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정부가 교육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추진한 유보통합 시범사업이 광주에서는 첫 발부터 삐끗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 운영하는 이 사업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히지만, 광주시교육청의 허술한 선정과 관리 부실로 오히려 신뢰를 잃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광주 시범기관 중 일부 유치원이 사업비를 받은 뒤 일방적으로 폐쇄를 통보해 사실상 예산만 수령한 ‘먹튀’ 행태를 보였다”며 “감사 처분 이력이 있는 기관이 버젓이 선정된 사실도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유치원 두 곳은 유아 모집 부진과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올해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약 1억 원의 예산과 행정지원을 받은 상황이었고, 폐쇄 전 ‘45일 전 사전 신고’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같은 절차 위반을 알고도 폐쇄를 승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민모임은 “교육청 감사에서도 이 부분은 전혀 지적되지 않았고, 결국 관리·감독 부실이 문제를 키웠다”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유치원은 최근 3년간 감사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가선정됐고, 이후 해당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시범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지정 전에 기관의 감사 결과, 회계·지도점검 이력, 사회적 물의 여부 등을 사전 조회하고 교육부에 보고하지만, 광주는 이런 절차 없이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의 구조적인 취지도 흔들리고 있다. 교육부는 시범기관을 유치원 3곳, 어린이집 3곳으로 제시했지만, 광주는 현재 유치원 1곳과 어린이집 3곳만 남아 있는 상태다. 탈락과 이탈이 잇따르면서 기준조차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결원에 대한 별도의 추가 지정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공립유치원이나 특수학급, 장애영유아 대상 기관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시민사회는 문제로 지적한다. ‘포용’과 ‘보편성’이라는 유보통합의 핵심 가치를 광주는 처음부터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시범사업의 시작부터 기본 원칙과 관리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광주시교육청은 선정과정을 전면 재점검하고, 교육부는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추가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의 지속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평가체계와 사후관리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