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들며 금융시장이 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당局이 연일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기록했다. 7월 초 1350원 수준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미·중 갈등 심화, 외국인 증시 자금 유출 등 대외 변수 확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98~99선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원화만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취약성을 드러냈다.
고환율은 금융권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은 외화 조달 비용이 커지고 해외 차입금 평가손 위험이 커졌다. 단기 외화자금 비중이 높은 은행은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를 위해 외환 스왑거래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악화 가능성도 지적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전 분기 대비 50원 이상 올랐다”며 “일부 은행은 환차손 인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비은행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험사는 달러 표시 채권 평가손으로 지급여력비율(RBC) 압박이 커졌고, 카드사는 외화채 조달 금리가 뛰며 부담이 확대됐다. 금융회사 실적뿐 아니라 자본 건전성 지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수위를 낮춘 채 ‘변동성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 달러를 매도하는 대신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시장 심리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쏠림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필요 시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진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20억 달러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단기적 외환 방어 여력은 충분하지만, 시장에서는 “보유액보다 정책 신뢰가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일관된 정책 원칙 제시를 촉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개입 기준이 불투명하면 기업과 금융사 모두 방어적 움직임을 강화해 시장 경직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기 전에 명확한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