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각 부분의 변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기 위해서는 척추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 자율신경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뼈니까 뼈에 대해 웬만큼은 알아야 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곧 온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척추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목에 해당하는 경추(목뼈), 가슴 뒷부분인 흉추(등뼈), 허리에 해당하는 요추(허리뼈), 마지막으로 골반의 중심을 이루는 천추(엉치뼈)와 미추(꼬리뼈)가 있다. 흔히들 허리 위쪽만 척추라고 생각하지만 골반 부분도 척추에 포함된다. 골반은 가장 밑바닥에서 척추를 지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위다.
척추의 뼈마디는 총 33개다. 경추는 7개, 흉추는 12개, 요추는 5개, 그리고 천추와 미추는 각각 5개와 4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단, 사람의 미추는 동물과 다르게 퇴화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척추의 구조는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그 모양이 피라미드와 같다는 것이다. 척추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뼈마디가 작아진다. 체중을 견딜 수 있도록 아래에 있는 뼈일수록 크기가 크다. 가장 위에 있는 1번 뼈만 예외인데, 이유는 두개골의 함몰을 막기 위해서다.
두개골은 헬멧처럼 매끈하지 않고 이마뼈, 마루뼈 등 여러 개의 뼈가 봉합되어 있는 형태다. 조각조각 나 있어야 두개골이 움직일 수 있고, 두개골이 움직여야 뇌척수액이 돌기 때문이다. 1번 뼈는 두개골을 잡아주고 뇌척수액의 순환이 잘 되도록 돕는다. 뇌척수액의 나들목이라 할 수 있는 1번 뼈가 망가지면 당연히 뇌척수액 순환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척추의 구조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SS다. 옆에서 보면 척추는 2개의 S자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추는 윗부분이 몸의 앞쪽으로 나와 있지만 흉추와 만나는 곳에서는 뒤로 들어간다. 이렇게 앞으로 볼록하게 굽어 있는 것을 ‘전만(前彎)’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흉추의 모양은 뒤쪽을 향해 굽어 있어 ‘후만(後彎)’이라 말한다. 요추는 경추와 같이 전만되어 있고, 천추에서 미추까지의 모양새는 후만에 가깝다.
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척추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힘을 갖는다. 2개의 전만 곡선은 위에서는 머리의 무게를 받치고, 아래에서는 걷거나 뛸 때 위로 올라오는 충격이 오장육부까지 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일종의 스프링 역할이다. 흉추는 뒤쪽으로 굽어 몸 안쪽에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오장육부를 보호한다.
물론 뼈가 척추의 전부는 아니다. 척추의 뼈마디 사이에는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이 있다. 추간판은 원반 모양의 섬유조직으로 충격 흡수에 효과적이다. 추간판이 없다면 척추는 쌓아 올린 벽돌과 다를 바 없다. 움직일 때마다 뼈끼리 부딪쳐 닳고 깨졌을지 모른다. 몸을 앞으로 수그리는 등의 동작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척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중에서도 척추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직립 자세를 유지하게 하는 골격이기 때문이다. 척추는 몸의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몸을 세울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다양한 자세를 취하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때에도 직립 자세는 무너지지 않는다.
척추가 특히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척추는 신경이 지나가는 일종의 통로이자 보호막이다. 뇌에서 시작해 손끝과 발끝까지 연결된 신경은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이중 뇌와 척수를 포함하는 중추신경은 인체의 중앙처리장치라고 할 수 있다.
유홍석
경희대학교 한의대학, 동대학원 졸
본케어한의원 원장
구조의학연구회 회장
‘기적의 골타 요법’ 저서 출간
‘나는 몸신이다’, ‘엄지의 제왕’, ‘살림 9단 만물상’ 등 TV 방송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