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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언론사를 가지고 놀다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본지는 지난 1일 새벽 5시, 『남영역 청년주택아파트 공사현장 소음ㆍ분진 극심 … “롯데건설 박현철 사장 국감장에 세운다”』란 제하의 롯데건설의 비판기사를 게재했다. 권력과 재벌을 감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2년이 넘는 시간, 롯데건설에서 짓고 있는 남영역 아파트 공사장 인근의 주민과 상인들은 분진과 소음, 진동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롯데건설과 관할관청인 용산구청은 보상해 주는 척, 단속하는 척만 하고 세월아 네월아 뭉개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기사다.

 

이날 10시 30분쯤 포털 뉴스검색에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본지가 송출한 기사가 『롯데건설 부산해운대 ‘르엘 리버파크 센텀’ 착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9시 10분에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 전송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규칙적인 간격으로 같은 제목과 내용의 기사가 전송되고 있었다. 이른 바 ‘기사 밀어내기’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사 밀어내기는 포털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긍정적인 기사를 양산해서 비판기사가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을 ‘기사 밀어내기’라고 업계에서는 부르고 있다.

 

최근 기사 밀어내기 수법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주로 대기업에서 자사 비판 보도가 나오면 포털에서 해당 기사를 뒤로 밀어내기 위해 홍보성 보도자료를 뿌려 우호적인 보도들이 나오게 하는 ‘언론 플레이’를 말한다. 바로 그 수법을 롯데건설이 버젓이 구사하고 있었다.

 

본지 취재진은 롯데건설에 “기사 밀어내기하고 있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매주 두세 개씩 보도자료가 나가요. 공교롭게 어제 착공식도 있었고요”라는 답이 왔다. 천만의 말씀이다. 9시 10분에 최초 노출된 기사가 1시간 30분이 지난 시간까지 같은 제목 같은 내용으로 36개 언론사에서 노출했다. 2.5분 간격으로 꾸준하게 노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롯데건설이라는 대기업이 언론사를 우습게 알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36개 언론사는 롯데건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사를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선수들끼리는 그것을 ‘뉴스 어뷰징’이라고 부른다.

 

뉴스 어뷰징은 뉴스생산자가 포털에서 이미 보도된 기사와 내용이 유사한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의 일부를 바꿔 중복하거나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행위다. 기사 밀어내기와 함께 포털에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이는 부당이득 행위로 간주하여 포털 퇴출 1순위다.

 

인터넷신문은 포털의 뉴스검색에서 퇴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밥줄이 끊기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8개 언론사 퇴출을 시작으로 수십 개의 언론사가 포털에서 퇴출됐다. 탈락 언론사는 포털과의 제휴 계약이 즉각 해지돼 포털 기사 송고가 차단되고 기존 기사도 삭제돼 검색되지 않는 불이익을 당한다.

 

롯데건설의 어뷰징으로 인한 기사 밀어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시 51분까지 55개의 매체가 추가로 참여했고 다음날 추가로 2가 매체가 송출했다. 보도자료 요청 시 오더가 없었다면 이렇게도 고른 시간에 노출되기는 만무하다. 롯데건설은 언론을 가지고 놀고 있다.

 

이번 롯데건설의 어뷰징에 의한 기사 밀어내기에 참여한 언론사는 93개 사로 파악된다.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롯데건설의 사주에 당한 것이다. 본지는 그 언론사들을 문제 삼지는 않을 생각이다. 동업자 정신 때문이다.

 

본지는 롯데건설에 충고한다. 어뷰징으로 기사 밀어내기하는 시간에 남영역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 보상에 임하라.

 

본지는 추가 취재를 거쳐 2탄 『롯데건설과 용산구청 간의 커넥션 의혹?』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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