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유달산에서 삼학도까지, 봄이 목포를 지나고 있다. 꽃들이 한껏 피어나자 도시는 잠시 멈춰 선 듯, 사람들은 걷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바닷바람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노란 수선화와 분홍 벚꽃, 형형색색 튤립이 계절의 방향을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유달산 노적봉에서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요즘 목포에서 가장 걷고 싶은 코스로 꼽힌다. 수선화, 개나리, 벚꽃이 한 구간 안에 나란히 피어 있어 걷다 보면 계절이 겹겹이 펼쳐지는 듯하다. 스마트폰 셔터 소리는 쉴 새 없이 울리고, SNS에는 "유달산 봄맛집"이란 해시태그가 붙기 시작했다.
조금 아래, 유달산 일주도로 역시 장관이다. 어민동산을 출발해 목포해양대학교를 지나 유달유원지까지, 바다를 곁에 두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차창 너머로 흘러간다. 운전석에 앉아 있든, 조수석에 앉아 있든 그 풍경은 사진보다 더 영화 같다. 특히 해가 지기 시작하면, 분홍빛 벚꽃과 주홍빛 노을, 반짝이는 물결이 겹쳐져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이보다 낭만적인 장면도 없다.

삼학도에서는 튤립이 주연으로 나선다. 수로를 따라 조성된 튤립 정원은 여유로운 산책을 부르는 풍경이다. 꽃과 물길이 나란히 이어지고, 가족 단위 나들이객부터 연인들까지 누구든 이 길에선 사진작가가 된다. 형광빛에 가까운 튤립의 색은 그 자체로 봄의 활기와 생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깊은 꽃길을 원한다면 입암산 구 동광농원 일원으로 향해보자. 신흥동 행정복지센터 앞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키 낮은 벚나무들이 터널처럼 줄지어 서 있다. 대규모 벚꽃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좋다. 벚꽃 속에 조용히 파묻힌 느낌, 도시의 소음이 잠시 끊긴 느낌이 바로 이곳에 있다.
목포시는 “꽃이 피는 계절마다 목포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며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목포의 봄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시와 꽃이 동시에 피어나는 시기, 목포는 지금 봄이라는 이름의 설렘을 가득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