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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강릉의 가뭄 사태,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지난여름과 가을, 강원도 강릉은 큰 물난리를 겪었다. 홍수가 아니라 가뭄 때문에 강릉 시민들의 일상은 참담했다.

 

강릉엔 4개월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일반 가정의 제한 급수도 큰 문제였지만 학교에서는 개수대 수도꼭지를 잠그고, 공공 화장실은 문을 닫았다.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이 자주 가뭄을 겪는 이유는 태백산맥 때문이란다. 수증기를 품은 먹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해서 동해안 지역의 가뭄이 잦다는 것.

 

속초와 강릉은 가깝다. 두 도시의 거리는 약 60㎞. 속초 역시 강릉처럼 태백산맥 탓에 가뭄을 자주 겪는다. 그런데 올해 속초의 물 사정은 강릉과 달랐다. 강릉은 마실 물도 없어 고통을 겪은 반면, 속초는 수백 톤의 물을 소비하는 물축제도 열었다.

 

강릉과 속초는 동해안의 인접한 도시다. 두 도시의 물 사정이 이렇게 판이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단다.

 

속초는 가뭄에 대한 대책을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했다. 바다로 흘러드는 지하수를 담아 두는 지하댐도 만들고, 암반을 뚫어 지하수를 확보하는 한편, 낡은 상수관 교체 사업 등을 통해 물의 유실을 막았다.

 

차근차근 가뭄 대책을 마련한 속초와 달리 강릉은 제대로 된 가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 기다렸다는 인상을 주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라는 말도 했다.

 

강릉시는 해마다 물 절약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가 보다. 도암댐 방류 문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을 부추겼다.

 

강원연구원은 오래전부터 강릉과 속초의 가뭄 사태를 우려했다. 그런데도 만성적 가뭄을 겪는 강릉은 속초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강릉의 가뭄 사태는 인재(人災)’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강릉시장은 근본적인 치수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이성과 도리, 그리고 체면도 사라져 버린 우리네 정치판. 큰 정치를 하는 정치인도, 작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도 민생은 제대로 챙기지 않고, 제 정치하기에 혈안이다.

 

강릉의 사례에서 보듯 인류의 환경 문제는 정치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든, 지방자치단체든 정치 지도자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환경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고, 전혀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국제적인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다름 아닌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도 여러 부류가 있다. 지구 온난화의 진짜 주범은 정치인과 기업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한 장밋빛 정책을 준비한다. 또 얼마나 많은 반환경적, 반생명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지 심히 걱정되는 가을이다.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