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봄바람이 여수 바다를 스치던 3월의 끝자락, 진남문예회관은 무대 위에서 꽃을 피운 연극으로 가득 찼다. 제43회 전남연극제가 4일간의 열띤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 무대 위에서 삶과 감정을 펼친 지역 예술인들의 진심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번 연극제는 전라남도와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전남도지회와 여수지부가 주관했으며 여수시가 후원했다. '연극의 숨결, 예술로 피어나다'라는 주제처럼, 각 극단은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숨결을 풀어냈고, 관객은 그 예술의 꽃을 함께 피워냈다.
여수, 무안, 광양, 순천을 대표하는 4개 극단이 참여한 이번 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본선 진출을 앞둔 전남 예선전이기도 했다. 긴장과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대상의 영예는 여수연극협회 소속 극단 예술마당의 ‘황금여인숙’에게 돌아갔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이 작품은 삶의 경계에서 머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묵직하게 그려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탄탄한 대본, 섬세한 연출, 깊이 있는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전남 대표로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금상은 무안연극협회 극단 뻘의 ‘푸르른 날에’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젊은 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극단 뻘 김재영이 연출상을, 예술마당 강남진이 희곡상을 받았고, 개인 연기대상은 극단 뻘 장가람에게 돌아갔다. 양은순(예술마당), 양국희(뻘)는 나란히 개인 최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연극제 개막과 폐막식에는 배우 기주봉, 정기명 여수시장, 이광일 전남도의회 부의장 등 지역 인사들도 함께하며, 연극이 지역 문화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예술인지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은순 한국연극협회 여수지부장은 “여수에서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연극제를 열 수 있어 무척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이 감동이 무대 위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기명 여수시장도 “지역 예술인들의 잠재력과 열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시민들이 예술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남연극제는 단지 상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지역 예술인들의 땀과 시간이 모여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승화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황금여인숙’이 따뜻한 여운을 남기며 전남의 이름으로 전국 무대로 나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