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e스포츠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최근 달라진 코멘트가 주목받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올림픽은 전통적인 스포츠가 e스포츠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첫 올림픽 e스포츠 대회는 늦어도 2025년이나 2026년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다소 모호한 입장이라는 평이 있지만,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연례 총회 개회식에서 그는 "올림픽 e스포츠 대회 창설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e스포츠가 엄연한 스포츠 카테고리로 대우받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흥행에 성공한 것도 IOC가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다.
올림픽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인데 e스포츠 종목이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데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첫 번째 올림픽 e스포츠 대회, 돌파구 마련했다"
최근 바흐 위원장이 강원도에서 열린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신화통신과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바흐 위원장은 "첫 번째 올림픽 e스포츠 대회의 형식과 시기를 결정은 못 했지만, 돌파구는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그가 e스포츠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보수적이면서도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e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에 추가할 것을 시사하면서도 "경기에 포함된 폭력적인 요소들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며 올림픽 가족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2020년에는 "IOC의 e스포츠 관리 기관으로 설립된 그룹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IOC는 공식 올림픽 라이선스를 받은 최초의 가상 스포츠 이벤트이자 올림픽에 가장 근접한 e스포츠인 첫 번째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Olympic Virtual Series)를 개최했고, 2023년 'e스포츠 위원회'를 설립해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주간(Olympic Esports Week)을 개최했다.
IOC 산하의 e스포츠 첫 번째 공식 기관을 갖게 된 것이다. 해당 대회에서 '포트나이트(Fortnite)',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와 같은 전통적인 e스포츠 게임이 종목에 포함됐다.
신중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바흐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IOC가 우선시하는 가상 스포츠와 GAISF(국제스포츠연맹)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e스포츠 경기와 미국 프로농구 e스포츠 경기,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와 같은 광범위한 e스포츠라고 정의하며 e스포츠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야구, 사이클, 조정, 요트, 모터스포츠 등 실제 전통 스포츠에 존재하는 가상 스포츠만 선정하고 있다는 게 증거다.
이처럼 IOC는 올림픽에 e스포츠를 포함시키는 것에 분명한 레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의 정신과 가치에 위배되는 모든 게임, 즉 유혈성과 폭력성, 차별성을 가진 게임은 절대로 금지한다는 의지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바흐 위원장은 "e스포츠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동일시될 수 없으며, 올림픽의 맥락에서 전통적인 스포츠가 e스포츠를 이끌어야 한다"면서도 "첫 올림픽 e스포츠 대회는 늦어도 2025년이나 2026년에 열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e스포츠 올림픽의 형식이 2023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올림픽 e스포츠 위크(OEW)와 같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IOC는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가상 스포츠와 전통적인 e스포츠가 동시에 등장하며 각각 평등한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발표이기도 했다.
e스포츠 종주국 전쟁에서 뒤쳐지지 말아야
물론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입장이 여전히 다소 모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23년 싱가포르에서 IOC가 대회를 진행했고, e스포츠 경기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기에 올림픽 종목에 편입되는 것은 생각보다 머지 않은 일로 판단된다.
공은 우리에게 넘겨졌다. IOC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 지자체, 공기관, 단체 등이 e스포츠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다소 보수적일 뿐 e스포츠에 대한 문턱은 이미 꾸준히 낮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e스포츠가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카테고리임이 확인된 셈이니 국내에서도 전국체전, 소년체전 등 공식 스포츠 이벤트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e스포츠 강국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 세계는 e스포츠 종주국이 되기 위해 힘 쏟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