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신속통합기확안이 확정되며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신탁사로 선정된 KB부동산신탁의 미숙한 사업운영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집행했다.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했다.
문제는 제안서 공개를 앞두고 발생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 배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제보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는 최근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에게 각각 ‘200페이지 분량의 소유주 배포용 홍보물 700매를 제작해 위원회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는 소유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별도의 홍보물만 배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유주가 요청하는 경우, 전자적인 방식을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부동산신탁 역시 참여조건에 대한 비교표를 양사 입회 아래 작성한 만큼,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는 소유주들에게 배포하지 않고 홍보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보자는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의 이와 같은 결정을 두고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유주들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을 위해 현대건설이 제출한 제안서는 500페이지인 반면, 포스코이앤씨의 제안서는 200페이지로 KB부동산신탁이 설정한 별도 홍보물의 페이지 수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양사의 사업참여제안서 배포는 막으며 200페이지 이내의 홍보물만 배포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라며 “상대적으로 부실한 포스코이앤씨 제안서의 단점을 숨기고, 현대건설 제안서의 내용은 축소시켜 소유주가 참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보를 왜곡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현장설명회 당시 배포한 ‘입찰참여안내서’ 내 ‘사업참여제안서’ 관련 항목에는 별도의 규격 및 페이지 제한 기준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시공자 홍보 지침 및 준수 서약서’에 200페이지 이내의 홍보물을 제작할 것을 별도로 명기해 혼란을 초래했다.

KB부동산신탁이 이해하기 힘든 행보로 소유주들의 신뢰를 잃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며, 불가 조건에 ‘소송 등이 진행 중’을 표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도시정비 수주 실적이 높은 건설사일수록 소송 진행 가능성이 높아 소송 진행 여부로 건설사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B부동산신탁의 이 같은 문구는 특정 회사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고, 결국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입찰 일정을 연기하며 잘못을 바로잡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이 이번에도 타 재건축 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했던 관행을 깨뜨리고, 입찰 건설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사업제안서를 소유주들에게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사업제안서를 보려는 소유주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려는, 상식 밖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한 소유주는 “사업참여제안서는 시공사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재건축 사업에 임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면서 “이것을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