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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동쪽에서만 뜨지 않는다”… 나주시, 미래 에너지 중심지 선언

- 에너지 수도 나주, 핵융합 연구 논의 속에서 새로운 역할 모색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나주시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지도의 중심에 다시 한 번 떠오르고 있다. 최근 나주에서는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와 관련한 논의가 속도를 얻으며, 지역 안팎에서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융합 기술, 흔히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이 분야는 방사능 위험이 적고 탄소 배출이 없는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연료 또한 바닷물 속 중수소를 활용하는 만큼 사실상 고갈 우려가 없고, 폭발 가능성도 낮아 과학계에서는 ‘21세기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으로 언급된다.

 

그 중심에 나주가 오른 이유는 분명하다. 나주는 이미 한전 본사를 축으로 KIER(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한전KDN, 전기안전공사 등 주요 에너지 기관이 집적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의 상징 같은 도시다. 전력·에너지 분야의 정책과 연구가 한곳에서 맞물리는 구조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러나 인공태양 유치는 기관 몇 곳의 집적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나주에서는 시민사회, 정치권, 행정이 함께 움직이며 지역 의지를 공론화해왔다. ‘인공태양 유치 시민추진위원회’ 구성, 시민 서명, 청년 참여 등 다양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모아졌고, 이 과정에서 나주가 보여준 결집력은 지역사회가 가진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이번 도전은 한 도시의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을 함께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지역과 중앙의 협력 구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 연구시설이 자리를 잡게 되면 나주는 ‘기반을 갖춘 도시’를 넘어 ‘기술을 생산하는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 연구 인력 유입부터 융합연구센터, 실증센터, 관련 기업 유치까지 다양한 산업적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 청소년 과학 교육, 시민 참여형 강좌 등도 자연스럽게 논의된다.

 

국제 협력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해왔고, 나주는 향후 공동연구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기술 주권과 에너지 외교라는 국가 전략의 흐름 속에서 나주의 역할이 더 크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주의 이번 움직임은 지역 사업을 넘어,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에너지 고갈과 지역 활력 회복이라는 두 축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서, 나주는 조용하면서도 단단하게 새로운 에너지 도시의 방향을 마련해가고 있다.