달한 김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하나은행은 함영주 지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인 2015년~2016년에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은행 고위급 관계자들과 관련됐거나 특정대학 출신인 지원자들을 부정 채용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7일 검찰은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A씨와 B씨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과 징역 2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전 인사팀장 C씨와 D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함 부회장은 현재 재판중이다.
2018년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의 채용관리 기본원칙과 운영사항을 정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확립하겠다고 나섰고 부정합격자에 대해서는 은행이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배진교 의원은 “은행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자녀와 지인 등의 부정 채용에 가담한 것이 밝혀진 지 3년이 지났지만, 부정 채용된 이들은 지금도 은행 창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 은행의 자정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부정채용자에 대한 채용취소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의당 차원에서 채용비리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