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유성욱 기자 | 지난 7일 오후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는 평일 퇴근 시간 이전임에도 인파로 붐볐다.
언뜻 보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인파들 사이사이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상가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규모가 작은 상가뿐 아니라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나 해외 의류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던 대형 점포들에도 '임대' 현수막이 즐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 동성로는 임대 현수막이 붙기도 전에 새 주인이 나타나는 인기 상권이었다. 후미진 골목이나 변두리 점포가 아닌 이상 동성로 한가운데서 비어있는 상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번진 이후부터 동성로의 빈 상가는 크게 늘어났다.
대구 중구는 최근 2년간 동성로에서 100개 이상의 점포가 폐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성로 상권의 최대 이점인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크게 낮아진 여파다. 이후 코로나19가 여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으면서 동성로의 빈 상가들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동성로 상권의 공실률은 1~2% 수준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도별 4분기 동성로 상권 공실률은 2015년 2%, 2016년 1%, 2017년 3.8%, 2018년 2.3%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1분기(1~3월) 22.9%, 2분기(4~6월) 22.7%, 3분기(7~9월) 22.5%로 급등했다. 동성로의 빈 상가가 약 10배 늘어난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 공실률 10.9%(지난해 3분기)의 2배가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구백화점 본점도 52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지난해 7월 잠정 휴점에 들어갔고 롯데 영플라자도 2019년 영업을 종료했다. 동성로 인근에 위치한 도심 관광호텔 노보텔 앰베서더는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직장인 백수현(43)씨는 "최근 동성로를 찾았더니 임대 현수막이 붙은 점포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동성로 한 공인중개사는 "빈 점포가 많은데도 새로운 주인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당분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며 "눈에 띄게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된 뒤에야 지역 경기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