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서울 지자체들이 최근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잇달아 개장했다. 동호인들의 파크골프장 조성 민원은 빗발치는데 땅을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스크린파크골프장 설치는 행정절차도 간단하고 예산도 크게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전통시장, 백화점 등에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설치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도곡동경로당에 작년 11월 말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설치했다. 기존 구립경로당을 강남형 개방경로당으로 바꾸며 1층 84.3㎡ 공간에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 2개 부스를 설치해 주민들이 사계절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도곡경로당이 도곡까치공원 내 위치한 입지적 특성을 반영해 ‘매봉시니어센터 부설 파크골프아카데미’로 새롭게 탈바꿈한 것이다.
강남구는 작년 6월 탄천파크골프장을 개장하며 구민들의 높은 파크골프 수요를 확인했다. 이에 서울시 최초로 스크린 시설을 설치하며 전문 강사를 초청해 체계적인 강습 프로그램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필드와 실내 파크골프 활성화를 통해 노년층의 여가활동과 건강증진을 지원하는 선구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전했다.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도 실내 파크골프장을 마련해 개방했다. 구민이 즐겨 찾는 문화센터인 내곡 느티나무쉼터와 반포 종합체육센터에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설치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11월 27일 새롭게 개장한 내곡느티스크린파크골프는 서울시 최대 규모이다. 스크린골프 4개 부스, 자율 퍼팅장, 휴게시설로 구성돼 있다.
구는 12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새해 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1개 부스는 파크골프 강좌 공간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3개 부스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이용요금은 4명일 경우 1시간당 1인에 2,500원을 받는다. 서초구도 작년부터 자치회관에 파크골프 강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활력 넘치는 생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하고 느티나무쉼터 등 어르신 문화·여가시설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은평구도 작년 11월부터 불광2동 주민센터에 스크린파크골프장을 개장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내 스포츠 시설로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한 불광2동 신청사는 공공업무 위주의 기존 청사를 주민커뮤니티 공간 중심으로 바꿨다.
실내 스크린골프장 조성 붐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전통시장에 설치되더니 대구에서는 대형 백화점에도 들어섰다. 대전 동구는 작년 4월 용운동 용수골 경로당을 다목적 공간으로 꾸미며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설치했다. 경북 김천시는 작년 5월 남산동 김천시노인복지관에 스크린파크골프장 3개 부스를 조성했다. 개장과 함께 강좌를 개설했는데 수강신청을 받은 첫날 60명 정원이 마감될 정도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읍시는 전북지역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장애인종합복지관의 곰두리스포츠센터에 설치했다.
스크린파크골프장은 전통시장에서도 단연 인기다. 전국 전통시장 중 최초로 실내 파크골프장을 설치한 곳은 하동군이다. 하동군은 하동공설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2개 부스 규모로 조성했다. 한 달 뒤에는 충북 제천시가 제천중앙시장에 10개 부스 규모의 스크린을 설치했다. 제천시와 민간사업자가 사업비 5억 6,000만 원의 절반씩 투자해 중앙시장 내 빈 점포 22곳을 활용해 조성했다.
파크골프가 가장 성황인 대구에서는 전국 유통업체 최초로 대구백화점에 대형 스크린파크골프장과 함께 미니 파크골프장이 조성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대백플라자 10층에 올 2월 개장을 목표로 스크린파크골프 20여 타석에 미니 파크골프장, 용품숍 등을 마련하고 있다.
수도 서울은 우리나라 모든 체육 인프라의 중심지이다. 국내 첫 정식 규격의 파크골프장도 지난 2004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둔치에 개장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작년에 400곳을 훌쩍 넘겼고, 올해 500곳을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가 구장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서울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파크골프장은 13곳에 그치고 있다. 작년에 강남탄천파크골프장을 개장해 그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대비 3.2%에 불과할 만큼 미미하다. 오세훈 시장이 내년까지 파크골프장 77곳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파크골프장 기본 9홀을 만들려면 대략 8,000㎡ 면적의 부지가 필요하다. 서울에 이만한 땅을 확보하기도 어렵거니와 예산도 쉽지 않을 터다. 국가나 지방정부 소유인 강변은 하천점용허가가 쉽게 나지 않는다. 환경단체의 반대도 만만하지 않다. 실제로 작년에 은평구와 동작구에서도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다 주민들이 반대로 접어야 했다.
서울은 부지가 부족하고, 예산 과다 소요,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앞으로도 파크골프장 조성은 요원한 실정이다. 서울의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 설치 붐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 조성 붐이 일면서 벌어진 ‘필드’ 경쟁이 서울은 ‘스크린’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구 입장에서는 스크린파크골프장이 예산을 절감하며 환경 민원을 피하고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스크린파크골프장 설치를 요구하는 동호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스크린파크골프장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입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각 구는 구청사, 동 주민센터, 경로당, 복지관 등의 리뉴얼을 진행하며 스크린파크골프장 설치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구민체육센터의 프로그램에 파크골프 강습을 개설하는 구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방에 스크린파크골프장이 조성되는 이유는 공간에 따라 다른 목적이 있다. 전통시장의 스크린파크골프장은 시장 고객을 끌어모으고, 쇠락하는 원도심 활성화가 목적이다. 실제로 그런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른 지자체의 전통시장도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의 경우는 초고령층의 건강증진을 위한 체육 복지가 목적이다. 파크골프를 즐기던 고령 동호인들의 수요를 스크린파크골프로 충족시킬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파크골프가 백화점에 입점한 대구백화점의 사례는 산업적인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필드든 실내든, 서울이든 지방이든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는 건 그만큼 파크골프가 생활체육의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서울의 스크린파크골프장은 찬반 주민을 모두 만족시키고, 부지와 예산 확보 부담도 없어 계속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