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4년 유통업계는 전례 없던 도전과 변화의 해였다. 경기 불황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은 심각한 실적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커머스는 C커머스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고심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식음료 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내수 부진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이코노미는 2024년 유통업계의 주요 이슈를 결산하며 향후 동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 3고 시대의 도전
2024년 유통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시대'가 초래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요소들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크게 잠식하였고,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소비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젊은 오너를 경영진으로 전진 배치하여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내외 쇼핑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기업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과감한 투자로 위기 타개에 나섰던 대기업들이었으나, 올해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했다.
◇ 불황형 소비의 대두
올해 불황형 소비 트렌드는 더욱 두드러졌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필수 소비를 제외한 지출을 줄이고,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다이소는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유일한 성장세를 보였다. 모든 상품이 5,000원 이하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다이소를 '앵커 테넌트'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4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더욱 중시하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 오프라인 유통의 혁신과 통합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올해 유휴자산 처분과 비용 절감 등의 효율화 작업에 매진했다. 이마트는 SSM 계열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합병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통합 물류로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 역시 점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롯데백화점 미아점 주차장 부지, 롯데마트 고양중산점 및 양주점, 롯데슈퍼 여의점과 봉선점 등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각도 검토 중으로, 이러한 변화는 불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 쇼핑몰의 부상과 경험 경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커머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복합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백화점은 신규 점포 출점 대신 기존 점포를 대규모로 리뉴얼하여 복합쇼핑몰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는 신규 백화점 출점이 없는 대신 기존 점포를 쇼핑몰처럼 변화시키는 사례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의 부산점은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해 아울렛을 추가한 도심형 쇼핑몰로 변신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 8월 이마트 죽전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리뉴얼을 완료하고, 남부권 신세계타운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마트 죽전점은 '스타필드 마켓'으로 이름을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쇼핑 또한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해 '타임빌라스 수원'을 선보이며,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한 컨버전스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는 본업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그로서리 상시 저가'를 지향하는 식료품 특화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을 오픈했으며, 롯데마트도 90%의 식료품 비중을 가지고 있는 '그랑그로서리' 콘셉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식품을 제공하고, 매장 충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책임이 막중해진 오너들
2024년은 유통 대기업 오너들에게도 중대한 책임이 요구되는 해였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승진하며 그룹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했다. 정용진 회장은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였으며, 동생 정유경 회장도 지난 10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변화는 신세계그룹이 앞으로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경영진의 변화는 유통업계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전략과 혁신을 이끄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결론 및 전망
2024년 유통업계는 불황 속에서도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맞춰 유통업체들은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2024년은 유통업계가 겪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지가 향후 유통업계의 향방으로 가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