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국회에 제출된 반기업 법안이 200여건이 넘어 코로나19로 경영위기가 심화된 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경영과 투자 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경제·노동법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총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경제·고용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 활력 제고 및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들이 필요한데 이와 반대로 경영·투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이 200건 넘게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경총이 지목한 기업규제법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 △전속고발권 폐지 등공정거래법 개정안 △ILO 핵심협약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 △CEO에 과도한 형사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등 개정안△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퇴직급여법 개정안 △유연근무제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병가휴가·휴직을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등 10개다
경총은 "K-방역 성과로 코로나19 위기에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대립·갈등적 노사관계, 고착화된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안전망·근로자보호제도가 계속 강화된 반면 노동유연성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노사간 힘의 균형이 깨져 민간주도 경제성장세의 악화를 초래했다"며 "지난해 경제성장률 기여도에서 정부 부문이 민간 부문을 4대1로 역전했고, 고용 분야도 공공부문과 사회복지성 일자리로 고용률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경총은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까지 더해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현재 국회에는 기업 경영과 투자 활동을 제약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200건 넘게 제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등이 시행되면 회사 책임 경영과 관련한 핵심 의사결정체계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의 진입이 쉬워져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존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검찰에 의한 사법적 수사도 진행되는데 고발권 남용 가능성이 있다.
노동조합법 개정의 핵심은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허용이다. 경총은 이미 노조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해당 법 개정까지 이뤄지면 단체교섭 의제가 기업 이슈를 벗어나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대돼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의 경우 산재사고는 매우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전가하는 건 문제라고 보는 게 경총의 시각이다. 특히 사업주 및 원청이 지켜야 할 의무가 매우 추상적이어서 무분별한 투망식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의결권 합산 폐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보장(상법 개정안),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체근로 허용,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노동조합법 개정안), 법률 제정 철회 및 사후처벌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산재예방 정책 패러다임 전환(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제시했다.
경총은 "기업규제 법안이 통과돼 환경, 노동, 사회복지, 기업경영권 등 각 분야에서 선진 경쟁국보다 과도한 수준의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경제·고용위기 극복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을 이겨낼 수 있도록 법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의 어려움과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